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올 줄 알았던 발리에서 3박4일이라

[동남아일기-인도네시아⑧] 빈민 1백만표 정치협상 향방은...

윤경효 | 기사입력 2009/07/16 [19:05]

못 올 줄 알았던 발리에서 3박4일이라

[동남아일기-인도네시아⑧] 빈민 1백만표 정치협상 향방은...

윤경효 | 입력 : 2009/07/16 [19:05]
여기는 발리. 결국은 오게 되었구만… 헐~ 인도네시아에 있는 동안 발리에 올 계획은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지금 이 순간 나는 발리에 있다. 발리 하면 아름다운 해변에서 한가롭게 썬탠하거나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을 떠올리곤 했는데, 지금 나는 산간지역에 있는 작은 예술마을촌인 우부드(Ubud)에 있다.

여기서 해변으로 가려면 차로 1시간 넘게 달려가야 한단다. 사실, 발리에 올 생각이 없어서 잘 모르고 있던 차에 지난 토요일 저녁, 급작스럽게 일정을 잡으면서 싼 방을 찾다 보니 이리로 오게 된 것이다.

게스트하우스 위치를 역추적하다 보니, 발리가 생각보다 큰 섬에다 우부드가 예술마을촌으로 유명하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알았다. 보통은 여행계획을 짤 때 사전조사를 충분히 하는 스타일인데, 인도네시아에 온 뒤로는 매사 닥치는 대로다.
 
▲ 수라바야에서 발리까지 나를 실어다 준 여행사 차량. 16만루피아(약1만6천원)에 저녁식사와 간식까지 포함되었다. 레이싱을 방불케 하는 곡예운전과 저녁식사 후 쉼 없이 내달리는 통에 온 몸이 뻐근하긴 했지만, 8인 탑승의 쾌적한 공간을 보면, 가격대비, 아주 착한 운송수단이었다.     © 윤경효

 
예술마을 우부드에 와보니...
 
와르다씨의 출장일정이 대개 하루 전에야 공유되어서 부랴부랴 짐 챙기느라 다녀온 곳이 어떤 곳이었는지 나중에야 알게 되는 상황. 예전 같았으면 스트레스 받았을 텐데, 내공이 쌓여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그저 포기한 것인지 가늠할 순 없지만, 어쨌든 생각보다 새로운 상황전개에 잘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UPC친구들이 잘 도와주다 보니, 내심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수라바야(Surabaya, 자바섬 동쪽에 위치한 인도네시아의 2번째 대도시)에서 어제 오후 5시에 출발해 오늘 아침 9시에야 발리의 우부드에 도착, 장장 15시간을 버스에서 보내다 보니, 엉덩이며 허리며 온 몸이 뻐근하다.

사람들이 수라바야에서 가깝다고 해서 싼 값에 발리 일정을 잡은 것인데, 땅덩이 큰 사람들의 거리관념이 다르다는 사실을 깜박한 탓에 내 몸만 고생했다. 쩝. 그래도, 못 올 줄 알았던 발리에서 3박 4일 동안 지낼 수 있게 된 것은 어찌 보면, UPC친구들 덕분이다. 헐~
 
▲ 우부드(Ubud) 중심가에 위치한 갤러리(사진 위). 크고 작은 갤러리, 발리 전통수공예품, 옷 가게가 즐비할 뿐만 아니라 우부드 궁전(Palace) 등에     ©윤경효

▲ 한국의 인사동 같은 전통거리를 걷는데 길바닥 곳곳에 놓여있는 향과 약간의 쌀밥, 꽃잎 등이 눈에 띈다.     © 윤경효

 
환전도 할 겸 주변에 뭐가 있나 길을 걸으며 둘러보는데, 발리사람들이 ‘곤니찌와’ 하며 인사한다. 띠닥 즈팡(일본사람 아니에요), 사야 다리 꼬레아(한국사람이요). 자카르타 공항에서는 나를 중국계 인도네시아사람으로 보더니, 발리에서는 일본사람으로 보는구나. 하긴, 주로 함께 살고 있는 중국인과 여행 오는 일본인들을 많이 보다 보니, 의례히 그리 생각하겠구나 싶다.
 
“내 안에 한국은 있는 거야?”
 
한국의 배드민턴 선수 이용철의 팬이라는 한 가게 점원은 지금까지 자기가 우부드에서 본 한국 사람은 내가 첨이란다. 몽골에 있을 땐 몽골사람, 일본에 있을 땐 일본사람, 인도네시아에 있을 땐 중국 또는 일본사람... 내 안에 한국은 있는 거냐? 헐~
 
하루 종일 걷고 또 걷다 보니 발목이 부었다. 내일은 자전거 트래킹을 하고 모레에는 데일리 투어, 그리고 마지막 날에는 발 마사지도 받고 하루 종일 카페에 들어앉아 책이나 읽어야겠다.

