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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아이들을 가르치려는 내 자신이 무서워졌다.”
한 현직 교사의 이 말은 단순한 푸념이 아니다.
대한민국 공교육 현장이 마주한 깊은 균열의 단면이다.
교무실의 공기는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한때 교육에 대한 사명감으로 교단을 지키던 베테랑 교사들은 명예퇴직을 서두르고 있고, 어렵게 임용고시를 통과한 젊은 교사들조차 몇 해를 버티지 못한 채 교단을 떠날 고민에 빠져 있다.
학교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정작 교실을 떠받쳐야 할 ‘좋은 교사’들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그 공백은 단순한 인력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의 토대가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음에 가깝다.
정부와 국회는 교권 추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른바 ‘교권 4법’을 통과시켰다. 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은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보호하고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방어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교권보호위원회를 학교 밖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고, 악성 민원과 무리한 직위해제에 일정 부분 제동을 건 것도 변화로 평가받는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제도는 상당 부분 정비된 듯 보인다. 하지만 정작 현장의 목소리는 냉랭하다. 법은 만들어졌지만 교실의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이제 학생을 지도하는 순간조차 스스로를 검열한다. 아이의 행동을 제지하기 전, 어떤 표현이 문제가 될지 먼저 계산해야 하고, 생활지도 하나에도 혹시 모를 분쟁을 대비해 기록을 남겨야 한다.
교육적 판단보다 법적 리스크 관리가 우선되는 기형적 현실 속에서, 교실은 점차 교육의 공간이 아닌 감정 소송의 전초기지로 변해가고 있다.
특히 현장의 교사들이 가장 큰 압박으로 꼽는 것은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조항이다. 문제는 그 기준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데 있다.
“기분이 상했다”, “위축감을 느꼈다”, “창피했다”는 주관적 감정이 신고의 근거가 되는 순간, 교사는 생활지도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스스로를 방어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린다.
교사들은 말한다. 신고 결과보다 더 두려운 것은 신고 과정 자체라고. 경찰 조사와 교육청 조사, 주변의 시선, 학교 내 고립감은 교사 개인에게 심각한 정신적 외상을 남긴다. 무죄가 입증되더라도 이미 교사로서의 자존감과 교육적 권위는 크게 훼손된 뒤다.
이 구조 속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사람들은 아이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책임지려 했던 교사들이다. 무관심한 교사보다 오히려 책임감 강한 교사들이 더 빨리 소진되고 떠난다. 교육 현장은 그렇게 ‘열정의 증발’이라는 조용한 붕괴를 겪고 있다.
문제는 이를 단순히 교사의 권리 문제로만 바라볼 수 없다는 점이다. 교권은 교사 개인의 특권이 아니라 학생의 학습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기반이다. 교사가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을 제지할 실질적 권한을 갖지 못할 때 피해를 입는 것은 다수의 학생들이다. 떠드는 학생 한 명을 통제하지 못하는 교실에서 집중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배울 권리는 순식간에 침해된다.
교권과 학습권은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교권이 무너질 때 학습권도 함께 무너진다. 교사의 권위는 억압의 상징이 아니라 공동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다. 학생이 규칙을 배우고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를 익히는 과정 역시 교사의 지도 속에서 형성된다.
문제 행동 학생에 대한 분리 조치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특정 학생을 배제하기 위한 처벌이 아니라 교실 공동체 전체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교육 과정이다.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배우게 하는 과정이며, 동시에 다른 학생들의 학습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하지만 현재 학교 현장은 이러한 조치조차 교사 개인의 부담으로 전가하는 경우가 많다. 분리 조치 권한은 부여했지만 이를 담당할 전담 인력과 별도 공간, 운영 예산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 결국 다른 교사가 대신 학생을 맡거나, 남는 공간을 임시로 사용하는 식의 임기응변이 반복된다. 제도는 생겼지만 현장을 떠받칠 인프라는 비어 있는 셈이다.
교육계에서는 이제 단순한 법 개정 수준을 넘어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우선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학대 처벌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될 수 있도록 법적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생활지도까지 형사 리스크로 이어지는 현실은 교사의 정상적인 교육활동 자체를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 관리자들의 역할 역시 중요해지고 있다. 교장과 교감은 단순한 행정 책임자가 아니라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하는 최후의 방패막이가 되어야 한다. 민원 발생 시 교사 개인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기는 구조로는 건강한 교육 생태계를 유지할 수 없다.
학부모 문화의 변화 역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학교는 교육 서비스만 제공하는 소비 기관이 아니다. 아이의 성장을 위해 가정과 학교가 함께 책임을 나누는 공동체적 공간이어야 한다. 교사를 불신과 감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문화가 확산될수록, 교실은 교육의 공간이 아니라 방어와 회피의 공간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AI와 첨단 산업, 디지털 전환을 미래 경쟁력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기술을 다루는 사람의 인성과 공동체 의식을 길러내는 곳은 여전히 교실이다. 교육이 무너지면 기술도 지속 가능성을 잃는다. 교사가 아이들의 잘못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두려움이 아닌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하고, 학생 역시 그 지도를 통해 사회의 규칙과 타인에 대한 존중을 배워야 한다.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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