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땅 평평함 이루는 게 세상이치”

[김계유의 주역속으로] ‘근심한 자 평안하고, 안이한 자 기울어’

김계유 | 기사입력 2009/06/19 [17:35]

“하늘·땅 평평함 이루는 게 세상이치”

[김계유의 주역속으로] ‘근심한 자 평안하고, 안이한 자 기울어’

김계유 | 입력 : 2009/06/19 [17:35]
조(趙)나라 양자(襄子)가 신치목자로 하여금 적나라를 공격하게 하였다. 신치목자는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좌인과 중인 두 마을을 빼앗은 뒤, 사람을 보내어 이 사실을 아뢰었다. 양자가 막 밥을 먹고 있다가 이 소식을 듣고 근심스런 얼굴을 하였다. 곁에 있던 신하가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

“하루아침에 두 마을을 함락했으니, 이것은 사람들이 기뻐할 일입니다. 그런데 임금께서는 근심스러운 얼굴을 하시니 어찌 된 일입니까?”

양자가 대답했다. “무릇 장강이나 황하 같은 큰물이라도 사흘을 넘치지 못하며, 폭풍과 소나기도 아침 한나절을 계속하지 못하고, 해가 한 복판에 떠 있는 것도 한낮 잠깐 뿐이오, 지금 우리 조씨네가 덕행을 쌓은 것도 없는데, 하루아침에 두 마을을 정복했으니 화(禍)가 곧 미칠 것이오.”

공자가 이 이야기를 듣고 말했다. “조씨네는 반드시 번창할 것이다. 무릇 근심한다는 것은 번창하게 되는 원인이 되고, 기뻐하는 것은 망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승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법이다. 현명한 임금은 그렇게 함으로써 승리를 유지하니, 그런 까닭에 복이 후세에 미치는 것이다. 제나라와 오나라와 월나라도 모두 승리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끝내 망하게 된 까닭은 승리를 유지하는 데 통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직 도를 터득하고 있는 임금만이 승리를 유지할 수 있다.”
 
장강·황하도 사흘 넘치지 못해
 
역의 계사전에 보면 위태롭게 여기는 자는 평안하게 하고(危者使平) 안이하게 여기는 자는 기울게 된다(易者使傾)고 하였다. 육적(陸績)의 풀이에 의존하여 그 의미를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위자사평(危者使平)에 대한 해설이다.

문왕(文王)은 주(周) 때에 생존했다. 위태롭고 흉한 걱정으로 가득했다. 그러므로 역의 말에서 위태롭고 망하게 될 것을 걱정하는 말이 많다. 그것을 문왕이 자기 자신의 덕으로 힘써 구제하고, 왕업을 일으켜 세웠으니, 역의 효사에 위태로운 자는 평안하게 한다는 말로써 그 일을 본떴다. 천지비괘(天地否卦) 구오(九五) 효사(爻辭)를 보면 “망하지, 망하지 하고 대비할 줄 알아야 무성한 뽕나무에 붙들어 맬 수 있다”고 했으니 바로 이 뜻이 거기에 있다.

이 부분은 역사적인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위태롭게 여겨 능히 평안해진 예는 문왕의 일이다. 문왕은 주(紂)가 집권하고 있던 은나라의 제후이면서 유리옥에 갇히기도 했다. 그러나 그 같은 환란을 입었음에도 어렵고 곧게 처신하여 이를 벗어난 일이 있으므로 일찍이 위태롭고 멸망할 수 있는 우환이 있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역의 말에서 위태롭고 망하게 될 것을 경계하는 말이 많다고 하였다.

문왕의 뜻은 본래 스스로 힘껏 구제하여 왕업을 이룩하는데 있었다. 그러므로 효사에서 모두 위태롭게 여기는 자는 평안하다고 하여 그 일을 본떴다. 천지비괘 구오에서는 “망하지, 망하지 해야 우북한 뽕나무에 붙들어 맬 수 있다”고 하였다. 순상은 그곳의 주석에서 음(陰)은 양(陽)을 녹이고자 하고 4효를 거쳐 5효에 미치게 되므로 “망하지, 망하지”하게 된다고 하였다.

