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를 통해 드러난 여러 정황은 결코 가볍지 않다. 대통령실과 수사기관 사이의 비정상적 연결, 특정 사건에 대한 과도한 집중과 확장 수사, 그리고 수사 진행 상황이 상부에 체계적으로 보고되었다는 의혹까지 이어진다.
이 모든 퍼즐 조각은 하나의 그림을 향한다. 수사가 독립된 사법 행위가 아니라, 권력의 의지와 결합된 ‘기획된 과정’일 가능성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증거의 신뢰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사후 작성 의혹이 제기된 문건, 진술을 둘러싼 거래 정황, 그리고 ‘윗선 설득’이라는 표현이 담긴 녹취록까지 등장했다.
법정은 사실을 가리는 공간이어야 하지만, 만약 그 사실이 만들어진 것이라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 순간 재판은 정의의 장이 아니라 연출된 무대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치권과 일부 언론은 논쟁의 초점을 ‘공소취소’에만 맞추고 있다. 마치 모든 문제가 그 한 단어에 달린 것처럼 몰아간다.
그러나 공소취소는 출발점이 아니라 결과다. 조작기소가 사실로 확인될 때에야 비로소 검토될 수 있는 사안이다. 이 순서를 뒤집는 것은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의도의 문제다.
여기서 되묻게 된다. 왜 이토록 본질이 외면되는가. 왜 피해자의 고통은 부차적인 문제로 밀려나는가. 그 답은 정치에 있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정의의 기준을 바꾸려는 시도, 그것이 지금의 혼란을 만들고 있다.
특히 ‘윤어게인’을 외치며 과거 권력을 소환하는 국민의힘의 태도는 이 논쟁에서 설 자리를 스스로 좁히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의 권력 개입 의혹이 구체적으로 제기된 상황에서, 반성과 성찰 대신 정치적 구호를 앞세우는 모습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책임을 마주하기보다 되돌리려는 태도는 오히려 의혹을 더욱 키울 뿐이다.
사법 피해는 정치적 진영에 따라 나뉘지 않는다. 권력의 방향과도 무관하다. 그것은 국가 시스템이 개인에게 가한 손실이며, 반드시 회복되어야 할 영역이다.
누가 피해자인지를 가리는 기준은 단 하나, 사실뿐이다. 그 사실이 조작되었다면, 그 피해 역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오래된 문장은 지금도 유효하다. 그러나 더 위험한 것은 왜곡된 정의다.
사실이 아닌 프레임으로 판단하고, 절차가 아닌 정치로 결론을 내리는 순간, 정의는 껍데기만 남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냉정한 확인과 차분한 판단이다. 누가 무엇을 지시했고, 어떤 과정으로 사건이 만들어졌는지, 그 사실을 끝까지 추적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묻고 피해를 회복하는 것, 그것이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다.
정치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그러나 한 번 무너진 사법 신뢰는 쉽게 복구되지 않는다. 지금 이 논쟁은 단순한 사건 하나를 넘어서, 이 사회가 정의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시험이다. 그 시험의 기준은 오직 하나다. 정치가 아니라,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