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난 31일 개봉 '오늘 우리' 다시는 오지 않을 삶 그대에게

이경헌 기자 | 기사입력 2019/11/09 [10:24]

[영화] 지난 31일 개봉 '오늘 우리' 다시는 오지 않을 삶 그대에게

이경헌 기자 | 입력 : 2019/11/09 [10:24]


보통의 단편 영화는 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거나, 혹은 졸업작품인 경우가 많다. 그런 까닭에 극장에서 많은 이들에게 선보일 기회가 적다.

 

이에 한 배급사에서 단편 영화 4편을 모아 <오늘, 우리>라는 옴니버스 영화로 편집했다.

 

<오늘, 우리>는 말 그대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각자 다시는 오지 않을 애인과의 2주년 기념일은 물론, 자기의 생일 등을 소중하게 여기지만 정작 남자친구나 주변인들로부터 무시당한다.

 

‘2주년 기념일’은 내년엔 오지 않을 날이며, 생일 역시 내년에 또 맞이할지 한치 앞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리고 또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입사 취소 통보를 받은 한 여자가 하루 동안 겪는 마음고생을 잘 그리는가 하며, 어떤 이는 교수의 비리를 대자보를 통해 공개했다가 고소당해 마음이 복잡하기도 하다.

 

첫 번째 에피소드를 제외하곤, 모두 단 하루 바로 ‘오늘’ 일어난 일을 그리고 있다.

 

첫 번째 에피소드 ‘2박 3일’에서 지은(정수지 분)은 2주년을 기념해 남자친구 민규(송지혁 분) 집에 가지만, 민규는 2주년인지도 모른 채 수업이 있다며 쌩 하고 집을 나선다. 그냥 집에 가라는 말과 함께.

 

민규의 동생 민석(이강녕 분) 역시 아버지(박수영 분) 잘 계시냐며 묻는 지은이 귀찮은지 거실에서 라면을 먹다가 그냥 방으로 들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은은 밤이 늦도록 민규의 집에서 식사까지 해결하면서 기다리지만, 수업 끝나고 연락한다던 민규는 친구들과 술 먹고 노느라 정신이 팔려 집에 오질 않는다.

 

지은은 민규의 방에서 잠까지 자지만, 결국 민규는 다음 날 아침에서야 집에 온다.

 

그는 집에 가라니까 왜 안 갔느냐며 지은에게 짜증을 내고, 2주년을 특별히 여기는 지은에게 급기야 헤어지자고 말한다.

 

지은은 울다가 지쳐 쓰러져 민규의 집에서 하루를 더 지낸다.

 

이러한 지은의 태도에 민규는 질려서 지은과 대판 싸우지만, 이대로 헤어질 수 없다는 지은은 계속해서 민규의 집에 기거하면서 대체 왜 헤어지자는 것인지 얘기를 듣고 싶어 한다.

 

여기에 더해 집 나갔던 민규의 엄마(정경순 분)는 집에 돌아와 다른 남자가 생겼다며 남편에게 이혼을 하자고 이야기 한다.

 

이 에피소드는 배우 조은지가 메가폰을 잡은 단편영화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20년 넘게 결혼생활을 한 민규의 엄마는 다른 남자가 생겨서 이혼을 요구하고, 지난주까지만 해도 사랑을 나누던 민규 역시 단지 질렸다는 이유로 지은에게 헤어지자고 요구한다.

 

누구든지 평생 행복하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면 좋겠지만, 여러 이유로 그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미디어에선 어떻게 사랑이 변하냐 거나 사랑은 돌아오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현실에선 사랑은 깨질 수도 있는 것이다.

 

30분의 짧은 에피소드를 통해 이런 사실을 관객들에게 인지하도록 만든다.

 

두 번째 에피소드인 ‘5월 14일’은 하필 동생(김유경 분)이 언니 민정(이상희 분)의 생일에 먼저 결혼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결혼식 후 민정은 부모님과 함께 절에도 가야하고(마침 이날이 석가탄신일이다), 내일까지 일을 마무리 해 달라는 재촉 전화를 받고, 엄마(박명신 분)의 심부름까지 할 일이 태산이다.