뽕나무란 뿌리가 무성하고 줄기는 위가 검고 아래가 누렇다. 이는 하늘 건(乾)과 땅 곤(坤)을 그대로 보여준다. 건(乾)의 맡아 다스림은 위에 있고, 곤(坤)은 본체가 아래에 있다.
 
“망할 걸 걱정해야 평안 이뤄”
 
비록 건(乾)을 녹이고자 하나, 그 본체에 매단다면 결코 망하지 않게 된다. 이는 곧 위태롭게 여기는 자는 평안해진다고 하는 그 말의 뜻이다. 천지비괘 5효의 예를 들어 나머지의 뜻을 예로 삼는다. 마치 중천건괘 3효 문언에서도 날을 마치도록 굳세고 굳세게 하되, 때와 더불어 행한다고 하는 등의 말과 같다.

다음은 이자사경(易者使傾)의 해설이다. “쉽게 여기는 자는 기울어지게 하니.”

육적(陸績)은 그 뜻을 이렇게 풀이한다. 이(易)는 평이(平易)함이다. 주(紂)가 그 지위를 편안하게 여겨 스스로 평이하다고 하되, 도리어 나라가 기울어지면서 전복당했다. 그러므로 역의 효사에서 쉽게 여기는 자는 기울어진다고 하면서 그 일을 상으로 본떴다. 지화명이괘(地火明夷卦)의 ‘上6’에 처음에는 하늘에 올랐으나 뒤에 땅으로 들어간다고 한다는 류의 말이 바로 이것이다.

이 구절의 뜻에 대해 말하면서 석고(釋?)에서는 평(平), 균(均), 이(夷), 제(弟), 이(易)는 같은 뜻으로 본다. 장자(莊子) 각의편(刻意篇)에도 성인은 휴휴언(休休焉)하니 평이(平易)하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이(易)는 평이(平易)함이다.

평이하여 안이하게 여기면 반드시 기울기 마련이니 이는 주(紂)의 일에서 볼 수 있다. 주가 그 지위를 안이하게 여겨 말하되, 나에게 백성이 있고 천명이 있다고 호언했으나, 마침내 죄가 정수리에 이르러 하늘이 그를 주살하였다. 이는 스스로 안이하게 여겨 도리어 전복당한 경우다.

그러므로 효사에서 반드시 안이하게 여기는 자는 기울게 된다고 하여 그 일을 예로서 삼았다. 지화명이괘 상육에서도 처음은 하늘에 올랐으나 뒤에 땅에 들어간다고 하였다. 지화명이괘는 화지진괘로부터 왔다. 우번은 그곳의 주석에서 화지진괘의 때는 위로 건(乾)에 걸려 있으므로 하늘에 오르고, 4방의 국가를 비친다고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도리어 아래 있으므로 뒤에 땅에 들어가게 되고 그 법칙을 잃었다. 후과의 주석에서 하물며 주의 때이겠느냐고 하였다. 이는 곧 쉽게 여기는 자는 기울어지게 한다는 뜻이다. 지화명이괘를 들어서 그 나머지를 알게 하였다. 마치 중천건괘 상구에서도 높이 올라간 용은 뉘우침이 있다고 함이니 이는 가득 찬 것은 오래 가지 못한다는 그 구절의 의미다.
 
“주(紂), 안이한 죄행 끝 전복당해”
 
다시 말하면 이 구절은 지천태괘(地天泰卦) 구삼(九三)과 결부시켜 생각할 수 있다. 그곳에 보면 세상의 이치가 평평한 것은 반드시 기울지 않음이 없다고 하였다. 우번은 그곳의 주석에서 본문의 기운다는 피(陂)는 경사진다는 경(傾)이라고 하였다. 곧 천지비괘 상효를 말한다. 평평함은 3효다. 하늘과 땅이 나누어졌으므로 평평하다. 하늘이 땅의 평평함을 이룸이 위태롭게 여기는 자는 평평하게 하고 쉽게 여기는 자는 기울어지게 한다는 뜻의 말이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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