"미쳐 날뛰는 건 유권자 아닌 댁들"광화문단상 "이명박 전시장 '어떻게 알았냐' 역정 말고 의혹규명을"쓰면 뱉고 달면 삼킨다는 말이 있다. 철부지 애들 이야기가 아니다. 대통령을 해보겠다는 이의 모습이다. 더 기가 막힌 건 부정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데 어떻게 알았냐고 되레 역정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나를 죽이려고 세상이 미쳐 날뛴다”고 호통 치면서 말이다.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난감하다. 힘없는 유권자만 서글픈 세상이다.
17대 대통령 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판세라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하단다. 거의 모든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 40%대의 지지율을 얻고 있으니까. 2위인 같은 당 경선상대와도 10%차를 유지하고 있다. 그 뿐인가. 나머지 2~5%대 군소후보와는 대결자체가 무의무해 보일 정도다. 유권자의 슬픔은 그래서 깊어만 간다. 선거는 대게 스포츠에 비유되곤 한다. 자신이 원하는 쪽을 지지, 응원하고 그들의 선전에 환호하는 게 딱 그렇다. 팀이 승리하면 즐거워하고 지더라도 선전을 격려하며 다음을 기약하는 게 보통이다. 스포츠경기는 져도 그만 이겨도 그만이지만 대통령선거는 그렇지 않다는 게 다르다. 국가의 장래가 걸렸으니까. 유력 우승 후보의 각종 의혹은 그래서 그냥 넘길 사안이 아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이 캠프는 박근혜 전 대표 진영 선거참모 3명과 경향신문을,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허위사실을 퍼뜨렸다고 고소고발했다. ‘3일이면 끝난다’, ‘서청원 대표만 소환하라’, ‘계좌추적은 안된다’는 둥 이른바 ‘주문식 수사’까지 요청했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를 시작하자, “공작정치” 운운하며 비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예 고소고발을 취하할지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애라면 쓴 약이 싫다고 줄행랑을 치는 게 귀엽기라도 하지. 대통령을 하겠다는 이씨와 캠프가 이러는 건 그냥 봐 넘길 일이 아니지 않은가. 제정신을 가진 이들인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기자만 비아냥거리는 게 아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도 직접 그랬다. 고소고발한 자들을 두고 “정신 나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소꿉장난도 아니고, 한국의 보수세력을 대표하는 공당이 맞는지 의문스럽다. 입만 열면 ‘주권재민’에 ‘국민을 하늘로 여긴다’는 정치인들이 이런 장난을 하다니 그래서 정치권을 믿지 않는 것 아니겠나. 수사를 요청할 땐 서둘러 안한다고 뭐라 하고 수사를 시작하려니 ‘공작정치’ 운운에 계속하면 탄핵을 하겠다고 하니 검찰이 무슨 노리갯감인가? 건 또 그렇다고 치자. 한 두 번의 실수라는 것도 있으니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제기되는 이 후보의 재산관련 부정비리 의혹은 도대체 뭔가? 터지는 건마다 석연찮은데 “어떻게 알았냐”고 추궁하며 배후세력 타령만 해대니 이거 유권자를 우습게 보는 것 아닌가? 대통령을 하겠다면 의혹을 마땅히 해명해야 하는 것 아닌가? 결백이 입증되면 거짓말 한 자에게 책임을 물리면 될 터이고. 그게 바로 검증 아니던가? 주문식 수사? 그도 아니면? 하지만 이 후보의 반응은 영 딴판이다. “아무 것도 안하고 귀하게 자라났다면 찬물에 손 넣을 일도, 다칠 일도 없었을 것... 일생을 살면서 그릇 깨는 실수, 손 베이는 실수를 나도 모르게 했을 수 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사람에게 뒷다리 걸고 앞다리 걸고 난리도 아니다... 날 죽이려고 세상이 미쳐 날뛴다...” 듣고 보니 안쓰러운 대목이 없진 않다. 워낙 돈벌이에 열중이다 보니 언제 어떤 일을 했는지조차 모르는 분에게 온갖 의혹을 다 들이대고 있으니 말이다. 그의 말마따나 대통령 되지 못할 만큼 떳떳하지 않은 일은 하지 않았다는 게 확실하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를 신뢰할 수 있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스물 몇 차례 위장전입을 했다는 지적이 나왔을 때 그는 폭로자에게 “멀쩡한 사람이 헛소리”한다며 “허위사실”이라고 몰아붙였다. 며칠 안가 그의 반박은 거짓으로 들통났다. 이 후보 진영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체했다는 증언까지 나온 마당이다. 이쯤 되면 이 후보측 말을 그냥 믿기가 어렵다는 기자의 지적이 무리는 아닐 성 싶다. 한나라당은 위장전입을 문제 삼아 김대중 정부 시절 장상, 장대환 국무총리 지명자를 낙마시키지 않았었나. 더욱 놀라운 것은 이 후보 관련 의혹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죽하면 ‘X파일’(그와 관련 된 각종 의혹들)로 이 후보가 낙마할 것이란 소문까지 나돌겠나. 선거법 위반관련 각종 부정비리 주장이나 BBK 사기사건 연루설은 어찌 보면 하찮아 보이기까지 한다. 그의 재산형성과정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각종 의혹들이 예상을 뛰어넘고 있으니 말이다. 처남 수천억대 재산 어떻게? 유권자에게 알려져 있는 그의 신고재산은 200억원대. 지금까지 드러난 것을 합치면 3백억을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한다. 그 내역도 의문이지만 더 큰 의혹은 현대건설 과장 출신 처남 김재정씨가 어떻게 수천억원대의 재산을 가지고 있냐는 것. 김씨의 재산 거래마다 이 전 시장이 연루된 정황이 잡히고 있으니 두 사람 사이에 어떤 거래가 있었느냐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친인척 땅의 은평뉴타운 지정의혹, 도곡동 땅 차명거래 의혹, 서초동 본인건물 고도제한 완화 의혹, 천호동 친인척 건설 분양폭리 의혹, 충북옥천 임야 위장매매의혹, 선거법 위반 의혹, BBK 주가조작 연루설, 처남 김씨의 67만여평 부동산 실소유주 논란을 잠재워야 이씨는 당당히 선거에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검증이 중요하다는 것은 바로 이래서다. 지금 국민이 우려하는 것은 그의 재산의 많고 적음이 아니다. 어떻게 축재를 했느냐는 것이다. 법 없이도 살 많은 국민은 지금 가난에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뼈빠지게 일했지만 가난 뿐이니 그들 눈엔 무능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불·편법을 어떻게 하는지조차 모르고 살았던 이들이다. 개발독재의 떡고물을 향유한 이들에게 “빈둥거리고 논 사람”이라고 욕먹을 만큼 잘못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빈둥거리고 논 사람들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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