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기쁨과 영광보다 불효가 훨씬 많았다" 사모곡

정현숙 | 기사입력 2019/11/03 [11:21]

문재인 대통령, "기쁨과 영광보다 불효가 훨씬 많았다" 사모곡

정현숙 | 입력 : 2019/11/03 [11:21]
30일 문재인 대통령 트위터

 

문재인 대통령은 저희 어머니가 소천하셨다"는 인사말로 30일 새벽 트위터에 모친을 떠나보내는 절절한 심경을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다행히 편안한 얼굴로 마지막 떠나시는 모습을 저와 가족들이 지킬 수 있었다"며 "평생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그리워하셨고,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처럼 고생도 하셨지만 그래도 행복했다는 말을 남기셨다"고 부고(訃告)를 전했다.

 

이어 "41년 전 아버지가 먼저 세상을 떠나신 후 오랜 세월 신앙 속에서 자식들만 바라보며 사셨다"며 "제가 때때로 기쁨과 영광을 드렸을진 몰라도 불효가 훨씬 많았다"고 자책과 함께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맘을 나타냈다.

 

덧붙여 "특히 정치의 길로 들어선 후로는 평온하지 않은 정치의 한복판에 서 있는 것을 보면서 마지막까지 가슴을 졸이셨을 것"이라는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마지막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주 찾아뵙지도 못했다"며 "이제 당신이 믿으신 대로 하늘나라에서 아버지를 만나 영원한 안식과 행복을 누리시길 기도할 뿐이다"라고 애도했다.

 

또 "어머니의 신앙에 따라 천주교 의식으로 가족과 친지끼리 장례를 치르려고 한다"며 "많은 분들의 조의를 마음으로만 받는 것을 널리 이해해주시기 바란다"면서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에서도 조문을 오지 마시고 평소와 다름없이 국정을 살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슬픔을 나눠주신 국민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어머니를 여읜 심경을 끝맺었다.

 

한편 문 대통령 모친 강한옥(92)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부산 남천성당은 배치된 경호인력이 조문객들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등 엄숙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강 여사의 빈소는 성당 장례식장 내 2개 기도실 중 제1기도실에 마련됐으며, 청와대 경호팀은 장례식장 주변을 통제하고 문 대통령 내외의 친인척과 성당 관계자들을 제외한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이로 인해 부고 소식을 듣고 성당을 찾아 온 일반 시민들도 여럿 있었지만 조문을 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한 시민은 취재진에게 "조의금 전달도 안 되는 거냐"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전날인 29일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오후 11시10분쯤에 빈소를 찾았지만, 문 대통령 측에서 "첫 날은 더 이상 조문객을 받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돌아갔다. 김 전 장관은 "내일 오전 빈소가 정비되면 다시 오겠다"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부산 메리놀 병원을 찾아 모친의 임종을 지켜보고 7시25분쯤 고인을 빈소로 모시기 위해 병원을 나섰다. 문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고인이 운구용 차량으로 모시는 것을 지켜본 뒤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차량을 뒤따랐다.

 

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과 인근 주민들은 문 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했다. 한 입원환자와 보호자는 탄식을 내쉬며 말을 잊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올해 92세였던 강 여사는 노환으로 몸이 좋지 않아 부산에서 문 대통령 여동생 등과 지내오다가 최근 부산 중구에 위치한 한 병원에 입원했으며, 약 2주 전부터는 건강 상태가 악화돼 중환자실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29일 오전에는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위독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수원에서 열린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행사를 마치자마자 헬기를 이용해 부산을 급히 찾아 모친의 임종을 지켜봤다.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인 강한옥 여사가 29일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 딸 결혼식을 앞두고 강 여사가 문 대통령, 김정숙 여사와 함께 기념촬영을 한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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