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시민들 "자한당 해체하라" 서울 도심 5·18 망언 규탄 집회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9/02/24 [09:29]

1만 시민들 "자한당 해체하라" 서울 도심 5·18 망언 규탄 집회

서울의소리 | 입력 : 2019/02/24 [09:29]

“5·18 역사왜곡, 김진태와 지만원 강력 규탄한다”.."망언 의원들 퇴출해야"

 

 ‘5·18 망언 범국민 규탄대회가 열린 청계광장.  KBS

 

“5·18 역사왜곡 자유한국당 규탄한다”

 

23일 서울 도심에서 ‘5·18 망언’과 관련한 자유한국당 의원의 퇴출과 5·18 역사왜곡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범국민 규탄 집회가 열렸다. 지만원과 자한당 의원들의 5·18 망언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로 서울 청계광장에서 1만여 명이 운집했다.

 

집회에는 서울은 물론 광주·전남·춘천지역에서 상경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5·18 시국회의와 5·18 역사왜곡처벌 광주운동본부 등 각 지역의 시민단체 들이 이날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을 꽉 메운 가운데 범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지만원을 구속하라”, “역사왜곡 처벌법을 즉각 제정하라” "자유한국당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5·18 망언’을 규탄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한 집회 참가자는 “지만원씨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왜곡 발언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시대를 역행하는 역사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한국당은 5·18 진상조사를 방해하고 망언 3인방 등 망언세력을 비호한다”며 “언론과 인터넷 매체를 통해 북한군 개입설을 퍼트리는 지만원 씨는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18 단체를 비롯한 550여개 단체들이 모여, 단체 규모로는 2016년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 이후 가장 크다. 오늘 집회를 위해 광주에서는 1,400여명이 버스 32대를 나눠 타고 상경했다. 5·18 왜곡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세 의원이 국민을 대변할 자격이 없다는 응징의 함성이 터졌다..

 

또 어제(22일) 5·18 당시 계엄군 헬기 사격 등을 목격한 미국인 목사 2명의 가족이 세 의원의 발언이 명백한 허위라며 국회 차원의 조치를 요청한 점도 강조했다. 광주민주화운동 시민군과 광주에서 온 중학생 등 참가자들은 자유발언을 통해 들끓는 민심을 고스란히 전했다. 정치권에서도 자한당을 제외한 여야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비판 발언을 이어갔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도 발언대에 올라 세 의원의 제명을 촉구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역사 왜곡으로 공동체를 파괴하는 이들에게까지 민주주의의 관용을 베풀 순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왜곡 모독 망언 3인 국회의원 퇴출, 5·18역사왜곡처벌법 개정, 자유한국당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청계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규탄 함성이 드높다. 뉴시스

 

주최 측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세 의원 퇴출과 재발 방지 대책인 역사왜곡처벌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이들은 세 의원이 속한 자한당이 망언에 대한 관련 조치에 협조하지 않으면 앞으로 당에 대한 압박 수위도 높여나가겠단 입장이다.

 

집회가 시작되기 전에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몰려와 고성과 폭언을 쏟아내는 등 항의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는 수많은 시민과 박원순 서울시장, 이용섭 광주시장,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1만여 명이 운집했다.
 
참가자들은 5.18 왜곡 발언을 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지만원 씨를 성토하며 역사왜곡 처벌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본집회가 끝나면서 광화문 광장을 돌아 세월호 분향소까지 행진한 뒤 행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반성없는 지만원 "광주시민은 빨갱이"..태극기 모독집회서 여전히 망언과 선동질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고 주장하는 보수 논객 지만원씨(왼쪽)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보수단체 구국동지회가 주최한 5·18 진실 규명 촉구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19.2.22/뉴스1 © 뉴스1 서영빈 기자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고 주장하는 지만원 씨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보수단체 구국동지회가 주최한 5·18 진실 규명 촉구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 지탄에도 불구하고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고 주장하는 지만원 씨가 또다시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이번에는 아픔의 당사자인 광주 시민들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지 씨는 자신의 주장이 광주 시민들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반발을 겨냥해 "빨갱이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집회 참석자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지 씨는 22일인 어제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보수단체 구국동지회가 주최한 5·18 진실규명 촉구 집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지 씨는 "광주 시민들이 그런 짓을 했는가 간첩 짓을 했는가라고 하면 광주 시민들에게 불명예이고, 내가 그 불명예를 세탁시켜 줬다"며 "그럼 나한테 와서 절을 해야지 왜 나한테 와서 죽이려고 하냐"고 역설했다.

