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몰입교육, 조선의 '몸빵'된 이경숙

[매체비평] 여론 밀리자 희생양 세우고 보도태도 바꿔 구설수

임동현 기자 | 기사입력 2008/02/09 [01:53]

영어몰입교육, 조선의 '몸빵'된 이경숙

[매체비평] 여론 밀리자 희생양 세우고 보도태도 바꿔 구설수

임동현 기자 | 입력 : 2008/02/09 [01:53]
'영어몰입교육'을 놓고 조선일보의 말바꾸기가 구설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이 정책을 내세웠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뒤로 물러서자, 정책을 앞장서 홍보했던 조선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인수위원장을 희생양으로 삼는 보도태도를 보여줬다.
 
인수위가 맨처음 '영어 몰입교육' 정책을 펴겠다고 했을 때 가장 앞장서 긍정적으로 보도한 언론은 조선과 동아였다. 한겨레와 경향은 물론이고 보수 언론 중 중앙일보 조차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조선과 동아는 완전히 다른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인수위가 학부모와 교사·전문가의 심한 반발에 부딪히자 '정책으로 정한 것은 아니다'며 한발 뒤로 물러서자, 그때까지 영어교육의 당위성을 외치던 조선은 이경숙 인수위원장을 '방패막이'로 내세운 만평을 사흘 연속 실으며 상반된 태도를 보여줬다.
 
조선의 말바꾸기에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희생양'
 

▲ 조선닷컴의 영어교육 관련 기사     © 인터넷저널

조선은 1월 25일 '교육낙후 지역부터 능력있는 영어교사 배치해야'라는 사설을 통해 "우선 실력있는 영어교사를 대폭 늘려야한다"면서 "꼭 교사 자격증 가진 사람만 고집할 이유 없이 교포 2세, 외국에서 석·박사를 한 사람, 오랜 기간 외국생활을 한 사람 가운데 교육계에 봉사하겠다는 의욕을 가진 사람을 찾아 교육 낙후지역 학교에 영어교사로 배치하는 방안도 강구해봐야한다"고 썼다. 교사의 자격과는 상관없이 무조건 영어를 가르치자는 조선의 논조는 인수위의 그것과 별반 다를게 없다.
 
조선은 28일 '10년 배워 입도 벙긋 못하는 영어교육 확 고치라'에서는 어려서부터 영어를 배우면 대한민국 국민의 주체성 또는 정체성에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우려를 '공연한 소리'라고 일축하며 "어린 나이에 영어 교육을 시작한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국민이 주체성이나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다"며 영어교육 강화를 부추겼다. 한술 더떠 "말레이시아는 2003년부터 초등학교 수학, 과학도 영어로 가르쳤다"며 "국민의 영어 사용 능력을 높여 국가 발전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라며 '영어몰입교육'을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영어로 영어 가르칠 사람 찾으면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인수위는 28일 영어교육 정책이 학부모와 교사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정책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다'라며 한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반대 여론이 득세한 상황 속에서도  29일 조선 사설은 "현재의 영어교사 연수만으론 '영어로 배우는 영어수업'을 당장 크게 확대할 수 없다"며 "교사 자격증은 없지만 영어를 능통하게 하는 사람을 영어교사로 활용하는 단기 대책이 필요하다"며 영어교육 정책을 밀어붙일 것을 주문했다. 이 사설의 제목은 '영어로 영어 가르칠 사람 찾으면 얼마든지 있다'였다.
 
이처럼 인수위 못지않게 영어교육에 목을 매던 조선일보가 30일과 31일, 그리고 2월 1일까지 사흘 연속 이경숙 인수위원장을 풍자한 만평을 내놓았다. 이 위원장의 지나친 영어사랑을 비꼰 내용들이었다.
 
먼저 30일자 만평은 이경숙 위원장이 실험실에서 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면서 '이것도 아닌가벼?'라고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마치 실험실에서 실험하듯이 대책없는 교육만을 내세운 이경숙 위원장을 비꼰 내용이다.
 
31일 만평에서도 '영어전도사' 이경숙 위원장이 영어교육 정책 스케쥴을 펼쳐보이며 청중을 향해 '믿쓥니까?'를 계속 외쳐대자 한 관객이 '저 양반, 인수위원장이야, 차기 교육부장관이야?'라고 궁금해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이것도 아닌가벼?, 믿슙니까?, 캔유스피크 잉글리쉬?"
 
1일 만평에서는 로스쿨 선정이 새 정부로 넘어가면 이경숙 위원장이 '영어 잘 하는 대학'부터 줄 것이라며 로스쿨을 신청한 대학 총장들에게 '캔 유 스피크 잉글리쉬?'라고 묻는 모습을 그렸다.
 


▲ 1월 31일자 조선만평     © 조선닷컴

다른 일간지 만평보다는 약한 수위였긴 하지만 이경숙 위원장을 비판하는 만평이 조선에서 나왔다는 것은 이채로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들이 부각시킨 인수위의 정책이 국민의 반대에 부딪히자 슬그머니 자신의 책임을 이경숙 위원장 탓으로 돌리는 것으로 보여 씁쓸함을 주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와 조선일보를 지키기 위해 이경숙 인수위원장에게 '실패의 십자가'를 세운 것이다.
 
조선은 1일 사설에서 "인수위는 영어교육의 큰 흐름만 제시하면 된다"며 "짧은 활동기간 중에 세세한 로드맵까지 다 세워 놓으려고 과잉 의욕을 보이다보니 영어교육을 토목공사처럼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라고 인수위에 쓴소리를 던졌다.
 
"과잉의욕에 영어교육을 토목공사처럼 생각한 것 아냐?"
 
하지만 지금까지 '영어 가르칠 사람 얼마든지 있다'며 교사 자격이 없는 사람들까지 교사로 임명하고 말레이시아의 예를 들며 '영어몰입교육'을 하자고 주장하며 로드맵을 세우려했던 이들은 과연 누구였는가? 그리고 국민 여론이 불리해지자 슬그머니 뒤로 빠진 이들은 누구였는가? 조선은 영어교육 주장 이전에 자신의 현실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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