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농단' 장자연책임 비켜간 조선일보, 누가 책임지나

정현숙 | 기사입력 2019/05/22 [10:32]

'검경 수사농단' 장자연책임 비켜간 조선일보, 누가 책임지나

정현숙 | 입력 : 2019/05/22 [10:32]

침묵하던 조선일보.. 과거사위 장자연 사건발표뒤 입 열어 반격

 

 

이명박 정부의 검찰과 경찰의 수사농단으로 고 장자연 사건의 진상을 밝힐 수 있는 길이 가로막힌 현실이 확인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검찰은 장 씨의 문건 속 ‘조선일보 방 사장’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부실 수사로 인해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

 

20일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조선일보의 수사외압과 술접대·부실수사를 확인했지만 처벌 못 한다’는 허탈한 결론을 내렸다. 다만 조선일보가 전 회사적 차원의 강한 외압을 행사했다는 사실은 밝혀냈다.

 

이번 결론이 마뜩잖은 조선일보는 21일 1면 메인 보도에 이어 10, 11면 전면을 할애해 과거사위 결론에 대해 맹렬히 비난하며 해명에 안간힘을 썼다.

 

이날 1면 기사로 조선일보가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과거사위 발표는 명백한 허위라는 기사를 실었다. ‘사건과 무관한 방 사장이 왜 외압을 행사하겠나’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면서 외압을 주장한 과거사위 발표에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기사에서 밝혔다. 

 

11면에서는 ‘장자연은 왜 죽음 선택했나… 이 물음엔 시종 침묵한 과거사위’라는 제목으로 과거사위를 또 한 번 비판했다. ‘검·경·법원, 방상훈 사장은 관련없어’라는 제목으로 방 사장과 이 사건의 무관함을 역설했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검·경·법원의 부실수사에 힘입어 조선일보는 오히려 더 큰소리를 친다.

 

이 기사에서 장 씨 소속사 대표가 스포츠조선 전 사장을 조선일보사 사장으로 표기했다고 주장했다. 과거사위가 검·경의 초기 부실수사를 지적한 것과 반대의 주장을 펼친다. 같은 11면에서 ‘본질 외면한 채… 조선일보 흠집내기 올인하다 13개월 허송’이란 제목으로 과거사위를 비난하면서 접대받은 전 관료와 골프여행 간 기업인 등 16명 조사내용은 없었다며 빠져나갈 구실을 잡고 있다.

 

각계, 재수사 권고하지 않는 과거사위 결론 비판  

 

과거사위는 끝내 ‘조선일보 방사장’을 특정하지 못했다. 과거 검찰이 부실 수사로 ‘방사장’을 특정할 기회를 놓친 이유가 결정적인 이유다. 과거사위는 “당시 부실한 수사 등으로 장 씨가 ‘조선일보 방사장’에게 술 접대를 하고 잠자리를 강요받은 사실이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라고 밝히면서 미진한 종결로 끝냈다.

 

경찰은 당시 ‘2007년 10월경 방 사장이 장 씨와 식사를 했다’라는 김종승 전 대표의 진술을 확보하고도 방 사장에 대한 수사를 외면했다. 따라서 검찰은 ‘조선일보 방사장’ 접대에 관한 사실관계 자체보다 이 사건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무관하다고 결론 내는데 치중한 채 수사를 종결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검찰 과거사위가 장자연 씨의 사망 관련 의혹들에 대한 조사 및 심의 결과 성폭행 의혹, 장자연 리스트와 검찰과 경찰의 부실수사 의혹 등에 대해 재수사를 권고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각계의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거사위가 조선일보가 장자연 리스트 관련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것에 관해 확인했음에도 성폭행 사실은 확인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재수사를 권고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이지만 또한 수사권이 없는 과거사위의 한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장자연사건 조사팀이었던 김영희 변호사는 장자연 조사팀의 조사 내용과 과거사위 결론과의 차이를 지적하며 과거사위 결론을 비판했다. 그는 20일 오후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사위 결론에 대해 "장자연 사건 조사팀의 조사 결과에서 소수 의견에 불과했던 검사들의 의견을 주로 위원회가 이례적으로 결론으로 채택하면서 다수 의견은 완전히 묵살되는 결과가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굉장히 받아들이기 어렵고 조사단의 조사 결과와는 동떨어진 부분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조사팀 6명 중 4명이 외부인사이고 2명이 검사인데 중요 쟁점에서 (외부인사와 검사들 사이의) 의견이 갈렸는데, 검사들 의견 위주로 위원회가 채택 했다"는 주장이다.

