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혁명을 꿈꾸는 한 수녀원

스위스통신 자신과 세상을 구원하고 평화롭게 치유하는 영성공동체

프리다 | 기사입력 2007/06/28 [21:25]

아름다운 혁명을 꿈꾸는 한 수녀원

스위스통신 자신과 세상을 구원하고 평화롭게 치유하는 영성공동체

프리다 | 입력 : 2007/06/28 [21:25]
여러 선진국에서 풀지 못하고 있는 숙제 중에서 첫째는 단연 고령화사회에 대한 대책이다. 누구나 은퇴를 원치 않으며, 지속적인 사회활동을 희망하며, 건강하게 늙는 방법을 모색하고 더 오래 젊게 살고자 노력한다. 인생의 꼭지점에 도달한 시점, 무기력하게 흙으로 돌아가는 날을 기다리기 보다는 다시 에너지를 모으고 온 힘을 다하여 자신과 세상을 구원하는 일에 동참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혁명이 필요하다.
 
여기에 자신과 세상의 변형을 꾀한 아름다운 혁명을 실천하는 한 수녀할머니공동체를 소개한다. 바로 라이나우 수녀원. 이 곳 수녀들은 깊은 신앙생활에서 활력을 얻고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팔딱팔딱 뛰어오르는 생생한 영성을 경험하며 우울한 세상을 평화롭게 치유하고 서로가 가진 것을 마음으로 나누는 행복한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 라이나우 수녀원 전경.     © 프리다

▲ 수녀원 내 한 건물     © 프리다


이 공동체의 기원은 스위스 쌍 갈렌(St.Gallen)주의 엄격한 은둔주의 카프친 교단의 한 수도원이다. 이 수녀원은 설립 후 수 년간의 어려움을 뒤로 하고 1993년 카프친 교단의 한 수도원으로 정식 인가를 받고, 1998년 10월 여섯명의 수녀님들이 이 공동체에 영원한 서원을 했다.
 
수녀님들은 모두 보라색 수건을 쓰고 있는데, 보라색은 빨강색과 파랑색의 배합이다.
빨강색은 그리스도의 피를 상징하며 파랑색은 하늘이라는 뜻과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이 하나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또 보라색은 그리스도의 수난 그리고 충성의 심볼이기도 하다.

이 수녀원의 입회는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여성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원장수녀인 마리아 크리스티나 수녀님은 스위스 최대 식품유통업체인 미그로(Migro)의 매니저로 일 했으며 은퇴 후 재산과 가진 모든 것을 사회에 헌납하고 직장 경력 증명서 한 장만 들고 들어 왔다고 설명했다.

▲ 수녀원 안 강변 도로.     © 프리다

▲ 수녀원 방문자들과 담소 중인 수녀들.     © 프리다


지금은 약 20명의 수녀님들이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으며 각자 맡은 일(청소, 요리, 상담, 합창... 등)을 나누어 봉사하며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에 걸쳐 약 200명의 회원들이 있다. 이 회원들은 모두 남편이 먼저 죽는 등 혼자 남게 될 경우 이 수녀원의 수녀가 되기로 약속한 사람들이다.
 
물비늘 반짝이는 라인강변에 있는 이 수녀원 주변의 배경 여기저기 푸릇푸릇한 들녘에서 소, 양, 염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정경과 유명한 할라우(Hallau) 포도주 지역 재배지의 푸른 포도넝쿨이 끝없이 이어진다. 외지인의 눈에 이 풍경이 부러움을 사는 것은 비단 먹고 살기에 넉넉해 보이는 풍경만이 아닐 것이다. 이 수녀원은 다른 봉쇄수녀원과 다르다.
 
이른 아침부터 할머니수녀님들이  문을 활짝 열고 일반인 누구에게나 개방하고 기도와 미사를 함께 드리며 주변 마을사람들의 대소사를 함께 한다. 멀리 알바니아에서도 소문을 듣고 장애인 어린이를 데리고 와서 치유의 기도를 부탁하기도 한다.

▲ 방문객들과 언제든 자유롭게 대화하는 이 곳 수녀원의 분위기는 다른 곳과는 좀 다르다.     © 프리다

▲ 크리스티나 수녀원장.(사진 가운데)     © 프리다
 
수녀님들은 매주 알콜중독과 마약중독의 치유와 예방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들을 위한 치료와 봉사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삶의 정체성을 잃고 우울증과 자신이 누구인지 더 이상 모르는 시점에서 다시 이웃과 갈라지지 않는 사랑과 거룩한 갈망을 채워 주는 곳, 이 곳 수녀원에서 아름다운 혁명이 시작된다.
 
손님 또는 처음 방문한 사람들에게 베푸는 차와 커피, 식사까지 할머니수녀님들의 융숭한 대접을 받은  필자는 이들의 아름다운 삶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은퇴 후 한국으로 돌아갈까, 이 수녀원으로 들어올까 고민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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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거리 2007/07/05 [14:02] 수정 | 삭제
  • 도올이 어느 책에서 그랬던가요.
    이 시대의 영웅은 무슨 대단한 일을 해서가 아니고
    하루를 잘보내어 을 잘 보게된다면, 그가 곧 영웅이다.
    수녀님들이 추구해가는 위와같은 삶이야말로 참으로 잔잔한
    革命같아 보입니다. 꼬뮨이라는 것이 결국은 서로 위해주는
    공동체적 삶일테니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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