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투표하되 눈 막고 귀닫고 하라? 어른들의 독선·이기 가관

이영일 | 기사입력 2020/02/28 [14:58]

청소년 투표하되 눈 막고 귀닫고 하라? 어른들의 독선·이기 가관

이영일 | 입력 : 2020/02/28 [14:58]

요새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모의선거를 두고 말들이 많다. 보수 진영에서는 청소년들이 학교안에서 무분별한 선거운동으로 학교가 난장판이 될것처럼 근거없는 우려를 계속 쏟아내고 있고, 중앙선관위는 자기네들이 불과 4개월전에 한국선거방송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들의 모의선거가 살아있는 민주시민교육이라며 권장해 놓고 이제와선 서울시교육청에서 추진해던 ‘학생 모의 투표’를 금지시키기도 했다.

 

모의선거 금지 이유는 더 기가 막히다.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핵심인데, 서울시교육청의 모의선거 결과는 총선 다음날인 16일에 공개된다. 참 궁색하기 이를데가 없다.

 

이제는 야권에서 학교안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자유한국당 모 의원은 같은 당 9명과 함께 18세 선거권으로 인해 학교안에서 다른 학생을 대상으로 무분별하게 선거운동을 함으로써 교육활동과 학습에 잘못된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며 지난 1월 31일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 주요 내용은 <학생은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 안에서 특정한 정당이나 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하여 다른 학생의 학습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즉, 학교 안에서 선거에 대해 논하지 말라는 얘기나 진배가 없다.

 

▲ 한국청소년정책연대가 53만 청소년 투표 참여 캠페인을 통해 청소년 참정권의 중요성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영일

 

그런데 이 국회의원은 2017년 6월 바른정당 의원 시절 "18세에 도달한 청소년은 이미 정치·사회의 민주화, 교육수준의 향상 등으로 인해 독자적인 인지능력을 갖추고 소신 있는 정치적 판단을 통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며 선거연령을 18세로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도 있었다.

 

누구는 3년전에 청소년이 소신 있는 정치적 판단을 통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해 놓고선 이제 와 청소년이 무분별하게 선거운동을 할지 모르니 규제해야 한다고 하고, 청소년 모의선거가 아주 좋은 산교육이라고 해놓고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선관위도 그렇고, 최근 이 18세 청소년 선거를 두고 행해지는 광경은 그야말로 청소년만도 못한 어른들의 독선과 이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아니할 수 없다.

 

물론, 학교안에서 과도한 선거 집착으로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당연히 규제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 모의선거의 필요성은 더욱 확연해진다. 태어나 처음으로 투표에 임하는 청소년들이 어른들의 그 파렴치하고 지저분한 선거운동을 배우고 답습하지 못하도록 바르게 가르치고 어떻게 투표에 임해야 하는지 직접 모의선거를 통해 학습하고 느끼도록 해야 하는 것이 어른들의 의무다.

 

그럼에도 이의 의무는 방기하면서 청소년은 미성숙하므로 투표는 하되 눈막고 귀 닫고 하라는 건 폭력이다. 청소년은 미래의 주인공이라면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청소년을 아둔하고 생각없는 아메바 취급을 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참으로 가관이 아닐 수 없는 형국이다.

 
경희대NGO대학원에서 NGO정책관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과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은 후 한겨레전문필진, 동아일보e포터, 중앙일보 사이버칼럼니스트, 한국일보 디지털특파원,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참여정부 시절 서울북부지방법원 국선변호감독위원, 대통령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삼청교육피해자보상심의위원등 다양한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2015년 사회비평칼럼집 "NGO시선"과 2019년 "일본의 학교는 어떻게 지역과 협력할까"를 출간했고 오마이뉴스 등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평론가로 글을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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