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계속 거추장스럽게 걸리는 것이 있었다. 현장에서 촛불을 눈 앞에서 바라보면서도 왠지 껄끄러운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꽤나 오랫동안 계속되던 이 감각은 지난 주 내내 내 온몸을 계속해서 감전시키는 느낌이었다.
불쾌했다. 상식에 반하는 정부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항의'를 두달 가까이 해왔던 '평범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한 순간 아무렇게나 '재해석'되는 것은 차치한다고 해도, 60일 가까이 그들이 지켜온 '비폭력, 평화시위'의 기조와 태도를 너무나 쉽게 '한 순간'에 자기화 해버리는 '종교계'를 대면하는 순간이 너무나도 불쾌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이 시청 앞에 천막을 쳤다는 소식에 전혀 감동할 수 없었으며, 이후 이루어진 개신교계와 불교계의 합류 또한 전혀 반가울 수 없었다. 촛불집압에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고, 대한민국의 위기라고 일컬어지는 현 '시국'에 대한 범종교적인 고민들을 부정하거나 폄훼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단지 정치권이나 조직화된 운동권조차도 함부로 자임하지 않았던 '지도부'를 종교계가 스스로 자임하고 나서는 모양새가 마뜩치 않은 것 뿐이다. 누가 짊어질텐가? 가톨릭인가? 개신교인가? 불교계인가? 어떤 종파가 이 상황을 끝까지 책임지고 마무리할 것이라는 약속을 해줄 수 있는가? '약속'이 가능하다면 내 문제제기는 여기서 그칠 수 있다.
정치를 해야한다. 여전히 '소통의 단절'이 기조인 이명박 정부와 '정치'를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열린 정치'는 현재 '촛불들'이 지향하는 바일 뿐만 아니라, 충분히 현 시국에서 가능할 수 있던 '소통의 방법' 중 하나였다. 민노당, 진보신당, 심지어 통합민주당마져 함부로 손에 쥐려하지 않았던 '촛불의 대표성'을 종교계가 함부로 '쥐락펴락' 하는 모습은 아름다울 수도 없으며, 바람직하지도 않을 것이다. 두달을 끈질기게 이어왔던 '촛불'은 스스로 진화하며, 하나하나 모든 자신의 심장에 촛불을 심어 스스로 '지도부'가 되고, 경ㆍ검의 구속까지도 감수할 각오가 된 '핵심인사'로 자수할 각오까지 되어 있는 이들이다. 개신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계가 한마음으로 나선 것에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바이지만, '촛불'을 지키겠다고 나선 종교계의 첫 결과가 '물밑협상'과 그로 인한 '쭈뼛대기'라면... 그리고 그동안 '촛불'이 만들어놓은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어놓을 심산이라면 지금 당장 그만두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
지금 '촛불'은 이명박 대통령과 단순히 '정치'를 하자고 나선 것이 아니다. 당장의 삶을 접어두고서라도 지켜야할 '무언가'를 놓고 스스로 맨몸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종교계 개입이 가시화되면서 청와대가 벌인 '코미디'를 또다시 보게 하는 '바보스러움'은 제발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치입문'이 삶의 목적이 아닌 이상엔 말이다. <저작권자 ⓒ 인터넷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전반의 여러 이슈들을 다양한 시각으로 취재해나가는 미디어활동가 김오달입니다. 후원계좌 - 우리은행(김오달) 549-022249-0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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