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홍보처, 예산낭비·보도시비 바쁜 한해

한미FTA 홍보비로 70억원 사용, 비판보도엔 사사건건 물고 늘어져

김도균 기자 | 기사입력 2006/12/21 [18:47]

국정홍보처, 예산낭비·보도시비 바쁜 한해

한미FTA 홍보비로 70억원 사용, 비판보도엔 사사건건 물고 늘어져

김도균 기자 | 입력 : 2006/12/21 [18:47]
△광고 및 정책선전을 통한 예산낭비=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이 지난 6월 공개한 국정홍보처의 한미FTA 관련 홍보예산 편성내역에 따르면, 당시 국정홍보처는 6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2개월간 KBS, MBC, SBS, YTN, MBN, 한국경제TV 등 6개 방송사에 24억원을 지원하는 예산을 편성했으며, 라디오에 2억5700백만원, 인터넷매체의 경우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데일리서프라이즈, 연합뉴스, 인터넷 포털사이트, 곰TV 등이 내역에 포함됐다. 이밖에 KTX, 새마을호 등 열차와 각 대학 PDP 광고에 약 1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에 대해 정병국 의원은 “시간에 쫒긴 졸속추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현실에서 FTA의 내실을 기하기는커녕 막대한 홍보비를 투입해가며 여론을 호도하려는 시도가 과연 옳은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막대한 예산지원과 맞물려 국정홍보처에서 발행하는 ‘국정브리핑’이 한미FTA의 찬성 여론을 만들어가기 위해 ‘국가정책 선전매체’로 둔갑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미FTA의 폐해와 문제점을 지적한 방송 보도에 대해 국정홍보처는 ‘한미FTA를 폄하’하는 괴담이라고 지적했다.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지난 7월 4일 예정이던 MBC PD수첩 ‘론스타와 참여정부의 동상이몽’이 방송되기도 전에 가진 비공식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지 의구심이 든다”고 MBC를 비판했다. 방송이 나가기도 전에 인터넷에 소개된 내용을 바탕으로 한 비난발언이어서 방송에 대한 ‘사전 검열’ 행위의 일종이 아니냐는 지적을 샀다. 

이에 대해 지난 10월 국정홍보처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창호 처장은 “MBC가 사전에 인터넷에 발표한 내용을 알고 대응했으며, 공개적으로 의견을 피력한 것일 뿐”이라며 “PD수첩도 공개 비판으로부터 성역이 될 수 없으며, 공론의 영역에서 토론하고 논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방송 보도 이후 국정홍보처는 재정경제부, 외교통상부와 함께 “이대로 멈출 것인가,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 한미FTA ‘외눈박이’의 시각을 바로 잡습니다”는 제목으로 전면광고를 게재했고, 이후에도 “열지 않고 성공한 나라는 없습니다”라는 광고를 게재했다. 두 번의 광고 예산은 약 8억원. 역시 예산낭비라는 지적을 샀다. 

△보도통제 의혹=정부는 기존 방송 보도에 대한 반박, 해명의 차원을 넘어 보도통제도 서슴지 않았다.  

6월 4일 밤 KBS-1TV는 특집프로그램으로 ‘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을 방영했다. 한국보다 12년 앞선 1994년 미국과 FTA를 체결했던 멕시코 현지 탐방을 통해 농촌사회의 붕괴, 양극화 심화 등 부작용들을 소개한 이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이강택 PD는 방송 다음날인 5일 통상교섭본부로부터 항의전화를 받아야 했다. ‘프로그램의 논조가 비판적인 이유가 뭐냐’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다. 방송이 나간 이후 청와대에서는 방송 보도와 관련한 특별대응 지시가 내려왔고, KBS 내부에서는 간부급 논의도 벌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KBS의 방송 때문이었을까. 외교통상부가 MBC 기자의 FTA 관련 취재를 방해하려 했던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 6월 9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FTA 1차 협상 취재를 마치고 칠레를 방문할 예정이었던 MBC 경제부의 권 모 기자는 외교통상부 통상홍보기획팀 관계자가 자신의 취재 계획을 미리 파악하고 현지 가이드에게 취재계획과 취재내용을 보고하라는 압력을 넣었던 사실을 알게 됐다.  

방송사측은 이에 FTA 1차 본협상에 대한 한국정부 협상단의 마지막 브리핑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항의했다. 당시 외교부 공보관은 “편의를 위해 도와주라는 공문을 보냈을 뿐”, 칠레 참사관은 “취재기자의 일정을 파악해 점심이라도 모시려고 그랬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외교통상부는 이 소식을 처음 다룬 <프레시안> 보도와 관련해 즉각 해명 보도자료를 내고 “당시 MBC 기자의 취재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현지 공관에 협조를 요청한 것”이라며 “이러한 취재 협조 노력을 '언론통제'라고 표현한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거짓기사 파동=한미FTA에 대한 찬성 여론을 확산시키려다 보니 정부는 없던 일도 만들어야 했다. 국정홍보처는 지난 6월 14일 국정브리핑을 통해 하지도 않은 인터뷰를 했다며 기사를 ‘작문’했다 뒤늦게 조작임이 드러나 망신을 사기도 했다. 

이후 국정홍보처는 허위 인터뷰 관련 징계 및 제도적 장치 마련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으나 진행과정이 공개적으로 드러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그동안 한미FTA 추진에 비판적인 보도를 한 일부 방송과 신문 보도에 대해 항의를 했으며, 지난 3월과 7월에는 보도와 관련 언론중재까지 신청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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