▲ 르공&바롱(Legong & Barong) 힌두교 전통 댄스. 대 힌두 전설인 마합하라타(Mahabharata)에서 나온 이야기를 춤으로 표현한 것인데, 눈의 움직임과 손동작이 인상적이다.     © 윤경효

▲ 인도네시아인 다수는 무슬림인데 족자카르타(Yokjakarta)는 불교문화, 발리는 힌두문화가 대세. 종교문화 충격이 이만저만 아니다.     © 윤경효

 
오랜만에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더니, 온 몸이 노곤하다. 오늘은 깔끔한 침대방에서 모기 걱정 없이 자겠구만... 흐흐 ^^*
 
*짧은 기록*
 
아말리아를 만나다
 
▲ 아말리아 ©윤경효
6월 12일(금). 오후 2시 Utan Kay 68H NGO카페. 전 지구정의연구소(IGJ: Institute for Global Justice) 활동가 아말리아(Amalia)를 만나다. 당일 오전 와르다씨가 갑자기 약속을 잡아주는 바람에 지구정의연구소가 어떤 활동을 하는 곳인지 조사도 못하고 무작정 만나 인터뷰하다.

조직 내 권위적인 문화에 실망하여 연구소를 그만두고 지금은 농민단체에 정책자문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아말리아는 다원주의자로 세상이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사회적 약자들을 지원하는 일을 자청한 열정적인 여인네다.

 
여성운동가 미미를 만나다
 
▲ 미미.     ©윤경효
6월 13일(토) 오전 11시 Zoe Café Depok. 인도네시아여성연합(KPI)의 주민조직담당 미미(MiMi)를 만나, 인도네시아의 전반적인 여성문제에 대해 인터뷰하다.

미미가 생각하는 현재 인도네시아 여성운동의 가장 큰 장벽은 이슬람문화인데, 일부다처제에 가부장적 문화가 많은 여성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고. 여성을 주 대상으로 하여 교육하고 있지만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한다.

혼인법 등 여성인권을 제한하는 법제도를 정비하기 위해 10년을 노력해 오고 있으나 쉽지 않고, 현재 여성위주의 풀뿌리 조직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왈히·자카르타 활동가들
 
6월 15일(월) 오전 10시. 왈히(WALHI) 전국 사무처 정책실장 테구(Teguh)와 왈히-자카르타 사무국 활동가들과 함께 도시환경문제에 대해 토론하다.

솔직히 인도네시아 빈민문제와 연계하여 대도시 내 대기 및 수질오염 문제의 대한 대처가 미비했음을 인정하고 향후 도시환경문제를 다루기 위해 일부 활동가가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현재, 왈히가 주요하게 관심을 두고 있는 문제는REDD(Reduce Emission on Development & Deforestation)로 숲 조성을 통한 이산화탄소 감축활동인데, 칼리만탄섬 숲 파괴 방지 및 재조림 재원마련 문제 등에 대해 국내외적으로 연대 또는 반대 등의 활동하고 있다.
 
UPC 활동가 12시간토론
 
6월 17일(수) 오전 10시 UPC 사무실. UPLink 전국회의가 소집되어, 총 14개 지역 중에서 12개 지역 활동가들이 참가하다. 6월 17일 현재 총 76만5천693명이 정치협약(Contrak Politik)에 서명하고 총 8만2천 달러(미국) 비용이 소요된 캠페인의 1백만 표를 누구에게 던질 것인가에 대해 장장 12시간 동안 토론하다.

▲ UPLink 전국회의가 소집되어, 총 14개 지역 중에서 12개 지역 활동가들이 빈민 1백만표 정치협상 대상을 고르는 토론을 하고있다.     © 윤경효

 
각 지역별 주민들의 정치성향에 대해 공유하는데, 전반적으로 유도유노 현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가 높고, 최근에 유세프 깔라 후보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고. UPLink의 면담요청결과 메가와티 후보는 연락이 없고, 와르다씨가 유도유노 현 대통령과 면담했으나 정치협약에 대해 부정적인 의사를 보이므로, 그나마 주민들과 면담했던 유세프 깔라 후보와 협상을 하여 정치협약을 체결하는 쪽으로 전략을 정하다.

Better of the Bad. 유세프 깔라가 당선되든 되지 않든, 대선 이후에도 1백만 명의 사람들을 조직화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선거일 후 다시 모여 논의하기로 하다.

혼인법 수정 워크숍
 
6월 18일(목). 오전 11시. Munik Restaurant, East Jakarta. LBH-APIK이 개최하는 ‘혼인법 수정 워크숍’에 참석하다. 일부다처제 등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혼인법을 수정하기 위하여 여러 여성단체 및 성소수자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하여 수정법안에 반영되어야 하는 내용들에 대해 논의하다.

▲ 6월 18일(목). 오전 11시. Munik Restaurant, East Jakarta. LBH-APIK이 개최하는 ‘혼인법 수정 워크숍’에 참석하다.     © 윤경효

 
5시간 동안 진행되는 회의에서 알아듣는 것은 몇 개 단어와 웃음소리가 다였으나,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대강의 논의 내용이 이해되다. 참으로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신기가 발휘되는 것인가. 헐~ 혼인법 개정에 동성애자의 혼인도 법적으로 가능케 하고자 성소수자단체 관계자가 참여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대초원에서 유라시아 환경보고서를 띄우던 경효. 인도네시아에서 시작해 말레이시아, 태국, 버마, 캄보디아로 1년여 장도의 동남아시아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기행문을 써온 제가 이번엔 영국 쉐필드에 왔습니다. 쉐필드대학 석사과정에서 공부하려고요. 이젠 유학일기로 관심을 좀 끌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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