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향봉 아래 '어화' 비경 품은 도동항

[한도훈의 울릉천국여행3] 아침 동해 뚫고 솟아오르는 뜨거운 해...

한도훈 | 기사입력 2015/09/01 [01:27]

망향봉 아래 '어화' 비경 품은 도동항

[한도훈의 울릉천국여행3] 아침 동해 뚫고 솟아오르는 뜨거운 해...

한도훈 | 입력 : 2015/09/01 [01:27]
도동항에 도착하는 배안에서 바라보는 도동항은 환상적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좌우로 우뚝 솟은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쳐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다들 압도당한다. 이탈리아 콜롯세움이나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미국의 그랜드캐년처럼 웅장하지는 않지만 가슴 떨리게 해주는 묘한 매력이 넘친다. 아득히 태고로 돌아가는 기분이랄까...

배에서 내리면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도동항 전체가 눈에 들어오고, 도동항을 수호하는 수호신처럼 우뚝 솟은 관모봉이 반겨준다. 관모봉 뒤로는 울릉도의 전부라 할 수 있는 성인봉이 세상 모든 이치를 다 깨달은 성인처럼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다.

아침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해맞이를 할 수 있는 행남봉이 용처럼 도동항을 감싸며 길게 누워있다. 왼쪽엔 개척기 도동 사람들이 시간이 있을 때마다 먼 고향을 그리워했던 망향봉이 신령스런 기운을 뿜어낸다.

행남봉 뒤편에 병풍처럼 둘러친 소질산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도동항에선 망향봉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서쪽에 보루산이 자리잡고 있다. 이 두 개의 산 사이로 깊은 협곡이 울릉도가 세상에 처음 태어난 250만년부터 오랜 세월 동안 비와 눈에 깎이고 깎여 제법 평평한 평지를 만들어 놓았다. 이곳에 농사를 지어 먹고 살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 들면서 마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 망향봉 삭도전망대에서 바라본 도동항.     © 한도훈

▲ 도동항에 정박해 있는 어선.     © 한도훈

소질산 보루산 협곡사이 평평한 별유천지

도동항은 애초 몽돌이 깔려 있었다. 울릉도 해안엔 모래가 없고 몽돌만 깔려 있다. 거제도 학동몽돌해수욕장은 작은 몽돌이지만 울릉도엔 제법 큰 몽돌로 이루어져 있다. 이 도동 몽돌해안에서 앞으로 길게 이어진 선착장이 만들어졌다. 이때 노를 젓거나 돛을 펼쳐 오징어를 잡던 작은 나무배들은 몽돌해안에 올려놓았다.

옛날에는 다들 나무배를 타고 노를 저어 앞바다로 나가 오징어를 잡았다. 이때 캄캄한 한밤중에 호롱불을 켜면 오징어들이 몰려드는데 이들을 유인해서 낚시로 잡았다. 지금처럼 엔진이 달린 배는 한 척도 없었다.

울릉도가 조선시대 오랜 공도시절을 보낸 뒤 개척민이 들어오게 된 것은 조선 고종 19년인 1882년도부터이다. 이때 울릉도개척령이 반포되어 개척민들에게 면세조치를 내렸다. 울릉도 앞바다에서 아무리 많은 오징어를 잡아 말려서 팔고, 미역·다시마 같은 해산물을 따서 팔아도 세금을 거두지 않았다. 세금을 내지 않으니 천국이나 다름없는 면세특별지역이었다. ‘울릉천국’은 이때부터 탄생했다. 이로 인해 많은 개척민들이 울릉도로 도동항으로 몰려들었다.

그런데 도동엔 일본인들이 울릉도를 불법으로 차지하고 자신들이 스스로 자치지휘소인 도방청(道方廳)을 만들어 운영했다. 1882년 울릉도를 샅샅이 뒤졌던 이규원 울릉도 검찰사 일기에서도 도동을 도방청 포구(道方廳浦口)라고 기록했다. 이 도방청은 당시 도동항에서 번화한 곳을 가리켰다. 현재의 도동 선착장에서 안쪽으로 들어간 곳이다. 이후 사람들이 도동에 들어와 살게 되면서 이때 일본의 도방청에서 ‘도(道)’ 자를 따서 도동(道洞)이라 하였다. 그렇게 보면 도동항이 일본인의 영향을 가장 받은 곳이 되어 버렸다.

일본인 제재업자(製材業者)이면서 고리대금업자인 사카모토 나이지로(坂本來次郞)가 건립한 일본 주택인 이영관 가옥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일본인은 당시 울릉도민들을 상대로 고율의 고리채로 무지막지하게 피를 빨아먹었다. 관광객들은 독도를 일본땅이라고 우기고 있는 판에 일제 건물인 이영관 가옥을 도동항에 버젓이 두고 있다고 문제제기를 하기도 한다.

개척민들이 도동항에 닻을 처음 내린 뒤부터 많은 사람들이 도동항을 거점으로 해서 삶을 꾸려가기 시작했다. 도방청이 있는 곳은 ‘도동’이라고 했고, 그 위쪽으로 바위로 굴을 만들어 얼음을 저장했던 석빙고가 있던 마을이라고 해서 빙곡, 빙고골, 빙구골로 불리던 마을이 있었다. 도동 파출소 근방이다.
 
▲ 산언덕에서 바라본 도동시내.     © 한도훈
▲ 여객선이 정박한 도동항.     © 한도훈

칠흑같은 밤 호롱불로 오징어 유인하던...