 

지 씨는 또한 "계엄령도, 살인마의 누명도 썼는데 그것도 벗겨지고 광주 사람들에게 달려 있던 주홍글씨도 벗겨지면 윈-윈 게임이 아닌가. 세상 모든 인간에게 물어봐도 지만원이 광주 사람에게 좋은 일을 했냐고 물으면 맞다고 할 것"이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런데 저 사람들(광주 시민)은 왜 아니라고 하는가. 북한군에 의해서 발생했다고 하면 왜 명예가 훼손됐다고 하는가"라며 "말이 안 된다. 빨갱이이기 때문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곧장 "맞소!"라는 동의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지 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빨갱이들이 역사 교과서를 쓴다.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을 악의 축으로 만들고 오로지 대한민국을 지킨 것은 5·18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이것을 헌법에 넣고 대한민국을 적화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 씨는 망언 논란의 시초가 된 5·18 관련 공청회를 주최한 자한당의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의 제명 논의에 대해서도 격렬히 반발했다. 그는 "작년에 통과된 5·18 진상규명법에는 북한군이 왔는지 여부를 조사하라고 돼 있으니 당신이 한 번 와서 북한군이 왔는지 증명해 봐라라고 당연히 불러야 하는 것"이라며 "당연한 권리, 의무 행사를 했는데 어째서 그 사람들이 제명되어야 하는가"라고 여전히 황당한 가짜뉴스를 전파하고 있었다.

 

광주 살던 미국인 부인들 "북 공작설은 거짓..우리가 목격자"

 

국내에서 5·18 망언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동안 이를 정확히 증언해줄 미국인들이 나타났다. 미국인 마사 헌틀리와 바버라 피터슨이다. 그들은 1980년 5월 광주에 있었다. 남편인 찰스 헌틀리(한국 이름 허철선), 아널드 피터슨(배태선) 목사와 함께였다.

 

5·18 민주화운동 38주년 기념식이 지난해 5월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렸다. 1980년 5월 항쟁을 목격하고 증언한 바버라 피터슨(왼쪽 둘째)이 추모공연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고 찰스 헌틀리 목사의 부인 마사 헌틀리(왼쪽 셋째)와 위르겐 힌츠페터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타트(왼쪽 넷째)도 함께했다. 공동취재사진 한겨레 광주/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5·18 민주화운동 38주년 기념식이 지난해 5월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렸다. 1980년 5월 항쟁을 목격하고 증언한 바버라 피터슨(왼쪽 둘째)이 추모공연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고 찰스 헌틀리 목사의 부인 마사 헌틀리(왼쪽 셋째)와 위르겐 힌츠페터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타트(왼쪽 넷째)도 함께했다.한겨레

 

당시 광주기독병원 원목실장이던 헌틀리 목사는 계엄군에 쫓기던 시민들을 숨겨주고 희생자·부상자의 사진을 미국으로 보내 5·18의 참혹한 실상을 세계에 알렸다. 당시 광주에서 한·미 전도대회를 준비하던 피터슨 목사도 현장에서 목격한 계엄군의 폭력적인 진압과 헬기 사격 등을 기록으로 남겼다.

 

헌틀리·피터슨 목사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들의 아내인 마사와 바버라는 여전히 1980년 광주를 기억하는 역사의 증언자들이다.

 

5·18 참상을 목격한 두 사람이 21일 전자우편으로 “민주주의는 진실에 기반해야 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보내 5·18 역사를 왜곡·모독한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 3명을 징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편지에서 “세명의 국회의원이 제명되거나 질책을 받아 한국 국민들이 국회를 다시 믿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문 의장에게 당부했다.

 

두 사람은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인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의 영문판을 번역하고 현재 미국에 사는 설갑수씨를 통해 5·18을 왜곡하는 일이 한국 의회에서 벌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이들은 39년 전 목격한 광주의 가슴 아픈 항쟁의 역사가 부정당했다는 소식에 놀라 국회의장에게 편지를 보내게 됐다.

 

마사 헌틀리와 바버라 피터슨이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보낸 전자우편 사진.

 

이들은 편지에서 “세명의 자유한국당 의원은 ‘5·18은 600여명의 북한 특수공작원이 사주한 난동’이라는 한 극우인사의 노골적인 거짓말에 동조했다”며 “세명 국회의원의 말은 뻔뻔한 거짓이며, 광주와 호남 시민들, 나아가 한국인들 모두에게 상처를 줬다”고 개탄했다.

 

또 이들은 “우리의 남편인 아널드 피터슨 목사가 찍은 헬기 사격 사진과, 찰스 헌틀리 목사가 촬영한 광주기독병원으로 이송된 수많은 희생자의 사진은 전두환의 재판에도 제시됐다. 우리는 광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다”고 적었다.

 

“5·18은 폭동”이라거나, 계엄군의 살인 진압까지 부인하는 역사 왜곡에도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두 사람은 “최근 홀로코스트(집단학살) 자체를 부인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는 수백만명이 겪은 고통과 상실, 역사의 진실을 지워버리려는 것”이라며 “5·18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역사적 진실 앞에서 거짓말을 하는 일이 다시는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들은 이어 “광주에서 벌어진 부당한 폭력의 한가운데서 이를 목격하고 도울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다. 우리는 앞으로도 한국을 사랑할 것이며, 우리가 아는 진실을 증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지난해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38주년 기념식에도 참석했다. 당시 마사는 무대에서 “제가 본 광주는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참혹함 그 자체였으나 광주 시민의 인간애는 너무나 뜨거웠다”는 내용의 편지를 낭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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