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65년만 GP철수 상호검증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8/12/14 [10:14]

남북, 65년만 GP철수 상호검증

서울의소리 | 입력 : 2018/12/14 [10:14]

남북이 12일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각각 11개가 제대로 파괴·철수됐는지 확인하는 검증작업을 실시했다. 남북 검증 인원들은 이날 군사분계선을 넘어 상대측 GP를 직접 방문했는데,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이후 65년 만에 처음이다.

 

남측 현장검증반이 12일 북측 검증반이 지켜보는 가운데 북측 감시초소(GP)의 파괴된 잔해들을 살펴보고 있다. 국방부 제공 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도 사상 초유의 현장검증 상황을 청와대에서 지켜봤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쯤 청와대 벙커인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GP 현장검증 현장 상황을 생중계로 시청했다.

 

보도에 따르면 남측 현장검증반 인원들은 이날 오전 9시쯤 동·서·중부전선 DMZ 내 11개 지역에서 각각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GP에 도착해 검증작업을 진행했다. GP마다 반장인 현역 대령을 비롯해 7명이 투입됐다.

 

이날 강원 철원 중부전선에서는 남측 검증반장인 윤명식 육군 대령과 북측 안내책임자 리종수 육군 상좌(중령과 대령 사이)가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며 통성명을 했다. 윤 대령은 “여기서 이렇게 만나는 게 최초”라고 했고, 리 상좌는 “이 오솔길이 앞으로 대통로가 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양측은 GP 검증을 위해 새로 개척한 폭 2~3m 오솔길을 따라 북측 GP로 향했다. 남북 군인이 한데 섞여 이동한 것도 이례적이다. 

 

남북 군사당국이 ‘9·19 군사분야 합의서’ 이행 차원에서 시범철수한 비무장지대 내 GP(감시초소)에 대해 12일 오전 상호검증에 나선 가운데 강원도 철원 중부전선에서 우리측 현장검증반이 북측검증반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철원=사진공동취재단

 

이들은 가파른 오솔길과 계단 등을 따라 고지 정상에 오른 뒤 검증을 시작했다. 북측은 GP 파괴 전후 모습을 비교한 사진을 남측에 보여주기도 했다. 남측은 북측 GP의 화기·장비·병력의 철수, 감시소·총안구 등 지상시설물의 철거 여부 등을 검증했다.

 

특히 지하갱도 등 지하시설물의 파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레이저 거리측정기와 원격 카메라 등도 사용했다. 북측이 폭파 방식으로 GP를 파괴하는 장면이 공개되기도 했지만, 의혹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살펴본 것이다.

 

남측은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되 병력·장비를 모두 철수키로 합의한 북측 GP에서는 군사적 전용이 불가능한지를 확인했다. 남측 검증이 끝난 뒤 북측은 오후 2시부터 같은 방식으로 남측 GP 검증을 진행했고 4시53분쯤 돌아갔다. 일부 현장에서는 남북이 서로 담배를 권하고, 상대측의 다양한 요구에도 협조하는 등 우호적인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당국자는 “남북 모두 상대측 시범철수 GP가 재사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완전히 파괴됐음을 확인했다”고 했다. 군 관계자는 “남북 현역 군인들이 군사분계선을 평화롭게 이동한 것은 분단 이래 처음”이라며 “군이 65년 만에 북한군 군사시설을 직접 발로 밟아 봤다는 것도 큰 의미”라고 했다. 

 

이로써 남북이 ‘9·19 군사합의서’에서 합의한 GP 시범철수 절차는 사실상 완료됐다. 남북은 현장검증 결과를 평가·분석한 뒤, 미흡한 사항이 발견되면 이달 말까지 보완조치를 하기로 했다. ‘9·19 군사합의’ 중 합의가 완전히 이행된 첫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화상회의에서 “GP 상호 검증은 그 자체만으로도 남북 65년 분단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사건”이라며 “남북 모두 군사합의에 대한 철저한 이행 의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국제적으로도 군사적 신뢰 구축의 모범 사례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궁극적으로 향후 북측과 협의해 모든 GP를 철거하는 게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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