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륜범죄 청소년의 '진짜 배후조종자'

[칼럼] 성적위주 입시교육, 학벌위주 문화, 죽어가는 청소년...

이영일 | 기사입력 2011/11/30 [11:40]

패륜범죄 청소년의 '진짜 배후조종자'

[칼럼] 성적위주 입시교육, 학벌위주 문화, 죽어가는 청소년...

이영일 | 입력 : 2011/11/30 [11:40]
전국 1등을 해야 한다며 야구방망이와 골프채로 자신을 밤새 때렸다는 어머니를 죽인 지군에게 패륜아라는 손가락질이 쏟아지고 있다. 8개월간 시신을 방치하고 친구들까지 집에 초대한 것을 두고는 충격적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 황망한 사건을 두고 일방적으로 지군에게 범죄 낙인을 찍기에는 청소년들이 너무 안쓰럽지 않을 수 없다. 

밤새 아들을 엎드려뻗쳐 시켜놓고 수백대를 때렸다는 지군의 진술이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그 어머니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필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지군의 범죄를 두둔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군이 정상적인 상태에서 어머니를 살해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비정상적 상태에 홀로 방치되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심한 입시 스트레스와 성적으로 인한 고통을 받고 있는 청소년의 현실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거대한 블랙홀처럼 아직도 우리 청소년들을 학벌과 서열 편제로 빨아들이는 걸 멈추지 않고 있다.
 
일류대를 나와야 사람 구실을 하고 편하게 먹고 산다는 획일적인 부모들의 집착이 문제의 시작이라고 보지만, 자녀의 꿈과 적성보다는 오로지 공부만을 강요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이 이상한 나라의 입시서열교육에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OECD 30개국 중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는 25위다. 우리 청소년은 지금 이순간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행복하지 않은 것이다. 청소년 자살률도 세계 1위다. 70만 고3 청소년들에게 하나같이 대학을 가야 잘 먹고 잘 산다며 기계적인 학습과 오직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라고 강요하는 현실이 엄연하다.
 
이런데도 청소년들에게 창의적 발상을 요구하고 재능을 꽃피우라는 것은, 비단 원숭이에게 사람 흉내내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정도로 보인다. 대한민국에는 학생교육 정책만 난무하지 꿈과 희망을 키워주는 청소년정책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 12월 통계청이 조사한 고3 수험생 설문조사에서 69%의 청소년이 성적 때문에 고민이라고 답했고 이 고민의 상담대상으로는 친구가 48%, 부모는 23%로 답한 것을 보면 청소년들이 얼마나 성적과 입시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지, 얼마나 부모와 말상대가 안된다고 느끼는 것인지 여실히 알 수 있다.
 
자식을 부모의 한풀이 해소 도구로 생각하는 부모, 청소년을 미래의 주인공이라고 보기 보단 고립된 사회속에서 통제와 지시에 따라 어른들이 정해놓은 행복의 일방적 가치를 좇아 학벌의 불나방으로 몰아가는 사회, 입시가 대한민국 교육의 전부인 양 청소년의 날개와 상상을 꺾으면서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교육당국, 이 삼위일체가 이 시대의 청소년들을 병들게 하고 있음을 아는지 모르겠다. 

8개월동안 가정과 자신으로부터 소외되고 방치됐을 지군이 얼마나 외로웠을까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가족 해체가 가져온 이 엄청난 비극앞에 과연 누가 이 패륜범죄의 숨겨진 배후조종자인지, 진지한 자성과 물음을 던져야 할 때이다.
경희대NGO대학원에서 NGO정책관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과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은 후 한겨레전문필진, 동아일보e포터, 중앙일보 사이버칼럼니스트, 한국일보 디지털특파원,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참여정부 시절 서울북부지방법원 국선변호감독위원, 대통령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삼청교육피해자보상심의위원등 다양한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2015년 사회비평칼럼집 "NGO시선"과 2019년 "일본의 학교는 어떻게 지역과 협력할까"를 출간했고 오마이뉴스 등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평론가로 글을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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