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김병준의 자한당 혁신, 태극기 수꼴부대 욕설세례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9/02/24 [10:09]

실패한 김병준의 자한당 혁신, 태극기 수꼴부대 욕설세례

서울의소리 | 입력 : 2019/02/24 [10:09]

5·18 망언에 추락하는 자한당 

 

5·18 징계 김병준에 야유..욕설 나온 한국당 TK 연설회

kbs

 

극우본색 자한당 대구연설회, 태극기 모독단 욕설과 고성으로 얼룩져

 

18일 보수의 텃밭이라 불리는 자유한국당 대구·경북(TK) 전당대회 합동 연설회에서 모처럼 고향인 대구를 찾은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김진태 지지자인 태극기 모독단  당원들로부터 야유와 욕설 세례를 받았다. 5.18 망언 관련자에 대한 징계를 주도했다는 이유다.

 

당직자 가운데 처음으로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단상에 올라서 인사를 건네자 마자, 객석에서 야유와 욕설이 터져나온다.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김병준 위원장이 잠시 참다가 "대구와 경북의 당원동지 여러분... 조용히 해 주십시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대구 엑스코 행사장에서 열린 연설회는 김진태를 응원하는 피켓을 든 태극기 모독부대 극우 지지자들과 일부 당원들이 야유를 보냈다. 피켓에는 ‘진태없이는 진퇴양난’, ‘세대교체 혁명 미래의 아이콘’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이들은 김 위원장을 향해 “XX놈아” 등의 욕설과 “민주당으로 돌아가라”, “김병준 나가라”, “빨갱이” 등과 같은 거친 말들을 반복적으로 쏟아냈다. 김 위원장이 “조용히 해달라. 여러분들이 무엇을 얘기하려는지 알고 있다”면서 입을 뗐지만 고성은 잦아들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굳은 표정으로 마이크를 쥔 채 1분 간 연설을 중단했다.

 

경북 고령 출신인 김 위원장은 TK(대구·경북) 출신임을 강조하기도 했지만 성난 김 후보 지지자들을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김 위원장이 "(경북은)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라며 "저를 길러주고 오늘 이 자리에까지 오게 만들었다"고 하자 김 후보 지지자들은 "나서지 않는 게 도와주는 거다", "당에서 나가라" 등의 야유를 쏟아냈다.

 

이후 사회자가 “김 위원장이 여러분을 뵈려고 일부러 왔다. 여러분 마음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상황 정리에 나섰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당원석에서는 "김병준은 나가라, 탄핵 부역자, 빨갱이" 등의 거친 표현이 지속적으로 이어졌고, 굳은 표정으로 연설을 이어가던 김 비대위원장은 1분여 만에 서둘러 연설을 마무리했다.

 

책임당원 30%와 김진태 극성 지지자가 몰려있는 대구, 경북지역은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물론 5.18 망언 사과 편지를 보낸 권영진 대구시장에게까지 야유와 욕설이 터져 나왔다. 고성과 욕설이 난무한 자한당 전당대회는 애초 기대했던 흥행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김진태는 이와 관련 이날 연설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저도 바늘방석"이라고 했다. 그는 일부 지지자들이 김 위원장에게 입에 담긴 욕설을 퍼부었다는 지적에 "꼭 저의 지지자 중에서 나왔다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만약 그렇다면 저를 윤리위에 회부시킨 것 때문인데 예의가 아니며 저도 바늘방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의 지지자들은 자발적으로 오는 분들이기 때문에 일일이 막지 못한다"며 "(제 지지자들이) 그동안 너무 억눌리고 제도권 언론에서 들어주지 않아서 목소리가 큰 점은 있다. 하지만 과격했던 적이 없으니 언론에서도 편견을 갖고 보지 말라"고 당부했다.

 

자한당의 우왕좌왕 혼란속에 18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 앞에서는 5.18 관련 단체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TK가 만만하냐! 지역주의 그만해라!" "보수같은 소리하네 매국 수구 정치장사꾼"이라는 팻말을 들고 자한당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의원의 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자유한국당 대구·경북 합동연설회가 열리는 18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 앞에서 5.18 관련 단체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5.18 망언과 관련해 자유한국당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의원의 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병준의 야심 실패... 자한당 혁신은 물 건너가, 극우 배틀로 엉망진창

 

합리적 보수와 개혁 보수의 기치를 거창하게 내걸고 자한당을 탈바꿈해 보겠다던 김병준의 혁신은 실패했다. 이번 전당대회만 봐도 그렇다. 5.18 망언으로 제명 위기에 놓였다가 유예된 망언 3인방은 이종명 의원만 형식적으로 처리하고 주동자인 김진태와 김순례는 오히려 지도부로 갈 수 있는 길을 터주고 있다.
 
지난 14일 대전에서 열린 연설회에서 오세훈 당대표 후보의 최초 연설문은 5·18 망언을 비판하려다가, 실제 연설에서는 해당 문구를 뺐다. 같은 날 "우리가 대한애국당이냐"라고 직언을 했던 조대원 최고위원 후보에게는 야유가 쏟아지고 당원의 품위에 위배 된다고 오히려 윤리위에 회부했다.

