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나라 vs PD수첩·언론, 2라운드

당정, 제작팀 수사의뢰뒤 문책 촉구... PD수첩 "허위·음해 중단"

이석주 | 기사입력 2008/06/21 [10:16]

정부·한나라 vs PD수첩·언론, 2라운드

당정, 제작팀 수사의뢰뒤 문책 촉구... PD수첩 "허위·음해 중단"

이석주 | 입력 : 2008/06/21 [10:16]
광우병 보도를 둘러싼 정부여당과 <PD수첩>의 날선 공방이 양측 간 첨예한 대립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일부 초선의원들이 19일 "명백한 왜곡보도"라고 선공에 나서자, 해당 제작팀이 이를 명예훼손으로 보고 이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고 나선 것.

<PD수첩> 주장은 한나라당 진성호-김용태 의원이 제기한 내용은 방송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인데, 쇠고기 사태와 관련해 제작팀을 향한 정부의 강력한 대응 방침과 맞물리면서, <PD수첩>에 대한 한나라당과 정부의 총공세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있다.

실제로 농림수산식품부는 20일 "PD수첩의 왜곡, 과장된 보도 내용이 사회적 혼란을 야기시킨 한 원인이 됐다고 보고 그 내용의 진위를 밝히는 것이 공익적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수사를 대검찰청에 의뢰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초선의원인 진-김 의원은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PD수첩이 시청자를 배반하고 진실과 너무나도 거리가 있는 왜곡방송을 내보냈다"며 "MBC 엄기영 사장은 총괄 책임을 지고 자신을 포함한 PD수첩 제작 관계자들에 대한 문책을 단행하라"고 밝혔다.

"엄기영 사장까지 거론…그저 말문이 막힐 뿐"

이와 관련, <PD수첩> 제작팀은 20일 반박문을 홈페이지에 공지, "(두 의원이) 허위사실을 만들어 조작하면서 공개 기자회견을 통해 PD수첩을 음해했다"며 "MBC 사장을 거론한 뒤, 사과와 관계자 문책을 요구하는 데에 그저 말문이 막힐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PD수첩 제작팀은 20일 홈페이지에 글을 게재하고 한나라당 진성호-김용태 의원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 대자보

<PD수첩>은 "두 의원은 별도자료를 통해 PD수첩이 왜곡 과장하고 거짓을 방송했다며 8항목을 적시했다. 그러나 두 의원의 지적은 이미 사태 초기에 정부 당국자들이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니 걱정 말라고 하던 내용을 다시 한 번 반복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제작팀이) 언론중재위의 결정문을 그대로 방송할 수 없는 이유와 아레사 빈슨의 사망 논란은 이미 한 달 전 오역과 오보와 괴담이라는 일부 언론에 대한 PD수첩의 입장으로 밝혔음에도 두 의원은 이것을 또 다시 꺼내들어 PD수첩 공격에 나섰다"고 개탄했다.

앞서 두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PD수첩> 방송 내용에 대한 왜곡보도의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특히 8가지 항목의 과장 근거를 담은 별도의 자료까지 준비, "광우병 왜곡 방송의 전면 취소를 선언하고 제대로 된 정정방송을 하라"고 까지 말했다.

이들 주장은 인간광우병 의심증상으로 사망했다는 22살 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씨의 사망 이야기와 이른바 앉은뱅이 소의 모습을 통해 미국소의 광우병 문제를 집중 제기했지만 당시 방송했던 핵심내용의 상당 부분이 사실을 왜곡했다는 것.

"두 의원이 제기한 내용, 제작팀도 금시초문…명백한 명예훼손"

하지만 <PD수첩>은 진성호-김용태 의원의 일부 주장이 오히려 사실왜곡이라는 점을 강조, "PD수첩의 왜곡 과장을 지적한다면서 두 의원이 인용한 방송 내용 중에는 제작진도 금시초문일 뿐만 아니라, 악의적인 것까지 있다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PD수첩>은 두 의원의 별도자료를 조목 조목 반박했다. 진성호-김용태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PD수첩>이 변형프리온은 전염성도 무척 강해, 인간광우병 환자의 혈액에 닿기만 해도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PD수첩>은 "이런 말을 방송한 적이 전혀 없음에도 두 의원은 위 말이 PD수첩에서 방송됐다고 주장했다. 한 술 더 떠 자극적 표현을 사용해 완전히 왜곡, 과장했다고 규정하면서 자기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는 모습을 보였다.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PD수첩>은 이어 "두 의원은 PD수첩이 30개월 미만의 광우병에 걸리지 않은 소라도 얼마든지 변형프리온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보도했다고 말했다. 또한 PD수첩이 전혀 입증되지 않는 내용을 왜곡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변형프리온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PD수첩은 이런 말을 전혀 방송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은 같은당 김용태 의원과 함께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PD수첩의 방송 내용을 명백한 왜곡보도로 규정했다. ©진성호의원 홈페이지

<PD수첩>은 "두 의원은 PD수첩이 미국소=광우병소라며 미국의 소 사육 방식처럼 소에 동물성 사료를 먹이면, 정상 프리온이 뇌 조직을…인간광우병에 전염된다라고 방송했다는데 PD수첩에서는 다음과 같이 방송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PD수첩>은 방송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 "(당시 제작팀은) 미국의 경우 소에게 직접 먹이는 건 금지돼 있지만 한 단계를 건너 결과적으로 소가 소를 먹게 되는 교차위험성이 존재하고 있다고 교차위험에 대해서 방송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PD수첩>은 "두 의원은 하지도 않은 방송을 과장 왜곡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는 허위사실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이다. 두 의원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진위여부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그대로 단순 인용 보도하면서 PD수첩에 흠집을 내고 있는 일부 보수신문들의 행태를 강력히 비판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농림부도 20일 대검찰청에 수사의뢰…방송 향한 전방위 공세 신호탄?

한편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날 "PD수첩 제작진이 4월 29일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방송을 통해 의도적으로 영어원문과 다르게 번역해 자막에 소개하거나 자료를 교묘히 편집하는 수법으로 사실을 왜곡했다"며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농림부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PD수첩이 진위 여부가 불분명한 가설이나 일방적 주장에만 의거해 마치 과학적으로 입증된 주장인 것처럼 편파적으로 보도한 뒤, 시청자들로 하여금 미국산 쇠고기와 광우병에 대한 과도한 불신과 불안을 야기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농식품부가 밝힌 허위·과장 내용은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인간광우병인 것처럼 보도한 것, △주저앉은 소의 동영상을 광우병에 걸린 소의 동영상으로 보도한 점, △라면스프, 의약품, 화장품을 통해서도 광우병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고 보도한 것, △농식품부가 미국의 실정을 잘 모르거나 알면서도 숨기고 수입위생조건 개정에 합의했다고 보도한 대목이다.

농림부는 "PD수첩이 방송 전반을 통해 농식품부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사전검토와 실태파악도 거치지 않은 것처럼 보도했다"며 "미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식품의 안전성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기울인 노력을 폄하하고 신뢰에도 치명적 손상을 가하는 한편, 장관과 협상대표들의 명예를 직접적으로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보수진영의 MBC 앞 항의시위, 한나라당의 노골적 불만 표출, 정부의 수사의뢰 까지.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방송 장악 논란이 끝이지 않는 상황에서, 공영방송을 향한 총공세의 신호탄이 쏘아올려진 양상이다.

대자보(원본 기사 보기)
  • 도배방지 이미지

피디수첩, 광우병, 농림수산식품부, 고소 관련기사목록
인터넷언론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