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의 진화와 종교개입의 마뜩잖음

[기자수첩] 어떤 종파가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약속할 수 있나

김오달 기자 | 기사입력 2008/07/08 [06:12]

촛불의 진화와 종교개입의 마뜩잖음

[기자수첩] 어떤 종파가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약속할 수 있나

김오달 기자 | 입력 : 2008/07/08 [06:12]
뭔가 계속 거추장스럽게 걸리는 것이 있었다. 현장에서 촛불을 눈 앞에서 바라보면서도 왠지 껄끄러운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꽤나 오랫동안 계속되던 이 감각은 지난 주 내내 내 온몸을 계속해서 감전시키는 느낌이었다.
 
불쾌했다. 상식에 반하는 정부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항의'를 두달 가까이 해왔던 '평범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한 순간 아무렇게나 '재해석'되는 것은 차치한다고 해도, 60일 가까이 그들이 지켜온 '비폭력, 평화시위'의 기조와 태도를 너무나 쉽게 '한 순간'에 자기화 해버리는 '종교계'를 대면하는 순간이 너무나도 불쾌했다.
 
▲ 여전히 '소통의 단절'이 기조인 이명박 정부는 또다시 경찰력을 동원해 '광장'을 걸어잠궜다.     © 김오달 기자


정의구현사제단이 시청 앞에 천막을 쳤다는 소식에 전혀 감동할 수 없었으며, 이후 이루어진 개신교계와 불교계의 합류 또한 전혀 반가울 수 없었다.
 
촛불집압에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고, 대한민국의 위기라고 일컬어지는 현 '시국'에 대한 범종교적인 고민들을 부정하거나 폄훼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단지 정치권이나 조직화된 운동권조차도 함부로 자임하지 않았던 '지도부'를 종교계가 스스로 자임하고 나서는 모양새가 마뜩치 않은 것 뿐이다.
 
누가 짊어질텐가? 가톨릭인가? 개신교인가? 불교계인가? 어떤 종파가 이 상황을 끝까지 책임지고 마무리할 것이라는 약속을 해줄 수 있는가? '약속'이 가능하다면 내 문제제기는 여기서 그칠 수 있다.
 
▲ 7일 저녁 '촛불들'은 경찰의 차벽을 뚫고 하나둘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 김오달 기자


정치를 해야한다. 여전히 '소통의 단절'이 기조인 이명박 정부와 '정치'를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열린 정치'는 현재 '촛불들'이 지향하는 바일 뿐만 아니라, 충분히 현 시국에서 가능할 수 있던 '소통의 방법' 중 하나였다.
 
민노당, 진보신당, 심지어 통합민주당마져 함부로 손에 쥐려하지 않았던 '촛불의 대표성'을 종교계가 함부로 '쥐락펴락' 하는 모습은 아름다울 수도 없으며, 바람직하지도 않을 것이다.
 
두달을 끈질기게 이어왔던 '촛불'은 스스로 진화하며, 하나하나 모든 자신의 심장에 촛불을 심어 스스로 '지도부'가 되고, 경ㆍ검의 구속까지도 감수할 각오가 된 '핵심인사'로 자수할 각오까지 되어 있는 이들이다.
 
개신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계가 한마음으로 나선 것에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바이지만, '촛불'을 지키겠다고 나선 종교계의 첫 결과가 '물밑협상'과 그로 인한 '쭈뼛대기'라면... 그리고 그동안 '촛불'이 만들어놓은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어놓을 심산이라면 지금 당장 그만두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
 
▲ "국민이 준 힘으로 누구를 지키는가"     © 김오달 기자

지금 '촛불'은 이명박 대통령과 단순히 '정치'를 하자고 나선 것이 아니다. 당장의 삶을 접어두고서라도 지켜야할 '무언가'를 놓고 스스로 맨몸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종교계 개입이 가시화되면서 청와대가 벌인 '코미디'를 또다시 보게 하는 '바보스러움'은 제발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치입문'이 삶의 목적이 아닌 이상엔 말이다.
사회 전반의 여러 이슈들을 다양한 시각으로 취재해나가는 미디어활동가 김오달입니다. 후원계좌 - 우리은행(김오달) 549-022249-0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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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오달 2008/07/08 [23:43] 수정 | 삭제
  • 또한 제 생각에도 조금 과한(부당한) 평가라는 부분도 일면 인정합니다... 하지만 '종교'의 기본적인 속성상 '권위'에 기대 촛불을 관리하려고 한다는 인상이 많이 들어 이런 무리한 기사를 쓰게 됐습니다. 좀 더 진중한 기사쓰기를 하라는 현철한 충고로 듣겠습니다... ^^;
  • EST 2008/07/08 [22:37] 수정 | 삭제
  • 보는 사람에 따라 여러가지로 생각할 여지가 있는 일이긴 합니다만, 제 의견으론 좀 과한 해석이 아닌가 합니다. 기사 내용을 보면 종교계가 개입하면서 마치 '그간 민중들이 자생적으로 일으키고 피땀으로 일궈온 촛불의 의미를 한순간에 접수'한 듯한 느낌마저 드는군요. 종교계가 두달여 가까이 조용히 있다가 그간의 의미를 날로 먹는다는 인상을 받으신 건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보기에 시국과 관련된 종교계의 개입에 있어서 스스로 지도부를 자처했다는 인상을 받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간 쌓인 피로감으로 인해 지쳐 주저앉거나 일주일 전의 과도한 폭력진압으로 인해 일촉측발의 사태로도 치달을 수 있는 상황에서 잠시 릴랙스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덧붙여서, '정의구현사재단->정의구현사제단', '카톨릭.>'가톨릭'이 맞습니다. 개인이 쓰신 글이라면 모르겠습니다만 저널과 기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기에 조심스럽게 정정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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