 

조 최고위원 후보는 대구에서도 "호남에 계신 여러분들, 정말 잘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돌아온 건 욕설이었다. 그는 당 선관위로부터 주의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청년최고위원로 나온 김준교는 14일 대전에서 "지금 주사파 정권을 탄핵하지 못하면 자유한국당이 멸망하고 김정일의 노예가 될 것이다"라며 "우리 국민 모두가 학살당하고 강제수용소에 끌려갈 것이다"라는 막말을 쏟아냈다. 여기에는 환호가 쏟아졌다. 18일인 어제 대구에서도 뿌리 깊은 박정희 향수에 비위를 맞추면서 차마 듣기 민망한 "저딴 게 대통령이냐" "민족의 반역자"라며 대통령을 향한 막말이 도를 넘어섰다.
 
이번 연설회는 스스로 극우로 회귀했음을 자유한국당이 보여주면서 그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자한당이 여전히 태극기 모독세력으로 대표되는 강성 보수에 사로잡혀 있음을, 박근혜의 옥중정치에 휘둘리는 도로박근혜당이 됐음을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여실히 보여줬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자한당의 입장은 새누리당 시절부터도 제대로 정리되지 못했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된 일부 새누리당 후보자들이 광주 반란 등의 발언을 해 역사인식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진통 끝에 후보들의 공천을 취소하는 것으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5.18 망언은 이 당의 우경화를 상징하는 바로미터였다. 김종인 당시 비상대책위원이 "바꿔보려고 해도 바꿔지지 않는데 더 이상 뭐라고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토로할 정도였다.
 
자한당 수뇌부는 해당 발언이 나왔을 때부터 일관된 입장을 갖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당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다"라면서도 원내대표 나경원의 "역사에는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다"와 같은 입장으로 어정쩡한 선긋기에 나섰다. 그러다가 일이 커지니 그제야 윤리위 회부 카드를 꺼냈지만, 전당대회 후보등록이 끝난 후라 이미 늦어버렸다.
 
김병준 위원장은 "이제 더 이상 한국당에 계파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큰소리쳤지만, 그 말이 무색하게 5.18 문제가 터지고 전당대회가 시작되면서 계파는 그대로 부활했다. 청산하지 못했던 친박계는 망언을 반복했고, 비박계는 5.18 역사인식에 대한 당내 의원들의 발언을 비판했지만 별다른 파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세훈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말하자 쏟아진 건 야유였다. 박근혜와 탄핵에 대한 당내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며 당장의 갈등만 봉합한 김병준 위원장의 자충수였다.

 

지난해 7월 김병준이 만장일치로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될 때만 해도 박근혜 탄핵시 총리 수용 등 변절의 이력을 달아 욕은 먹었지만 자한당 혁신에 대한 일말의 기대가 있었다. 노무현 참여정부에서도 활동한 경력이 있는 인물이고, 학자 출신으로 비교적 무난했다고 봤다.

 

그러나 그는 몇 번의 기회를 모두 놓쳤다. 인적 청산에 대한 기대는 계파 봉합이라는 명분으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을 통해 인적청산을 이루고자 했으나 갈등 끝에 해촉 사태로 마무리됐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주의를 비판하고 아이노믹스를 내세우며 새로운 이념적·정책적 대안을 내세우려고 했으나 실질적인 성과는 전무에 가까웠다. 그의 구상이 발표될 때마다, 기자들의 평은 "교수의 대학교 강의 같았다" "졸립다"는 야박한 평가를 내놨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친박의 지원을 받아 선출된 후에는 원내대표의 그늘에 가려 존재감마저 상실했다.
 
황교안·오세훈·홍준표 등 대권주자로 물망에 오른 이들의 전당대회 출마를 공개적으로 만류했으나, 아무도 그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출마 자격 논란으로 실제 칼을 쓸 수 있을 때도 그는 후보자격을 인정했다. 그는 비대위원장 취임 초기 대권 행보라 비판받던 때가 무색하게 "종이호랑이"라는 평만 따라다닌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태극기 세력이 책임당원으로 대거 입당했고, 자한당 안에서 무시하지 못 할 목소리를 내게 됐다. 김병준이 박근혜에 대한 입장 정리도, 인적 청산도 못 한 상태에서 이들은 자한당 전체를 극우 방향으로 끌어당기는 중력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결국 5.18공청회를 기점으로 터져버렸다. 자한당의 우향우는 이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한층 강해지고 있다. 극우화를 경계하는 당내 목소리는 태극기 물결에 묻혀 버리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병준 위원장은 "이런 이야기도 나올 수 있고, 저런 이야기도 나올 수 있다"라며 방관자적 입장을 보일 뿐이다. 이제 김병준 위원장에게 남은 건 홍문종 의원의 말마따나 "권한 넘기고 짐 싸라"는 게 실현되는 것뿐이다.


다른 정당에서도 이번 자한당 전당대회를 바라보는 반응은 비슷하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대변인은 18일 현안 브리핑을 통해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역사적 퇴행과 극우정치에 몰두할수록 당의 미래와 희망은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정미 정의당 당대표도 이날 오전 상무위원회 모두발언에서 "한국당 전당대회가 극우집단의 망언대회로 전락했다"라고 이야기했다.

 

5·18 망언 꼼수 징계 여파 자한당 지지율 뚝뚝

 

수그러들지 않는 5ㆍ18 망언 파동으로 자한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1~15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2513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당의 지지율은 25.2%로 지난 주에 비해 4%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대구ㆍ경북(TK)와 부산ㆍ울산ㆍ경남(PK), 60대 이상과 20대, 보수층이 크게 이탈한 것을 포함해 대부분의 지역과 계층에서 자한당 지지율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민주당은 일주일 새 1.4%포인트 오른 40.1%로  40% 선을 회복했다. 민주당은 대구·경북(TK), 충청권과 그동안 빠졌던 50대, 60대에서 결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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