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념의 바다 한가운데 껴묻힌 원시땅

[녹색반가사유-제주②] 격정과 고요로 출렁이는 남단 화산섬

정미경 | 기사입력 2008/09/18 [10:44]

상념의 바다 한가운데 껴묻힌 원시땅

[녹색반가사유-제주②] 격정과 고요로 출렁이는 남단 화산섬

정미경 | 입력 : 2008/09/18 [10:44]
완만하면서도 높푸른 한라산. 삽짝문만 나서면 눈앞에 나타났던 동구 같은 마루금에는 한시도 멈추지 못하는 물결이 일렁이고 있습니다.
 
▲ 완만하면서도 높푸른 한라산.     ©정미경


초원의 물결 속에 갇힌 푸르른 구상나무와 시리고 눈부신 남빛 하늘가로 낮게 흐르는 구름은 왜 그리도 서러운 것인지… 짙푸른 언덕너머 펼쳐진 바다 속으로 뭉실 피어나는 구름은 또한 왜 그리도 나를 외롭게 만드는 것인지….  화산회토로 구성되어 비가 오는 즉시 스며든다는 건천화된 골짜기엔 언제나 검은 돌만이 나뒹굴고 있습니다.  

추억의 갈피 속에 박혀버린 빛바랜 이끼폭포는 어디 있고, 살을 밸 것 같은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눈꽃나무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곡벽과 나무 벼랑에 어김없이 피어나는 야생초들, 그리고 그들을 감싸고도는 연무들.

▲ 푸르른 구상나무숲과 낮게 흐르는 구름.     © 정미경

 
부챗살처럼 퍼져가는 하천과 때로는 깔때기 모양으로 모여드는 이른바 방사상과 구심상의 모양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하천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한라산을 연봉으로 에워싼 오름은 정말이지 이 산이 예사 산이 아님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강우에 의한 지하수 함양의 원천이 되고 있는 오름은 사시사철 흐름이 끊기지 않는 야생초의 천국, 당연히 온갖 다양한 동물들의 둘도 없는 보금자리로 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품에 받아들인 물을 해안가 용천수로 뿜어줌으로써 비로소 사람이 끼어 살 수 있는 섬으로 될 수 있게 하였다는 사실 앞에서 저려 오는 감동은 도대체 어찌할까!
 
▲ 곡벽과 나무 벼랑에 어김없이 피어나는 야생초, 곰취     ©정미경


신열처럼 들끓었던 옛날의 격정은 온데간데없이 한가로이 걸터앉아 쉬어가는 구름들의 안식처로서, 다만 그렇게 있을 뿐입니다. 기슭의 바위에는 희뿌연 지의류가 번져가고 짙푸른 이끼는 날 세는 줄도 모른 채 퍼져가는 날,  활짝 펼친 관중은 이곳이 원시의 숲임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지요.
 
움푹 파인 바위틈새에 고인 물과 양지쪽 틈새에서 피어나는 앙증맞은 한 송이 꽃은 백록담의 노루와 어찌도 그렇게 닮았는지, 정말이지 평온은 온갖 풍파를 마다하지를 않습니다.
 
▲ 끝간데 없이 이어지는 원시의 숲바다.     ©정미경


이끼와 풀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노거수의 기품과, 비록 세어버린 품새이지만 대접받는 나목(裸木)이 있어 그 이유를 어렴풋하게 가늠할 수가 있습니다. 나목은 땅거미 진후에 홀로 나타나는 샛별처럼, 하나씩 둘씩 드러나는 어둠속의 별들처럼 곳곳에 박혀, 숲을 지켜주고 있어요. 

그 언덕, 그 기슭에서 바라보는 낙조의 고즈넉함은 이곳이 바로 생과 사의 분별이 없어진 몽유도임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루엣으로 변한 검은 숲에서 바라보는 노을과 구름 사이로 마주하는 금빛 하늘은 지독하게 따라 다니는 질기디 질긴 에고를 단박에 놓아버리게 하고 맙니다.
 

▲ 한라산 백록담.     © 정미경


 처마와 같은 검은 구름 앞에서 연한 금빛 햇살은 서녘의 구름들을 불그렇게 물들이고 더 이상할 수 없는 빛깔로 윤곽을 만들어 신비의 푸른 빛깔을 띤 하늘 속에 덩그러니 펼쳐 놓아버립니다.
 
그 속에 점점이 박혀 반짝이는 저녁의 별. 그러므로 나는 그 순간, 별이 되었다는 것을 온몸이 저리도록 실감할 수가 있어요.
 
▲ 어둠속의 별들처럼 곳곳에 박혀 숲을 지켜주고 있는 나목(裸木).     ©정미경

 사방이 온통 하늘입니다.
사방이 온통 바다입니다.
사방이 온통 구름입니다.
사방이 온통 바람입니다.
사방이 온통 별들입니다.
별천지입니다.

벼랑 끝에 매달린 이끼위에 내려앉은 이슬마저도 별을 품고 있을 터. 노루의 눈망울에 맺혀있는 별조차 한 가족이지요. 백록담 얕은 물에 담겨진 별무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나목의 가지 사이에 빼꼼 얼굴을 내미는 그 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 별사이를 지나가는 바람은 그 얼마나 서늘한가!
 
▲ 상념의 바다가 온통 한라산을 휘어감고...     ©정미경
 
한라산에 오르면 온통 바다만 보입니다. 경계 없는 하늘바다, 쉼 없는 구름바다, 넘실대는 소리가 귓전을 울릴 것 만 같은 대양의 파도소리, 부서지고 흩어지는 생의 허무함이 진지함으로 와 닿는 상념의 바다가 온통 한라산을 휘어감습니다. 허무함속에서 여실함을 느낄 수 있는 반전의 바다, 외로움 속에서 충일감을 만끽할 수 있는 역설의 바다 말이에요.
 
문득, 파르스름한 저녁하늘에 나를 온전히 집어 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꼈습니다. 어슴푸르른 밤하늘에 박혀있는 별이 되어 나를 바라보며 배시시 웃고 싶어졌습니다.
 

▲ 검은 숲에서 바라보는 노을과 구름 사이로 마주하는 금빛 하늘.     ©정미경

그때 한라산은 이미 바다와 한 몸이 되어있을 터. 껴묻혀 사는 만상과 묻어둔 속내를 나눌 수 있을 테니까.
 
격정과 고요의 이중주는 뇌리를 스치는 한 점 바람으로 속물화되고 있는 나를 새벽의 죽비처럼 흔들어 깨우고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니 벌써 가을이 문지방을 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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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여심 2008/09/23 [23:53] 수정 | 삭제
  • 그리운 조국이여 백두=한라산이 이제야 한몸되여 엄마의 자궁 에서 분열을 하는구려 일억의 한반도 人 이여 한마음 한뜻으로 분열에 열도에서 합체하여 한반도기 맨들고 마르고 않이고 푸르고 넘치지도 말고 정도를 지키며 세계의 중심국가 한반도 만세 합시다.기본을 지키는 韓鞫 조사받은 한국인 되지말고 믿고 의지하며 어려운 분들에게 마음이라도 馮 성풍 하게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회 되도록 하얀 마음 으로 겉은 냉철하게 삶 으로 인생을 허무하게 떠나지 말도록 하는 것이 忠省 살필성 으로 다같이 보호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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