그 위쪽으로는 깍깨등이 있었다. 깍새등이라고도 한다. 깍새는 참새를 닮은 슴새를 가리키는데 울릉도엔 이제 이 슴새가 거의 없다. 사람들이 배가 고파서 이 슴새를 많이들 잡아먹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울릉도에선 멸종 위기를 맞았고 대신 독도에서 슴새 후손들이 목숨줄을 이어가고 있다. 깍깨등은 대원사 절이 있던 근방이다. 그리고 소를 잡던 도축장이 있던 곳이라 해서 도치장으로 불린 마을이 있었다. 이들 마을을 모두 포함해서 도동항이라 한다.

이때에는 갈참나무 껍질로 지붕을 이은 너와집이나 울릉도 특유의 새로 지붕을 이은 투막집이 대부분이었다. 이후 70년대 새마을 운동이 벌어지면서 이들 너와집이나 투막집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쓰레이트 지붕으로 대체가 되었다. 지금은 이 너와집, 투막집은 나리분지, 알봉분지에나 가야 만나 볼 수 있다.

일제시대 때는 한달에 4번 정도 300톤급 여객선이 도동항에 입항했다. 이후 해방이 되면서는 대한해운공사에서 500톤급 여객선을 취항했지만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운행을 중단했다. 세월이 빠르게 흘러서 박정희가 쿠테타로 정권을 잡은 뒤 울릉도를 방문했다. 이때부터 울릉도가 본격적으로 개발되면서 도동항에 새로운 선착장이 만들어지고 수많은 집들이 들어서게 되는 일대 전기가 마련되었다.

1963년부터 대한해운공사에서 제작한 포항과 도동항을 오가던 청룡호 시대를 열었다. 이 청룡호는 사진으로 많이 남아 있어 그때 모습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청룡호는 350톤의 철선으로 많은 승객들을 실어 날랐다. 이때에는 경상북도 울진군 후포항에서 출발해 꼬박 하루를 보내야만 도동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도동항 부두가 만들어지기 전이어서 청룡호는 도동항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 정박한 다음 뱃고동을 울리면 전마선이 달려나와 굵은 밧줄을 해안에 묶었다. 그런 다음 무동력선인 하시게(부선)가 승객들을 30-40명씩 옮겨 실어 날랐다. 성질 급한 사람들이 서로 먼저 하시게에 옮겨 타려다가 물속에 빠져 허우적거리기 일쑤였다. 그 놈의 급한 성질 때문에 바닷물 깨나 먹어야 했다. 이후 1977년도에 808톤인 한일호가 취항하면서 청룡호 시대는 막을 내렸다. 이때 포항에서 6시간, 후포에서 4시간이 걸렸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한일호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포항과 도동항을 운항하는 배로는 썬플라워호로 3시간 가량 걸린다. 강원도 묵호에서 도동항까지 운항하는 배인 오현플라워호, 씨플라워호는 2반 30분 정도가 걸린다. 독도를 운항하는 배로는 오션플라워호, 독도사랑호, 삼봉호가 운항 중에 있다. 왕복 4간 정도 소요된다.
▲ 고리대금업자인 사카모토 나이지로(坂本來次郞)가 건립한 일본 주택인 이영관 가옥.     © 한도훈
▲ 너와집이 있던 옛도동항 전경.     © 한도훈


너와집 투막집 정취 새마을운동에 사라지고

울릉군청은 동쪽 소질산 언덕빼기에 자리를 잡고 있고, 울릉교육청은 맞은편 망향봉 산자락이 이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망향봉으로 오르는 길에는 울릉향토사료관, 독도박물관이 자리잡고 있고, 독도전망대로 가는 케이블카가 운행 중에 있다. 꼭 만나보아야할 것은 울릉도·독도를 우리땅이라고 일본으로부터 약속을 받아낸 안용복 장군의 충혼비이다.

그리고 도동항 입구부터 시작하는 행남등대를 거쳐 저동까지 가는 해안산책로가 마련되어 있고, 오른쪽엔 사동까지 가는 해안산책로가 건설되어 있다.

울릉도를 찾은 모든 관광객들은 도동항을 거쳐 저동이나 사동, 통구미, 남양, 학포, 현포, 추산, 천부, 섬목 등으로 여행을 떠난다. 관광버스나 관광택시를 타기도 하고, 그냥 울릉도를 해안도로를 따라 운행하는 버스를 타기도 한다.

더러 승용차를 렌트해서 자신이 직접 운전하면서 여행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아주 드물게 배낭을 메고 옛길인 울릉둘레길을 걷거나 해안으로 연결된 버스길을 걸어서 여행하기도 한다. 울릉도를 한바퀴 빙 돌며 여행하고, 죽도를 여행하거나 독도를 여행하기도 한다. 사실 울릉도를 여행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울릉도를 구경하고 독도까지 구경한다.

망향봉에서 도동항을 내려다보면 빼어난 경치 속에 그림처럼 아름다운 도동항이 펼쳐진다. 유월 초여름부터 구월 초가을까지 밤이면 밤마다 저동앞바다, 도동앞바다엔 오징어잡이 배로 밤꽃이 활짝 피어난다. 어화(漁火). 아침이면 동해바다를 뚫고 솟아오르는 뜨거운 해를 만난다.

“도동항이여! 태고의 비경을 뚫고 환상적인 해가 뜨는 섬이여!”

시집 '코피의 향기'를 쓴 시인 한도훈입니다. 어린이소설로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를 우리나라 최초로 집필했습니다. 부천시민신문, 미추홀신문, 잡지 사람과 사람들을 통해 언론인으로써 사명을 다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콩나문신문에 '부천이야기'를 연재하고 있고, 울릉도, 서천, 군산, 제주도 등지의 여행기를 집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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