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정화하는 숲이 되기를

[축사] 주재일 뉴스앤조이 기자

인터넷저널 | 기사입력 2006/12/11 [14:41]

우리를 정화하는 숲이 되기를

[축사] 주재일 뉴스앤조이 기자

인터넷저널 | 입력 : 2006/12/11 [14:41]
▲주재일 뉴스앤조이기자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누구든지 듣기는 빨리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고, 노하기도 더디 하십시오.”(야고보서 1장 19절) 이 말은 교회 공동체를 이루는 이들에게 주는 말입니다.
 
우리와 같이 속도를 생명처럼 여기는 언론인, 그것도 인터넷 언론인에게는 얼토당토 안 한 말입니다. 빨리 듣는 것은 옳지만, 더디 말하면 곤란합니다. 다른 언론에 의제를 선점당하는 것만큼 분한 일은 없으니까요. 또 우리는 겉으로는 노하지 않지만, 은근히 독자들을 분노하게 만들면서 대리 만족을 합니다.

대다수 언론이 그렇지만, 우리 인터넷 언론은 가만히 두면 속도와 자극을 극대화하는 경향을 띱니다. 우리는 이러한 방법을 사용해 누리꾼들에게 우리의 존재 가치를 각인시켜 우리의 생존을 도모합니다. 누리꾼들이 진득하게 머물러 여유 있게 소식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전하는 이야기를 보고 읽는 이들은 끊임없이 클릭하고 옮겨 다닙니다. 그들을 잡으려고 사력을 다하다보면 어느 순간 ‘우리가 지금 뭘 하고 있지’ 하는 근원적 물음에 휩싸입니다. 이런 의심에 빠질 여유를 주지 않도록 돌릴 수 있지만, 그것은 언 발에 오줌 누는 일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묻지 않으면 누리꾼들이 우리의 정체성에 의문을 던질 겁니다. 그들은 우리보다 더 빠르고 자극적인 소식이 달린 사이트로 떠날 테니까요.

누리꾼에게 심판을 받기 전에 우리 스스로 성찰하는 길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기가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보기란 남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만큼이나 어렵습니다. 기독교에서는 신앙의 출발도 성찰(종교적 용어로 ‘회개’라고 합니다)이고 끝도 성찰이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구도자가 아닌 우리들에게 성찰이 가능한 길은 연대에 있습니다. 나 스스로 나를 돌아볼 힘이 약하다면 <인터넷저널> 같은 언론을 통해 성찰의 기회를 얻는 것입니다. <인터넷저널>이 우리 인터넷 언론들을 정화하는 ‘숲’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빨리만 달리려는 우리를 잡아 놓고 더디 말하게 하고, 노하기도 더디 하도록 일러주는 ‘등에’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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