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3백만 동원 다큐 '워낭소리' 공원 가다, 봉화군 상운명 하눌리

편집부 | 기사입력 2021/03/15 [10:15]

[여행] 3백만 동원 다큐 '워낭소리' 공원 가다, 봉화군 상운명 하눌리

편집부 | 입력 : 2021/03/15 [10:15]

▲ 봉화군 상운면 하눌리 워낭소리 공원 최노인과 누렁이의 형상


경북 봉화군 상운면 하눌리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 공원을 찾았다. 이 공원의 한 가운데에 최원균 할아버지와 소를 형상화한 동상을 세웠다. 이 동상 뒤 길이 끝나는 지점에 할아버지와 소가 살던 집이 있다. 지금은 장남 최영두씨 혼자 살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를 기억하시는지. 팔순 농부와 마흔 살 소의 소소한 일상을 지켜보다 눈시울 붉혔던 일 생각나는 현장 그 정겨웠던 장면이 산골 마을에 빛바랜 사진처럼 남아 있다.

경북 봉화군 상운면 하눌리에 있는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운 ‘워낭소리’의 현장이다. 지난 2009년 개봉했으니 벌써 12년 전 영화여서 무슨 흔적이 남았을까 싶지만, 나란히 놓인 농부 부부의 묘와 바로 아래 놓인 소 무덤만 보고 있어도 가슴이 저린다. 마침 올해는 ‘워낭소리’가 개봉했던 그해처럼 12년 만에 돌아온 소의 해이다.

이충렬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는 지난 2009년 1월 15일 개봉했다. 당시 약 3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수상도했다. 순수 제작비는 1억 원이 안 되는데, 극장 매출만 190억 원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었다.

워낭소리의 영화 줄거리는 이러하다. 고(故) 최원균(1929∼2013)할아버지와 이삼순(1938∼2019)할머니 부부가 봉화 산골 마을에서 늙은 소와 농사짓고 사는 일과가 전부다. 소가 죽으면서 영화도 끝이 난다.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인듯 싶지만,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세상에 둘도 없는 이야기다.

이 영화에서 소는 마흔 살이 넘었다. 소 평균 수명이 15년이라는데, 팔순 노인이 키우는 소는 평균 수명보다 세 배 넘게 살았다. 소 무덤 앞 비석에도 이렇게 적혀 있다. ‘누렁이(1967∼2008). 평생 땅을 지키며 살아온 농부 최 노인이 30년을 부려온 소.’ 최 노인의 장남 영두(67)씨의 기억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충렬 감독은 어떻게 이 산골에 마흔 살 소가 산다는 걸 알았을까. 이 감독은 2000년부터 소를 찾아다녔다 한다. 축사에서 사육하는 소가 아니라 논밭 일구는 일소. 이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묵묵히 일하는 소를 통해 아버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혹시나 해서 전국 축협 홈페이지에 사연을 올렸더니 세 곳에서 연락이 왔다. 다른 소는 조건이 안 맞았고, 마지막에 찾은 소가 여기 최 노인의 소였다. 2004년 겨울 어느 날 오후. 밭일 마치고 ‘나란히’ 들어오는 최 노인과 소를 보고서 이 감독은 운명 같은 만남을 직감했단다.

여기서 ‘나란히’라는 부사는 중요하다. 최 노인이 소가 끄는 수레에 타지 않고 걸어서 오고 있었다는 뜻이어서다. 다리가 불편한 최 노인은 절룩절룩, 늙어서 기력이 달리는 소는 느릿느릿. 그렇게 둘은 사이좋게 걸어오고 있었다. ‘워낭소리’는 인간과 가축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나의 생명과 또 하나의 생명에 관한 이야기다. 이를테면 이들 생명은 이런 관계다.

최 노인은 귀가 어두웠다. 그래도 워낭 소리만큼은 귀신같이 알아들었다. 그렇게 고기반찬을 좋아했는데, 소고기만은 입에 대지도 않았다. 노인이 수레에서 잠들면 소는 혼자 집을 찾아왔고, 소는 죽는 날도 한가득 땔감을 끌고 왔다. 최 노인은 매일 쇠꼴을 베고 쇠죽을 써 소를 먹였다. 고추에 농약도 안 쳤다. 고추 따고 나면 소에게 먹여야 해서다. 하여 할머니는 맨날 투덜거렸다.

“아이고 답답해..... 사료를 사서 멕이면 되는데 사료를 안 멕이고… 맨날 이래 짚 갖고 썰어가지고 죽 끓여 멕여야 되제....아이고 내 팔자야.”......, 라고 뇌이던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봉화 읍내에서 자동차로 10여 분 안팎 거리에 최 노인의 옛집 어귀에 ‘워낭소리 공원’안내 표지판이 서 있다.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들었고, 깜짝 놀란 봉화군청에서 5억9천 여만원을 들여 지었다.

공원 한 가운데에 소와 수레에 탄 할아버지 조각상이 보인다. 영화에서 봤던 예전의 그 모습이다. 비쩍 마른 소와 구부정한 할아버지. 영화에서 봤던 ‘고물 라디오’도 보인다. 할아버지가 웃는 얼굴이어서 좋다. 이 동네 주민들에 의하며, “ 이 영화 개봉 직후에는 정말 많은 사람이 몰려왔는데 지금은 거의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귀띔해 준다.

누렁이 소는 지난 2008년 겨울 초 죽었다. 할아버지는 2013년 한여름에, 할머니는 2019년 초여름에 세상을 떠났다. 하나씩 헤어졌다가 할머니가 돌아가고서 다시 만났다. 워낭소리 공원에서 자동차로 2분 거리, 야트막한 산 아래 사람 두 명과 소 한 마리가 누워 있다. 워낭소리의 주인공 할아버지와 할머니 묘가 나란히 있고, 바로 아래 소 무덤이 있다.

무덤 뒤로 이어진 밭이 농약 안 친 바로 그 고추밭이고, 무덤 아래 펼쳐진 논이 할아버지가 소작 부쳤던 그 논이고, 큰길에서 무덤까지 이어진 흙길이 소가 수레 끌고 터벅터벅 걸음 옮겼던 그 길이다. 저 논두렁 어디에서 세 식구가 막걸리에 참을 먹었었지…. 딸랑딸랑 워낭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워낭소리 공원의 최원균 할아버지와 누렁이의 형상이 꼭 닮았다.>

<워낭소리의 실제장면 누렁이와 할아버지의 내성장을 보고 오늘 길에>

<워낭소리의 실제 장면 고인이 되신 할아버지와 할머니 >

<워낭소리의 실제 장면 할아버지와 누렁이>




원본 기사 보기:전국안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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