 

김 변호사는 성폭행 의혹과 관련해서 "한 개의 진술이 아니라 세 개 정도의 유력한 진술이 있었다"면서 성폭행 관련해서 구체적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개시할지 여부 검찰이 판단해 달라는 것이 진상조사단 권고안의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이 부분을 위원회가 받아들이지 않고 한마디로 수사가 되도록 하지 않고, 그냥 기록을 보존하자는 검사들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소극적으로 결론이 났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약물에 의한 성폭행이라고 한다면 특수강간이라든지 강간치상의 경우에 해당이 되기 때문에 공소시효(15년)가 남아 있을 수 있어서 증거가 많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유력한 진술들이 있는 만큼 수사 여부를 검찰이 판단해 달라는 의견을 냈던 것"이라며 "1년 넘게 최선을 다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서 너무 참담하다"고 말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이번 수사로 언론계와 재계 그리고 법조계의 성범죄 카르텔의 진상은 의혹이 아닌 실체로 드러났다. 특히 조선일보 사주 방 씨 일가가 수사에 외압을 넣는 등 추악한 행태가 확인됐다"며 "그런데도 재수사를 권고하지 않겠다면, 이는 공범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한겨레신문 김이택 논설위원은 장자연 사건 특수협박 조선일보사 책임은 누가 지나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언론이 수사기관을 협박해 결국 부실·왜곡 수사로 이어졌다면 앵커의 접촉사고 논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사안 아니냐고 했다. 

 

남들 잘못엔 가차 없이 비수를 꽂아대면서 자기 잘못은 감추려 한다면 당당하지 못하다. 장 씨 죽음의 진실을 은폐하고 남의 명예를 치명적으로 훼손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며 신랄하게 질타했다. 다음은 김 논설위원의 칼럼을 일부 발췌했다.

 

“현직 대통령 건드리는 거랑 똑같은 거예요…그런다고 해서 처벌이 되겠어요?” 고 장자연 씨의 지인 김모 씨가 MBC 피디에게 했다는 말이다. 그래서 ‘방 사장 아들’의 행적을 알면서도 그동안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 씨의 우려처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는 20일 장 씨에게 술접대를 강요한 가해자들과 부실수사에 대한 책임은 묻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후속 조처는 장 씨 소속사 대표의 위증 혐의를 재수사 권고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나마 장 씨가 남긴 문건의 신빙성을 확인하고 ‘조선일보 방 사장’ 일가의 행적을 밝힌 게 성과라면 성과다.

 

당시 조선일보사는 ‘방상훈 사장은 무관하다’며 언론계·정계 등에 ‘피해자 프레임’을 강력하게 펼쳤다. 그것이 그의 동생과 아들까지 뒤로 감추고 부실·왜곡 수사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장 씨의 1년치 통신기록 원본파일은 검경 어디에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경찰 수사책임자는 ‘수사기밀’까지 조선일보사 쪽에 넘겨줬다고 법정에서 고백했다. ‘방 사장 아들’에게도 코리아나호텔 스위트룸까지 찾아가는 ‘출장 서비스’ 조사의 특혜를 제공했다.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역시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경찰이 소환조차 않더니 검찰은 국내에 있는데도 아예 부르지 않았다. 지인 김 씨가 장 씨와 방 전 대표의 관계를 ‘광분해서 진술’했는데도 검찰은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고 한다.

 

‘현직 대통령’에 맞먹는다는 언론권력 앞에서 수사기관들이 알아서 비켜간 것일까. 그런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과거사위 발표문에 등장하는 ‘특수협박’이란 표현은 주목할 만하다. 당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조선일보는 정권을 창출할 수도 있고, 퇴출시킬 수도 있다”며 수사책임자를 ‘협박’한 사실을 과거사위는 공식 인정했다. 다만 ‘특수협박죄’(형법 284조)의 공소시효는 지났다고 했다. 사내에 대책반까지 꾸려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으로 억지로 어떤 일을 하도록 ‘협박’한 것은 맞다는 취지다.

 

언론이 수사기관을 ‘협박’해 결국 부실·왜곡 수사로 이어졌다면 별일 아닌 듯이 넘길 일인가. 최소한 조선일보가 대서특필해온 유력 앵커(손석희 JTBC 대표)의 접촉사고·폭행 논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사안임은 분명하다. ‘특수협박’ 와중에 결국 장 씨가 문건에서 고발한 성착취의 진실까지 덮였다면 책임은 더 크다.

 

조선일보사는 그간 사실상 입을 틀어막으려는 봉쇄소송으로 이 사건에 대응해왔다.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의원들과 시민단체 인사들을 고소한 데 이어 최근에는 문화방송과 <한겨레> 등에도 소송을 걸었다(무고죄를 의식했는지 한겨레엔 형사고소는 하지 않았다). 남들의 잘못에는 가차없이 비수를 꽂아대면서 자신의 잘못은 감추거나 회피하려 한다면 당당하지 못하다.

 

‘협박’과 ‘인격 살인’의 전말은 알 수 없으나 과연 이 모든 일이 최대주주이자 오너인 방상훈 사장 모르게 진행됐을까. ‘특수협박’으로 장 씨 죽음의 진실을 은폐하고 남의 명예와 인격을 치명적으로 훼손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언론 자유’의 방패 뒤에 숨어 책임을 모면하려 한다면 비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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