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와요, 여기 하아얀 눈이 와요"

스위스통신 "날고 느끼고 춤추고 사랑할 수 있는 자유를 다..."

프리다 | 기사입력 2007/11/17 [09:51]

"눈이 와요, 여기 하아얀 눈이 와요"

스위스통신 "날고 느끼고 춤추고 사랑할 수 있는 자유를 다..."

프리다 | 입력 : 2007/11/17 [09:51]
▲     © 프리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너무 따뜻해진 겨울, 해마다 스키장들은 파산지경이라고 걱정했는데 올해는 예외가 되어줄까? 
 
며칠 희뿌연 먼지 같은 눈이 나리더니 지난 밤에는 제대로 함박눈이 퍼부었다. 그립다. 그저. 하얀 송이들은 떨어질 이유가 없어 그저 허공에 매달려 반짝이고 있다.
 
아, 이런 순간들 이미 겪었었지. 왔다가 가는 것. 나는 다행히도 가졌다. 바로 자유, 날아갈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춤출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 자유.
 
차가운 설경이 주는 기쁨이 아름답다. 아직도 허공에서 나리고 있는 하얀 세상 한 가운데에서 나를 잃어버린다.
 
내 감정, 내 혼은 가벼운 흔들림과 함께 내 안에서 날아가 어느 나무가 되었다가,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되었다가 또 다시 작은 새 한 마리 되어 쌓인 눈을  떨구며 날아간다.

자연과의 접촉, 기쁨이 가슴 속에서 손가락 끝까지 온 몸으로 춤을 추며 어느새 고향집 앞마당까지 날아간다.
 
▲     © 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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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넓은 개울에 살얼음이 얼고, 아직도 타작을 못한 볏단이 마치 눈사람이 일렬로 정렬해 있는 것 같이 논두렁에 줄가리로 늘어서 있고 그 위로 소복이 눈이 쌓여 있다. 눈이 많이 내리면 산에 사는 산토끼가 수난을 받는다. 오십여 가구가 사는 동네에 눈이 내리면 사내아이들은 산토끼 몰이를 나간다.
 
눈 위의 발자국 따라 어디쯤 숨어 있을 거라 짐작 한다. 산등성이에 그물을 바닥에서부터 한 자 높이로 쳐놓고 양쪽으로 분산하여 소리를 지르면 앞발이 짧은 토끼는 놀라 산등성이로 치달리다 그물에 걸리고 만다.
 
눈이 오면 개들도 무척 좋아한다. 볏단 속에 숨어 참새를 잡기 위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그 바람에 놀란 장끼와 까투리가 푸드덕 하늘로 날아간다. 이제는 꿩몰이가 시작된다. ㅎㅎㅎ 까투리는 눈 속에 머리만 쳐 박고 죽은 듯이 꼼짝 안하고 있어 그냥 손으로 꽉 움켜잡기만 하면 된다.
 
장끼도 같은 방법으로 잡는데 최소 한번 정도는 더 몰아야 잡을 수 있다. 꽁꽁 언 개울에서 썰매를 타기 위해 동네학교 밀창문 밑에 대 놓은 것을 몰래 떼어다가 썰매 밑에 대고 막대기를 찍으며 신나게 탄다. 산에 있는 소나무를 잘라 깎아서 팽이를 만들다 잘 들지도 않는 낫 때문에 손을 베는 것은 다반사. 썰매 꼬챙이에 발등을 찍히고 눈까지 다친 아이들이 있다. 
 
그립다. 기나긴 겨울 밤 화로 가에 앉아 군밤을 구워 먹고, 잔치 때 쓰고 남은 딱딱하게 굳은 가래떡 구워 먹으며 지내던  내 고향. 야밤에 ‘앙꼬 모찌나 당고'를 외치던 아저씨의 목소리까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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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와요
 
하얀 눈,  눈이 와요
곰방대 연기, 까맣게
할아버지 가슴에  타던 날
아가야!  눈이로구나
하얀 눈이로구나
 
폭격 맞은 그  자리에
무덤자리  마련하고
숨겨 둔 사과  얹어
작별인사 올릴 때에
총부리 들이대던
로스께도 눈에 젖었다
 
꽃같은 친우들 뒤로하고
사선을 넘었다지요
철길따라 강길따라
자유를 위해
먼  길 다시  돌아오리라
굳은 언약 하셨다지요
 
하세월의  백발로도
잊지를 못해
흰 벌판의 정적처럼
우뚝서 말문 잃고
소복의 여인되어
잊히도록 산다고 했지요
 
세월은 해마다
눈으로  찾아와서
어르신네  산하에
하얗게  쌓일  때에
겨울산에 할아버지
강산과 함께  울어요
 
하얀, 눈이 와요
가신  님들 소리없이
눈으로  찾아와서
어여뿐  내 고향에
소복소복  쌓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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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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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다 2007/11/19 [18:39] 수정 | 삭제
  • 너무 아파서 눈물이 찔금 나오는데....
    그래도 눈물 반짝이며 웃었지요.^^~
  • 평화사랑 2007/11/19 [11:45] 수정 | 삭제
  • 엉덩이 쥑이게 아퍼요. 돌멩이에 찍히면. 똥 침 제대로 맞았을 때 그 아픔 아시나요?
  • 자미 2007/11/19 [07:12] 수정 | 삭제
  • 짚을 넣어
    언덕에 올라 씨융~ 눈썰매 타던 추억도 있어요.
    꽁꽁 얼었지만 따스했던 그해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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