 

다시 한 번 이야기 하지만, 이날은 마침 민정의 생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날 케이크 한 조각도 못 얻어먹었다. 결혼식장에서 누가 예식용 케이크를 망가뜨렸다며 엄마의 심부름으로 자신이 케이크를 사 왔지만, 그리고 절에서 남자친구(어성욱 분)가 축하한다며 사 준 케이크는 스님의 오해로 반강제로 빼앗겨서 결국 자기 생일 케이크 한 조각도 못 먹고 그냥 지나갔다.

 

혹자는 해마다 오는 생일이 대수냐고 할지 몰라도 그날 하루라도 특별히 기념하고 싶은 민정에게 주위 사람들은 너무 무관심하다.

 

절까지 따라간 남자친구는 민정에게 케이크만 사 주고 바쁜 일 있다고 먼저 가더니, SNS에 바닷가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고, 민정의 회사에선 다음 날 아침에 전체회의가 잡혔으니 심야버스를 타고 부산에서 지금 올라오면 안 되겠냐며 재촉한다.

 

결국 짜증이 폭발한 민정은 남자친구에겐 헤어지자고 말하고, 팀장(김민업 분)에겐 내일 회의에 못 간다며 소리를 버럭 지른다.

 

다음으로 ‘환불’ 편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인 수진(조민경 분)에 대한 이야기다.

 

고시원 연장을 못한 수진은 당분간 친구 집에서 지내기로 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친구 집에 갔더니, 친구는 이미 출근하고 없다. 저녁 8시는 돼야 퇴근한다는데 그때까지 막막하다.

 

전화를 끊으려는데 그때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친구(금보선 분)의 목소리. 수진이 오갈 데 없어 그냥 딱해서 자기 집에 있으라고 했다는 소리를 옆 사람에게 한다.

 

내가 동정의 대상인가 싶어 화가 치민다.

 

갑자기 합격했던 회사에서 입사가 취소돼서 짜증이 나는데, 입사하면 이사 갈 요량으로 고시원은 연장을 안 했지, 친구는 그런 그녀를 동정심에 그냥 자기 집에 있으라고 했다지, 같이 스터디 하던 사람들에게 스터디 회비 3만원을 돌려달라고 했다가 진상 취급까지 당한다.

 

결국 그녀는 이 모든 화근이 된 자신의 입사를 취소시킨 회사에 따지러 간다.

 

대법원 판례까지 들이밀어 보지만, 회사에선 면접 당일 손해 본 시간과 비용에 대해서만 보상해 줄 테니 그냥 이쯤에서 마무리 하자고 회유한다.

 

잘 곳도 없어서 하루 종일 캐리어를 끌고 이 모든 곳을 다니다 보니 자신의 처지가 더 처량해 결국 그녀는 길바닥에서 울음을 터트린다.

 

끝으로 ‘대자보’는 4대 3 비율의 흑백 단편영화로, 혜리(윤혜리 분)는 자신의 다니는 대학의 교수를 상대로 대자보를 썼다가 오히려 그에게서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하자 고민에 빠진다.

 

그러나 같이 대자보를 쓰는데 동참했던 친구 민영(이민영 분) 이런 혜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교수가 내걸은 대자보에 대한 반박 대자보 내용을 장난스럽게 준비한다.

 

결국 혜리가 준비한 내용으로 대자보를 쓰면서, 민영은 자신들의 이름을 밝히자고 하지만 혜리는 심리적 압박에 이름은 빼자며 싸운다.

 

참다못한 혜리는 출석요구서를 보이며 박 교수로부터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오늘 처음 동아리에 들어온 지현(김지현 분)은 이러다 자기까지 봉변당할까 싶어 핑계를 대고 자리를 뜬다.

 

흔히 말하는 지식의 상아탑(象牙塔)에서, 최고의 엘리트인 교수는 교비 횡령이라는 범죄를 저지르고, 그런 자신에게 쓴소리를 하는 제자를 고소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다시는 오지 않을 오늘을 이야기 하는 영화 <오늘, 우리>는 지난 31일 개봉했다.

 

/디컬쳐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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