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책임, 그리고 예산낭비

[경제제언] 물질 앞세우는 자본주의 문제점 고칠 대안으로서...

이무성 | 기사입력 2009/05/10 [21:05]

기업의 사회적책임, 그리고 예산낭비

[경제제언] 물질 앞세우는 자본주의 문제점 고칠 대안으로서...

이무성 | 입력 : 2009/05/10 [21:05]
학문영역의 경계가 해체되고 있다. 그만큼 사회현상에 대한 분석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행해지고 있다는 징표이다. 그 중 하나가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경제윤리'라는 학문 영역이 있다. 독일 등 유럽을 중심으로 '돈'으로 대표되는 물질을 우선시하는 자본의 가치추구 문제점을 분석하고 바람직한 사회를 지향하는 대안 제시를 위해 꾸준히 연구활동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주관적인 가치판단으로서 '윤리'라는 영역에 다소 어울릴 것  같지 않는 '경제'가 결합되어 있는 형식인데, 국내에서는 한신대 강원돈 교수 등이 기독교윤리에서 출발하여 이를 경제에 적용시키고 있다. 작본의 횡포가 맹위를 떨치는 세상이니 후세들에게 권장할만한 학문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닫혀 있는 학교, 제도권에 갖힌 학생들이 이런 학문을 접할 기회는 별로 많지 않을 것 같다. 대학입학을 최고의 목표로 창의력과 무관한 암기위주의 지식에 내몰리는 학생들이 관심을 갖기는 쉽지 않을 성 싶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일부 종교인들이 이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경제윤리 측면에서 최근 제기되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CSR)이라는 개념이 있다. 고용, 친환경 경영, 주민과 소통, 그리고 문화사회적 각종 보편적가치 향상을 위한 노력 등을 포괄한 것인데, 요즘 일부 기업과 시민사회 안에서 회자·논의 되고 있는 화두이다.
 
최근 정부가 중소기업에게도 사회적책임 실천을 주문하고 있다고 한다. 이익만을 앞세우는 영리조직체인 기업에게 사회와 동반자로서 역할을 주문한 셈이다. 일부 대기업이 사회공헌팀을 만들고 초보적 실천을 하는 초기단계를 넘어 영리조직체(PO) 전체로 확산할 수 있을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를 할 수 있다. 

자본주의 경제학의 시조로 평가되는 아담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서 개인이 자신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열심히 뛰면 사회적으로 이득이 된다고 설파하였다. 이 주장을 교조로 한 자본주의 원칙을 준수해, 선진국들은 일정부분 물질적인 풍요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들 국가에서 반대급부 현상도 커졌다. 그 중 대표적인 게 빈익빈 부익부 현상인데, '부'의 집중에 따른 인간소외 등 사회윤리의 황폐화와 사회해체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서 영리추구 이면에 무시되는 사회적책임이라는 윤리적인 측면을 강조, '경제윤리' 개념이 생긴 것이다. 
 
정부는 금년 중소기업청을 통하여 경제윤리의 초기단계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을 위한 컨설팅비용의 일부를 지원키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책 실효성 여부는 아직 부정적이다. 실질적인 참여의지가 동반되지 않는 물질적인 지원은 예산낭비를 부를 수 있어서다.
 
한국의 많은 정책 중 특히 경제분야는 법령 등 형식적으로는 좋은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이를 구현하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단순히 외국 사례를 모방하다보니 당연히 예견된 것이다.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는 정책은 국민 혈세의 낭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이런 정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고 전문가의 양성 등 사회기반 조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할 일이다.
(현)대안대학 녹색대학교 교수(사회읽기), 경제평론/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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