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신문/전태수 기자]얼마 전 기자는 “중동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끝나려면 최소한 세 세력의 계산기에서 동시에 답이 나와야 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미국, 이스라엘, 그리고 이란 혁명수비대. 지금 중동의 전쟁은 총알과 미사일만 오가는 군사충돌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거대한 계산의 전쟁이다.
현재 트럼프의 계산기는 어느 정도 방향이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면전보다 실리적 봉쇄와 제한적 압박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반면 네타냐후의 계산기는 아직 멈추지 않았다. 이란 혁명수비대 역시 물러설 기색이 없다.
특히 혁명수비대는 현재 내부 권력투쟁이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동시에 국내 장악력을 잃지 않기 위해 훨씬 강한 공포정치에 들어갈 가능성이 거론된다. 체제 불안을 차단하기 위해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 수준의 반체제 인사 및 저항세력 처형 가능성까지 국제사회는 우려하고 있다.
지금 중동은 “종전”이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될 상황이 아니다. 겉으로는 긴장이 완화되는 듯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오히려 더 위험한 흐름들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이란전 종전 가능성을 언급하며 프로젝트 프리덤 중단 가능성까지 흘렸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거론하며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던 미국이 갑자기 속도를 늦추는 모양새다.
표면적으로 보면 미국이 평화를 선택한 듯 보인다. 그러나 워싱턴의 속내는 훨씬 복잡하다. 트럼프는 이상주의자가 아니다. 철저하게 손익을 따지는 사업가형 정치인이다. 그가 움직이는 기준은 명분보다 수익에 가깝다.
미국은 지금 감당해야 할 부담이 너무 많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화되고 있고, 중국과의 패권 경쟁은 갈수록 거세진다. 미국 국채금리는 흔들리고 있으며 재정적자는 위험 수준에 접근했다. 인플레이션 압박 역시 여전히 살아 있다.
이 상황에서 중동전쟁까지 장기화되면 미국 경제는 유가 상승과 물류 불안이라는 이중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문제가 심각해질 경우 세계 원유 공급망 전체가 흔들린다. 이는 미국 대선에도 악재다.
트럼프는 이를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강한 척은 하지만, 실제로는 “돈 안 되는 전쟁”을 싫어한다.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미국 사회에는 깊은 전쟁 피로감이 남아 있다. 수조 달러를 쏟아붓고 남은 것은 재정적자와 참전군인의 상처뿐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트럼프는 군사적 압박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되, 실제 장기전에는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이번 종전 언급 역시 그런 흐름 속에서 읽어야 한다. 미국은 지금 전쟁 확대보다 봉쇄와 관리 쪽으로 계산기를 돌리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전혀 다르다.
네타냐후 정권에게 이란은 단순한 외교 갈등 상대가 아니다. 이란 혁명수비대와 헤즈볼라, 하마스, 후티 반군으로 이어지는 ‘저항의 축’은 이스라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된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미국처럼 단순히 경제적 손익만 계산하지 않는다. 안보와 생존이 우선이다. 특히 네타냐후는 현재 국내 정치적으로도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 사법 리스크와 정치적 위기, 극우 연정 유지 문제까지 겹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 안보위기는 오히려 네타냐후 정권의 결집 도구가 될 수 있다. 즉 네타냐후의 계산기는 아직 전쟁 종료보다 “압박 지속”에 가까운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 내부 강경파는 이번 기회에 혁명수비대의 군사시설과 드론 기지, 미사일 체계를 더 강하게 무너뜨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속도를 조절한다고 해서 이스라엘까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반면 혁명수비대는 지금 매우 복잡한 국면에 들어가 있다.
혁명수비대는 단순한 군 조직이 아니다. 군사, 정보, 종교, 경제 권력을 동시에 장악한 이란 체제의 핵심이다. 그런데 최근 내부 권력 갈등과 체제 불안 조짐이 동시에 감지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체제일수록 외부 압박이 강해질 때 오히려 내부 공포정치를 강화한다는 점이다. 혁명수비대는 체제 장악력을 유지하기 위해 대대적인 숙청과 처형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이란 내부에서는 반정부 움직임과 저항 세력에 대한 강경 대응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 인권단체들 역시 대규모 탄압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즉 지금 이란 내부는 단순히 “전쟁 중”인 것이 아니다. 체제 유지 자체를 위한 공포정치 단계로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미국, 이스라엘, 혁명수비대의 계산기는 서로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비용을 줄이려 하고, 이스라엘은 안보를 극대화하려 하며, 혁명수비대는 체제 생존에 몰두한다. 따라서 지금 상황을 단순한 종전 국면으로 해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그런데 이런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 정치권 일부는 또다시 수준 낮은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 일부 정치인들은 미국의 강경 발언이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파병론을 꺼냈다. 한국 선박이 공격받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군함 파견과 군사 대응 가능성을 언급했다.
국제정세 분석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흥분이었다. 외교적 균형감각보다 우선한 것은 정권 공격용 프레임이었다.
윤상현 의원은 군사 대응 필요성을 시사했고, 장동혁 대표는 이를 빌미로 현 정부 외교를 공격했다. 그러나 불과 하루 만에 미국 스스로 종전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급하게 파병을 떠들던 정치인들은 지금 무엇을 설명할 것인가. 만약 그들의 주장대로 한국이 즉흥적으로 움직였다면 대한민국은 국제정세의 흐름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미국 정치인의 순간적 발언에 따라 군사 행동부터 검토하는 나라처럼 보였을 것이다.
외교와 안보는 유튜브 댓글 정치가 아니다. 중동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화약고다. 종교, 에너지, 미중 패권경쟁, 금융시장, 러시아 전략까지 모두 얽혀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 일부는 이런 구조적 분석보다 “강하게 나가야 한다”는 식의 단순 선동만 반복한다. 문제는 이런 태도가 실제 국가 안보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더 심각한 것은 한국 보수정치의 정신적 의존 구조다. 지금 국민의힘은 독자적 국가전략보다 트럼프의 움직임에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트럼프가 강경하면 같이 흥분하고, 트럼프가 물러서면 갑자기 조용해진다. 스스로의 철학과 전략이 아니라 미국 정치인의 기류 변화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정작 미국 내부조차 지금 혼란스럽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네오콘 강경파와 MAGA 고립주의 세력이 충돌 중이다. 트럼프 역시 그 사이를 줄타기한다.
미국조차 이렇게 복잡하게 계산하는데 한국 보수정치 일부는 아직 냉전시대 반공 포스터 수준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동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 세계는 종전 선언이 아니라 계산기 전쟁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계산기의 숫자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정치세력은 국제정세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원본 기사 보기:내외신문 <저작권자 ⓒ 인터넷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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