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알프스 설원 위 짜릿한 즐거움
스위스통신 해발 2000미터 스톡클리에 펼쳐진 광대한 백설의...
프리다 | 입력 : 2007/12/13 [06:25]
늘 잿빛하늘, 간혹 드물게 비치는 햇빛도 의식하지 못할 만큼 분주한 생활을 뒤로 하고 곧 한국으로 귀국하게 될 지인의 가족들과 함께 스키 장비들을 챙겼다. 아이들은 함성을 지르고, 어른들은 나이를 의식해서인지, 제대로 탈 수 있을까 조심스레 설레어 본다.
눈이 내린 겨울이지만 하얀 눈 아래로 초록빛을 잃지 않는 드넓은 초원을 경이롭게 바라보며 꼬불꼬불한 길을 달린 자동차가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해발2000m 높이의 알프스 스톡클리(Stockli) 설원에서 펼쳐지는 광대한 백설의 자연을 누비는 스키어들의 경쾌한 몸짓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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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자연(自然)이란 스스로 존재하는 그 자체(스스로 자, 그럴 연). 더 쉽게 말하면 인공(人工)의 반대다. 사람. 가장 위대한 지적 존재. 그러나 사람이 지구상에서 자연을 거역하는, 아니 자연을 훼손하는 유일한 생물체라는 사실을 혹시 알고 계신지...
심각한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어머니 지구(Mother Earth)’의 수명이 거듭 단축된 끝에 이제는 가시권 내로 들어온 이즈음, 자연을 대하는 우리의 시각과 태도는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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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여 새하얀 ‘산의 바다’, 그 산의 계곡을 덮은 ‘구름의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저 설산에서, 그 운해의 위아래에서 스키를 탄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겨지지 않는다. 운해 아래의 잿빛 삶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옷 위에 앉은 눈을 털어내듯 무거운 일상을 털어버리자 저 푸른 하늘 만큼 마음이 맑아지니, 백 번 이곳에 오기를 잘 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차가운 바람에도 아랑곳 없이 혈기서린 몸은 덥고 무거운 스키와 장화의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눈을 헤치고 허벅지까지 빠지는 깊은 눈 속을 헤치는 터프 함, 나무 사이를 헤치며 나아가는 스릴감, 아무도 손대지 않은 고운 설 면을 처음으로 지치는 설렘... 그러나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감춰진 채 전혀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속살을 두루 감상하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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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흔들리던 몸은 저녁이 되어서야 진정성을 되찾았다. 산 아래로 지는 살구 빛 노을을 바라보며, 사실은 저 태양이 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고 있다는 의식을 가지고 다시 바라보니 산 그림자가 하나하나 땅을 밟아 나가는 것이 보인다.
설원 위에서의 겨울 밤, 인사 한마디 못하고 헤어진 옛사랑이 생각날 법도 하다. 커피를 새로 끓여 마시고 편지를 쓸 수 있다면....사랑했던 기억과 사랑받은 기억이 남아 있다고, 나쁜 기억과 슬픈 기억은 다 잊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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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대작하는데 산꽃이 피네 한 잔 한 잔 또 한 잔 마시다 보니 나는 취하여 잠이 오니 자네는 가게 내일 아침 생각나면 거문고 안고 다시 오게
하늘에 총총이 박혀 있는 별들을 바라보며 슬며시 술 생각이 난다. 쓸쓸함 탓일까? 이백의 산중대작(山中對酌)을 읽으며 그대와 밤새도록 마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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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함께 잠을 자보는 여자아이들의 수다소리, 키득거리는 소리에 얼른 다시 현실을 마주한다. 내일은 산을 내려 갈 것이고, 맑은 저 하늘에 언젠가 다시 먹구름이 낄 것이고 또 다시 해가 날 것이다.
영원한 것은 이 세상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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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미 2007/12/20 [09:02] 수정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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