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원 국정원 1차장 "싹 다 잡아들여, 자금인력 도와" 윤 통화내용 기억
'체포 명단 공개' 홍장원 "정확하게 기재 못 해 죄송", 헌재 5차 변론
장서연 | 입력 : 2025/02/05 [10:09]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체포 명단을 받아 적었다고 밝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해당 메모를 "정확하게 기재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4일 밝혔다.
홍 전 차장은 4일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정형식 재판관의 질의에 답변하다 이같이 답했다.
이날 재판은 12·3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 증인으로 꼽히는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홍 전 차장 등 3명에 대한 증인 신문이 순서대로 이뤄졌다.
이 전 사령관과 여 전 사령관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구속 기속된 상태에서 재판에 출석해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증언은 대부분 거부했다. 홍 전 차장은 양측의 신문에 대부분 답변했는데, 대통령 측의 신문이 이뤄지는 과정에서는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홍 전 차장이 여 전 사령관과 통화를 하며 받아적었다고 주장한 '체포 명단' 메모의 신빙성을 둘러싼 신문이 이어졌다.
홍 전 차장은 우선 국회 측 대리인이 "피청구인(윤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와'라는 취지로 말했는가"라고 묻자 "그렇게 기억한다"고 답했다. 이어 "당시 통화 내용으로 보면 구체적 대상자, 목적어를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뭔가 잡아야 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누굴 잡아야 한다는 부분까지 전달받지 못했다"며 "윤 대통령에게 누굴 잡으란 말이냐고 물어보진 못했다"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과 통화한 뒤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10여 명의 체포 명단을 직접 들었다고 했다. 그는 "14명이든 16명이든 또박또박 다 적을 수 있는 상황 아니었고 적다 보니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뒤에 있는 부분들은 반 정도 적다가 추가로 적지 않았다"면서 "나중에 기억을 회복해서 14명, 16명 정도가 됐나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이런 분들 체포·구금해서 조사하는지 아직도 이해를 못 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측은 홍 전 차장이 받아적었다는 체포 명단이 '정확하지 않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홍 전 차장은 대통령 측 대리인이 "박선원 민주당 의원에게 제공했을 때는 14명인지 16명인지 특정되지 않았나"라고 묻자 "처음부터 똑바로 받아 적었으면 아주 정확하게 딱 떨어졌을 텐데, 중간에 제가 적으며 감정적인 부분도 있고, 정확하지 않은 부분을 나중에 복기하다 보니까 무리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증인(홍장원) 진술대로 여인형이 증인에게 명단을 불러줬다면, 당시 급박하고 정신이 없던 상황이었을 텐데, 전 헌법재판관, 전 선관위원장(이라고 적은 이유가 뭔가)?"라고 물었고, 이에 홍 전 차장은 "제가 말씀 드렸는데, 그건 제가 처음에 이름을 받아 적은 게 아니라 옮겨 적은 거라고 했죠?"라고 답했다.
이에 대통령 측은 "그럼 이 명단은 정확하지 않은 거네요?"라고 물었고, 홍 전 차장은 "아니죠. 그건 변호인 분께서 원하는 대로 판단하시는데, 저는 사실만 설명해 드리는 겁니다. 받아적었는데 어두운 곳에서 서서 전화 받으며 빠르게 받아 적다 보니 심지어 나도 잘 못 알아듣겠더라"라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의 '메모'와 관련해선, 양측의 신문이 끝난 뒤엔 정형식 재판관의 직접 신문도 이어졌다. 정형식 재판관은 체포 명단 메모에 적힌 '검거 요청'이라는 부분을 언급하며 "검거를 요청했다는 것은 검찰 조사에서도 말 안 한 것 같은데 여인형이 검거를 요청했나"라고 물었다.
홍 전 차장이 "위치를 추적해달라는 것 자체가 체포 대상자의 검거를 위한 것이라고 이해했다"고 답하자, 정 재판관은 "검거해달라고 여인형이 굳이 말할 필요가 없지 않나? 왜 국정원이 체포하러 다니나. 국정원에 체포할 인력이 있나"라고 재차 물었다.
이에 홍 전 차장은 "국정원이 수사권이 없으니 체포할 권한이 없다. 경찰이 체포하니 공조할 수 있는 능력은 있다"고 답했고, 정 재판관은 "그러면 검거 지원이라고 적는 게 맞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홍 전 차장은 "깊은 생각을 하고 적은 게 아니라 생각나는 대로 갈겨 놓은 거라 합리적이지 않은 건 인정한다"고 말했다.
정 재판관은 여 전 사령관이 체포 명단을 불러준 뒤 방첩사에 감금한다는 계획까지 얘기한 부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방첩사령관은 정보를 민감하게 보존하는 사람인데 쉽게 얘기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홍 전 차장이 지난해 12월 6일 국회 정보위원장 면담에서 여 전 사령관이 불러준 명단을 듣고 "말이 안 된다, 미친X이구나 생각해 그다음부터 메모를 하지 않았다"면서도, 감금 등 내용을 자세하게 적은 부분에 대해서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 내용을 자세히 메모한 게 선뜻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후 '검거 요청'이 맞는지, '검거 지원이라고 적는 게 맞는지'에 대한 질의가 몇 차례 더 오간자, 홍 전 차장은 "여러 가지로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기승전결에 맞춰서 할 수 있겠냐"며 "정확하게 기재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원본 기사 보기: 미디어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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