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0일 개봉하는 '미드나이트', 철저한 사회적약자 청각장애인

이경헌 기자 | 기사입력 2021/06/23 [10:00]

[영화] 30일 개봉하는 '미드나이트', 철저한 사회적약자 청각장애인

이경헌 기자 | 입력 : 2021/06/23 [10:00]


잘 때 천둥이 치면 무서운 이유는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은 오히려 평안하게 숙면한다.

반면, 소리를 듣지 못해 무서운 때도 있다. 누군가 뒤에서 다가와 어깨라도 두들기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청인과 달리 청각장애인은 뒤에서 누가 다가오는 소리를 듣지 못해 깜짝 놀라는 수준을 넘어 무섭게 다가올 수 있다.

좁은 골목길에서 대로변으로 나갈 때 역시 오토바이가 오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영화 <미드나이트>는 청각장애인이어서 더 무섭게 다가오는 상황을 극적으로 잘 보여준다.

어느 날 밤, 경미(진기주 분)는 엄마(길해연 분)를 먼저 내려준 후 주차하러 간다. 주차 후 다시 엄마에게 돌아가던 경미는 갑자기 골목에서 날아온 구두 한 짝에 발걸음을 멈춘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골목 안으로 들어가 보니 또 구두 한 짝이 그녀에게 날아온다. 그리고 잠시 후, 처참한 모습의 소정(김혜윤 분)을 발견한다.

소정의 도와달라는 외침이 들리지도 않는데, 그냥 관심 두지 말고 갈 길 갔으면 괜찮았겠지만 이렇게 ‘목격자’가 된 까닭에 경미마저 연쇄살인범 도식(위하준 분)의 타겟이 되고 만다.

경미는 도식을 피해 전력 질주하지만, 그가 뒤따라오는지 혹은 무기를 휘두르는지 도통 소리를 들을 수 없어 불리할 수밖에 없다.

가까스로 자신의 차를 세워둔 주차장에 가지만, 철문의 소리가 얼마나 크게 들리는지 모르는 경미는 숨 막히는 순간에도 끽-끽- 소리를 내는 철문을 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덕분에 도식은 경미를 쉽게 찾을 수 있었고, 몰래 경미의 차 뒷좌석에 타는 것까지 성공한다.

이렇게 경미는 들을 수 없다는 약점을 안고 연쇄살인범과 숨 막히는 추격전을 벌이게 된다.

한편, 오빠 종탁(박훈 분) 눈에는 너무 야한 옷차림으로 소개팅에 나간 소정이 거의 집 근처라더니 오지 않자 불안해진 종탁은 직접 동생을 찾아 나선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무능함으로 인해 오히려 도식은 경찰에게 인사까지 받으며 유유히 지구대를 나서고, 정작 실종자 가족인 종탁이 살인미수로 몰려 제압된다.

이 영화는 앞서 얘기했듯 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 느끼는 공포감을 잘 그린 작품이다.

다만, 경미가 엄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스스로 위험한 상황으로 들어가는 것은 솔직히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설령 소리를 듣지 못하기에 호기심에 엄마가 가지 말라고 해도 계속 가는 것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으나, 소리를 듣지 못해 더 두려움을 느끼는 청각장애인이 엄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위험한 상황으로 들어가는 것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또 하나 이 영화에서 눈여겨볼 점은 도식을 피해 도심 한가운데로 도망간 경미를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경미가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와주세요” 그 짧은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는 경미에게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심지어 도식이 경미를 잡으러 와서 “내 동생이나 관심 끄라”고 하자 사람들은 도식의 말대로 한다.

다급해진 경미가 도식에게 빼앗은 칼을 들고 자신에게 다가오지 못하게 위협하자 그제야 행인들이 경미에게 관심을 보인다.

다만, 경미를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해 휴가 나온 군인들이 경미를 제압해, 오빠를 사칭하는 도식에게 넘겨준다.

아무도 경미의 절박함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대체 왜 이 여자가 칼을 꺼내 들어 도식이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저 도식이 자기가 경미의 오빠고, 경미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말’에 귀 기울인다.

말을 할 수 없는 청각장애인은 이 사회에서 소외당한다. 단지 의사소통이 안 된다는 이유로 말이다.

영어, 중국어 배우듯이 수어(手語)를 배워 청각장애인과 소통하려고 노력을 하는 이는 많지 않다.

소통이 안 되니 오해가 생긴다. 도통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청각장애인은 고집불통이라고 오해한다.

어차피 이런 오해를 받아도 청각장애인은 제대로 항변할 수 없으니 건청인들이 마음대로 생각해도 별로 문제 될 것 없다.

이 때문에 청각장애인들은 다른 장애인들에 비해 더 무시당한다. 게다가 2018년 기준 전체 등록장애인 중 13%에 불과한 까닭에 정책적으로도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연쇄살인범에게 쫓기게 됐으니, 극 중 경미가 느꼈을 공포감은 상상할 수 없다.

소리 없는 추격전을 통해 청각장애인들이 겪는 여러 문제(경찰 신고의 어려움, 대중의 무관심과 오해, 소리를 듣지 못해 위험에 노출 등)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 <미드나이트>는 오는 30일 극장과 티빙을 통해 동시 개봉한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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