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단수면 나도 좋지" 김건희, 명태균과 '공천논의' 텔레그램 보도

안기한 | 기사입력 2024/10/03 [14:56]

"김영선 단수면 나도 좋지" 김건희, 명태균과 '공천논의' 텔레그램 보도

안기한 | 입력 : 2024/10/03 [14:56]

 

 

윤석열 대통령이 2일 '김건희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또 검찰은 김건희 여사가 받은 명품 가방이 대통령 직무와 관련성이 없다며 김 여사와 윤석열 대통령 등 사건 관계자들을 전부 불기소 처분했다. 

 

그동안 "단수 공천을 요구했지만 여사가 거절했다"고 말했는데, 여사는 "기본은 경선 참여"라면서도 "김영선 단수면 나도 좋다"고 말했다.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을 풀 열쇠로 꼽히는 김건희-명태균 텔레그램 메시지가 2일 JTBC 단독 보도를 통해 일부분이 공개됐다. JTBC 취재진들은 명태균을 직접 만나 김건희 여사와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 동안 명태균은 "단수 공천을 요구했지만 여사가 거절했다"고 말했는데 실제 김 여사가 "기본은 경선 참여"라면서도 "김영선 단수면 나도 좋다"고 말한 것이 드러났다.

JTBC 취재진은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이 주고 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직접 확인했다. 내용은 지역구를 기존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서 김해시 갑으로 옮기기로 한 김영선 전 의원에게 단수 공천을 달라는 내용이었다. 명태균은 김 여사에게 먼저 "경선 룰은 당원 50% 시민 50%인데 김영선 의원이 이길 방법이 없다"고 메시지를 보냈고 "5선 의원이 경선에서 떨어지면 조롱거리가 된다"고도 강조했다.

김영선 전 의원은 경남 거창군 출신이고 비례대표로 2선,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에서 2선을 지냈던 인물로 창원은 물론 김해와도 아무런 연고가 없었다. 따라서 기반 없는 지역이라 당원 모집을 못 했으니 경선은 불공평하다는 주장이다. 또 명태균은 "그동안 도리에 어긋난 일은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아시지 않느냐"고 하고, "지난 대선 때 몸이 부서져라 대통령을 도왔다"고도 호소했다.

이렇게 총 9차례 메시지를 보냈는데 김건희 여사의 답변은 단 한 차례였다. 김건희 여사는 "단수는 나 역시 좋다"고 하면서도 "기본 전략은 경선이 돼야 하고 지금은 김영선 의원이 약체 후보들을 설득할 수밖에 없다"고 보냈다. 또 명태균은 김 여사와 문자를 주고받은 뒤에 몇 차례 통화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JTBC 취재진에게 "여사는 '나도 도와주고 싶은데 마음은, 거기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그게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 김영선 전 의원은 김해시 갑에서 경선도 못 치러보고 컷오프되어 총선 출마가 좌절됐다. 명태균과 김건희 여사 사이에 텔레그램을 주고받은 것은 사실이었다.

명태균은 JTBC 취재진들에게 "하소연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김영선 의원이 의창에서 경남에서 가장 많은 국비를 가져오고 국가산단도 유치하고…"라고 말했다. JTBC는 대통령실은 왜 김 여사가 명태균과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는지 설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이로서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은 사실임이 드러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김건희 여사는 국민의힘 공천 문제에 개입하거나 행사할 권한이 전혀 없는 사람이란 것이다. 영부인은 단지 대통령의 부인일 뿐 그 자체가 어떤 공직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명태균은 왜 김건희 여사에게 김영선 전 의원의 경남 김해시 갑 단수 공천을 요구한 것인가? 대통령실이 줄곧 해명했듯이 후보 공천은 엄연히 당 내 공관위의 소임이며 거기에 김건희 여사가 개입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태균은 김 여사에게 김 전 의원의 김해시 갑 단수 공천을 요구했다. 이는 김건희 여사가 국민의힘 후보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또 김건희 여사는 "단수는 나 역시 좋다"고 하면서도 "기본 전략은 경선이 돼야 하고 지금은 김영선 의원이 약체 후보들을 설득할 수밖에 없다"고 한 것을 보면 김 여사는 결국 김영선 전 의원이 김해에서 공천을 받든지 말든지 별로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 대다수 사람들이 의심했던 대로 김건희 여사는 김 전 의원의 원지역구인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 누군가를 심는 것이 주요 관심사였지 김 전 의원이 김해에서 공천을 받는지 여부는 안중에도 없었다는 것이 된다.

뉴스토마토 보도에서 김 전 의원이 김해로 지역구를 옮기는 것에 동의한 결정적 이유가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내건 공약을 적극적으로 이행하는데 지원해주겠다는 것이었는데 결국 그를 창원에서 밀어내기 위한 사탕발림에 불과했던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창원시 의창구와 김해시 갑은 서로 지리적으로 붙어 있는 지역구지만 정치 성향은 완전히 다른 곳이다. 창원시 의창구는 1990년 3당 합당 이후 내리 보수 정당이 차지했던 양지에 해당하지만 김해시 갑은 2004년 신설 이후 김정권 전 의원이 재선을 했던 것을 제외하면 단 1번도 보수 정당이 승리한 바 없으며 지금도 민주당 민홍철 의원이 내리 4선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 김영선 전 의원 입장에선 안정적인 창원시 의창구를 버리고 낙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김해시 갑으로 지역구를 옮기는 것은 꺼려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김 전 의원 본인이 김해에 연고도 없고 거기서 출마한다 해도 현역인 민홍철 의원을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명태균이 김 전 의원의 단수공천을 요구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 보인다.

대통령실은 왜 김 여사가 명씨와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는지 설명하지 않고 있다.


원본 기사 보기:미디어저널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