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고율 관세 재도입 ‘미국 우선주의’ 재등장 - 캐나다·멕시코 “협정 위반” 반발…보복관세 맞불 - WSJ·블룸버그 “기업 현지화 강요…글로벌 공급망 흔들” - 자동차·부품 산업 ‘직격탄’…새로운 투자 경쟁 촉발 - IMF·OECD “세계 교역 위축 우려”…한국 기업도 좌불안석
트럼프 행정부가 재출범 직후 발표한 고율 관세 정책이 북미 지역 무역에 거센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은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생산된 완성차·부품·철강 등에 최대 2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선언하며,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려면 반드시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확보하라”는 강경 기조를 강조했다.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해외에서 만든 제품을 저렴하게 들여와 미국에서만 이익을 챙기는 상황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캐나다와 멕시코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맥주, 목재, 가전 제품을 포함한 1550억달러(약 226조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25%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캐나다는 미국의 주요 공화당 상원의원 지역구 산업에 맞춰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예컨대 철강, 공업용 재료, 일부 농축산물 등이 포함되었는데, 이는 지역 경제 기반이 취약해질 경우 해당 의원들이 행정부를 견제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전략이다.
멕시코 역시 보복관세를 공식 천명하고, 구체적인 품목별 조사에 착수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경제부 장관에게 보복 관세를 시행하라고 지시했으며 트럼프의 관세에 맞서기 위해 캐나다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멕시코 경제부 장관은 “미국이 자국 내 생산만을 강요하는 것은 협정 위반 소지가 크며, 멕시코 입장에서는 WTO 제소와 함께 상당한 수준의 대응 관세를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멕시코 일간지 엘 우니베르살(El Universal)은 멕시코 정부가 자동차 부품과 농축산물을 비롯해 미국 내 민감 품목을 집중 겨냥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글로벌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 사설은 “이번 조치가 2018~2019년 무역전쟁과 달리 한층 폭넓게 적용되어,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접근하려면 대규모 현지 투자를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 내 공장을 증설하면 관세를 피할 수는 있지만, 인건비와 운송비 등 생산비가 높아져 최종 상품 가격이 상승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Bloomberg) 역시 “지난 한 해 동안 미·중 갈등이 재점화되는 가운데, 북미마저 충돌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전략이 전면 수정되는 추세”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특히 자동차 산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는 점이 부각된다. 북미 3국은 그간 USMCA 체제를 통해 부품 생산과 완성차 조립을 분산 운영해왔다. 캐나다·멕시코 공장에서 생산된 부품이 미국 공장으로 수출돼 차를 완성하는 방식이 일반화되어 있었으나, 이번 관세 부과로 해당 부품의 미국 반입 비용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관해 미국 상무부는 “궁극적으로 기업이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면 관세 부담은 없어지며, 일자리와 기술이 미국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캐나다 통계청(StatCan)은 “자동차·부품 교역의 70% 이상이 미국을 향해 있는데, 신규 투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 캐나다 내 고용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각국의 재계 동향도 복잡하다. 미국 내 상당수 기업과 업계 단체들은 “미국 제조업 활성화”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관세 인상분이 소비자 가격에 전가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한다. 반대로 미국 노조 단체들은 “해외 공장을 가동해온 다국적 기업이 이제는 미국에서 공장 건설을 고민하게 됐다”며 행정부의 단호한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도 이 사안을 주시하고 있다. IMF 보고서 초안에서 “미국과 인접국 간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전 세계 교역량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OECD는 “고율 관세와 상호 보복 조치가 계속 이어지면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물가가 상승해, 궁극적으로 미국을 포함한 참가국 모두가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을 비롯해 북미 지역에 생산·수출 기지를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도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 한국 대기업 관계자는 “미국 공장을 증설해 관세 리스크를 낮출지, 캐나다나 멕시코 현지 생산을 축소해야 할지 내부 검토가 한창”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노리는 효과 중 하나는 해외 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미국 투자를 늘리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향후 몇 달간 이어질 북미 3국의 협상이 결국 무역질서와 기업 투자 방향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관세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 동맹국 및 경쟁국에 양보를 이끌어낸 전례가 있다. 그러나 캐나다·멕시코는 더 이상 일방적 타격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태세다. 북미 통합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단순히 수입 비용이 올라가는 것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지역 무역협정 자체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보고서도 “공장 이전과 새로운 고용 창출에 대한 실질 효과는 시간이 걸릴 수 있으며, 단기적으론 관세 전쟁이 세계 경기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경고를 덧붙이고 있다.
결국 ‘미국에서 만들어야만 미국 시장을 누릴 수 있다’는 원칙을 천명한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보복으로 정면대응을 선택한 캐나다·멕시코 간 갈등이 어디까지 치달을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재협상 국면으로 돌입하기 전까지, 상호 관세 부과와 이에 대한 보복이 반복되는 일종의 ‘지구전’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한다. 원본 기사 보기:뉴스콕 <저작권자 ⓒ 인터넷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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