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서 나오는 황홀, 고은 시의 가을울림

대표작 1백편 담은 시집 출판강연, 3백여명 청중 국민시인 보러...

김석호 기자 | 기사입력 2014/11/11 [01:25]

심장에서 나오는 황홀, 고은 시의 가을울림

대표작 1백편 담은 시집 출판강연, 3백여명 청중 국민시인 보러...

김석호 기자 | 입력 : 2014/11/11 [01:25]
 
2014년 11월 4일 저녁 7시. 300명이 넘는 청중들이 국민시인이 된 고은 시인의 강연장을 찾았다. 시인의 명구 100편을 담은 시집 ‘시의 황홀’ 출판 강연회다.
 
 
오랜만에 신촌을 찾았다며 꺼낸 첫 마디가 “가을입니다. 2주 후면 가을도 우리 곁을 떠나가겠지요.”라며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 순간의 정적마저도 시인은 시를 말하는 듯 했다. 가을은 연구 논문이 아니고, 소설도 아니라고 말하는 시인은 ‘가을은 시’라고 했다. 여름에는 소설을 읽고, 가을에는 시를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는 자기 심장에서 쏟아져 나오고, 끊임없이 발생해 나오는 새로운 소식이며, 심장의 뉴스라고 정의를 내렸다. 시는 인간 본능에서 나오는 율동이라는 설명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연이은 시인의 말은 청중들의 가슴에 충격을 주고, 시에 대한 경이로움 마저 느끼게 하였다.
 
“나는 시를 문학의 장르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모든 인간들의 가슴속에 들어있는 심장 안에 있는 행위입니다.” 시인은 조근 조근한 말투로 시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하나도 남김없이 얘기하였다. 더 이상 시는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도구가 아닌 인간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심장의 소식이며, 행위라는 말로 시를 압축하여 정의를 내렸다. 시에 대한 자신의 뜨거운 열정을 청중들에게 또박또박 설파한 것이다.
 
<경력>
시인생활 56년, 시집 여럿.

전 세계 25개국에서 번역 출간.

만해 문학상, 대상 문학상을 비롯하여 해외 문학상 다수 수상.

서울대 초빙교수, 하버드대 초빙교수, 유네스코 세계 시 아카데미회원 한국 대표.
 
 
또 우리 문학사 100년엔 수많은 시인들의 요절이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소월은 30에 아편 먹고 자살을 했다. 천재는 자기의 작품세계를 더 펼치지 못하고 평양에서 죽게 된다. 이장희도 20대 후반에 요절했고, 이상도 20대 후반에 일본에서 병에 걸려 죽는다. 윤동주도 20대 후반에 요절했다. 그는 사실 시인노릇도 제대로 못했었다고 했다. 너무나 수줍고, 혼자만 시를 썼었기에 해방이 돼서야 책으로 한 권이 나오게 됐다고 했다.
 
시인들이 남긴 시는 시집 한 권 정도였다. 1년에 1편을 썼을까도 모르겠다며, 시인들은 사회적 약자였었고, 섬세했고, 늘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도 했다. 더 많이 아파하고, 그러다가 자신의 명을 중단에 끊어버린 것이다.
 
고은 시인은 “이런 ‘이전 세대의 결핍’을 나라도 조금은 보강해야 겠다.”고 말한다. 그래서 “내 삶이 개인의 삶이 아니라 우리 문학사의 공적인 삶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들이 쓰지 못한 시를 내가 좀 더 메우려는 것이다.”며 자신은 더 많은 작품을 남길 것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문학은 자기 시대와 함께 있지만 ‘초인사상’처럼 자기 시대를 벗어나서도 유효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것이 문학이 갖는 꿈이며, 그 문학의 꿈은 모든 인간의 꿈이기 때문이다.
 
 
“시를 쓰다가 막힐 경우도 있는가?”라는 청중의 질문에 “당연히 막힐 때가 있다.”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면서 이내 “막히지 않더라도 스스로 뚝을 만들어서 막을 필요가 있다. 늘 흐리기만 하면 바쁘니깐. 막혀서 물이 엉기고, 도저히 갇혀있을 수가 없어서 넘치면 시를 쓰는 것이다.”라며 시인의 내면을 살짝 엿볼 수 있게 하였다.
 
특히 시에서 제일 조심해야 할 것은 ‘상투성’이라고 했다. 어제 한 얘기를 오늘도 한다면 삼가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정말 오늘은 어제의 되풀이가 아니라 절대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절대적인 시간이기 때문에, 오늘의 진정한 새로움을 노래할 때 우리는 상투성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어느 하버드 대학에서 총장이 졸업생들에게 했던 연설내용으로 강연회를 마쳤다. 그 내용은 “세상에 나가서 지루한 사람이 되지 말라!”는 얘기였다. 내 친구, 이웃에게, 동 시대 사람들에게 지루하거나 역겨운 사람이 되면 안 된다고 당부하였다.
 
시인의 말처럼 우리의 삶도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 자기모방에서 벗어나 ‘살아있음의 소식, 심장의 뉴스로 매 순간을 새롭게 살아야겠다.’는 교훈을 얻는 시간이었다.
 

원본 기사 보기:모르니까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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