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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8.12.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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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사회로 내모는 '탄력근로시간제' 확대
 
김영욱

 

지난주 토요일인 10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민주노총 6만여명의 조합원이 참여하는 집회가 열렸다. 노동자의 요구사항 중 “탄력근로시간제 도입 저지”가 눈에 띈다.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청와대에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를 열었고 그 자리에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는 보완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3개월인 탄력근로제를 적용할 수 있는 기간을 민주당은 6개월, 한국당은 1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고 정부는 이 ‘합의’를 바탕으로 11월 20일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무엇보다 탄력근로시간제의 적용기간을 늘리는 것은 현재 주 40시간, 최대 52시간으로 시행되고 있는 노동시간단축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노동자를 과로사로 내모는 촉진제가 될 것이다.

 

탄력근로시간제의 내용부터 살펴보자. 이는 근로기준법 51조에 규정을 두고 있는데 2주간과 3개월간 탄력근로시간제도가 있다. 한마디로 2주간이든 3개월간이든 이 단위기간을 평균하여 현행 1주간 근로시간인 40시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특정한 주에 40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할 수 있으며, 또 특정일에 8시간 이상을 초과하여 근무할 수 있게 한 제도다.

 

3개월 단위의 경우를 보면, 3개월 이내의 단위기간을 평균하여 1주간의 평균노동시간이 주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아무리 특정주의 업무량이 몰리더라도 근로시간은 52시간을 넘지 않아야 하며 특정일의 근로시간이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탄력근로제로 인해 사라질 임금, 이게 소득주도성장인가

우선 탄력근로시간제의 확대는 노동자 임금저하를 노골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을 12시간까지 연장해 주 64시간을 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즉 탄력근로시간상 주 52시간으로 넘지 않도록 기본 노동시간을 규정해 놓았지만 노동자과 기업측의 연장근로 합의에 의해 12시간을 더해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문제는 탄력근로제 하에서 특정 주 52시간, 특정 일의 12시간 제한과 더불어 이 시간 내에서는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현행 법정근로시간 40시간외에 24시간의 연장근로시간에 50% 할증이 적용되면 36시간으로 40+36=76시간이나, 탄력근로제 하에서는 52시간까지를 기본근로시간으로 정하고 있음으로 연장근로가 12시간이면 할증으로 18시간이 됨으로 52+18 =70시간이 된다. 탄력근로제하에서는 실제 6시간의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식의 연장근로 임금삭감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 또는 1년으로 늘리겠다는 것은 ‘소득주도성장’을 고창해 온 문재인정부의 정책이라고 믿기 어렵다.

 

▲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0일 오후 서울시 광화문 태평로에서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2018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민중의 소리김철수 기자     © 성남피플



6개월 연속 주 64시간 노동 가능
일요일 하루 쉬면 매일 11시간 노동해야

더욱 큰 문제는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산재, 건강상의 큰 어려움과 과로사회로의 고착이다. 사실상 6개월 단위 탄력근로시간제를 적용할 경우, 주당 64시간 노동하는 달이 1년에 6개월이 된다. 처음 6개월의 후반부 3개월과 두 번째 6개월의 전반부 3개월을 합치면 6개월 연속 주 64시간 노동이 불가피해지는 것이다. 일요일 하루를 쉰다고 친다면 매일 11시간 가까이 일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지난 7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해외경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근로자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2017년 기준 2024시간으로 조사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국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이 1759시간인데 우리나라 노동자는 265시간 더 일한 셈이다. 1356시간으로 가장 짧은 독일과 비교하면 403시간 더 많다. 이런 노동환경 하에서 지난해 산업재해 통계로 과로사의 대표적 유형인 뇌·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약 300명.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 808명의 37.1%에 달했다. ‘과로사회’는 노동자의 피곤함이 아니라 실재 생명에 직접 위해를 가하는 사회적 타살의 다른 이름이다.

 

원점으로 돌아가 문재인 대통령의 주 노동 52시간제 도입이 환영받았음을 상기해보자. 박근혜정부때 일주일을 5일로 계산해 주 68시간 노동을 강행했던 것을 일주일 7일로 ‘정상화’시키면서 근로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공약했었다. 그래서의 이를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표현했다.

 

나아가 문재인정부는 노동시간 단축 등을 통해 18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공약했었다.고용과 관련해서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11월호에서 따르면 투자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모두 부진하다. 9월 설비투자는 전년 동월 대비 19.3% 감소했다. 같은 달 건설투자도 전년 동월 대비 16.6%나 줄어들었다. 고용은 부진한 가운데 전체 취업자 수가 전월보다 4만 5000명 늘면서 소폭 개선되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실업자는102만 4000명으로 9개월 연속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문재인정부는 최근 경제지표의 악화와 투자하지 않는 기업측에 백기를 들고 탄력근로시간제와 고용확대의 교환을 희망하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이번 탄력근로제 확대방침은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로부터 더욱 멀어지는 자충수밖에 될 수 없다.

 

 

▲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탄력근로제 공동대응 관련 양대노총 위원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민중의소리 김슬찬 기자     © 성남피플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를 보면 중장기적인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탄력근로시간제 확대방침은 비정상의 정상화 궤도에서 이탈시키는 잘못된 선로다.

 

이번 탄력근로시간제 6개월 또는 1년으로의 기간 확대는 일자리 확대정책뿐만 아니라 ‘저녁이 있는 삶’을 포기하고 촛불혁명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주위의 노동자들이 한숨 쉬며 이런 말을 한다. “이러려면 뭣하러 노동시간 단축했나?”라는 자조섞인 푸념이 나오고 있다.

 

“생명을 위협하는 과로사회로 내몰고 수당마저 빼앗는 탄력근로제, 재벌의 배만 불리고 돈벌이 지갑을 통째로 내주는 규제완화법, 반민주·반노동 적폐정권을 끌어내린 촛불항쟁 2년 만에 다시 자본가 청부입법이 활개 치기 시작하는 지금. 철퇴와 같은 총파업의 기세로 자본가 청부입법 주저앉히고, 2년 전 촛불이 다시 횃불로 활활 타오르고 있음을 보여주자”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문 내용 중)

 

 광화문에 모인 민주노총 조합원의 목소리를 현 문재인정부는 뼈 속 깊이 새겨야 한다.


원본 기사 보기:snmedia.org
기사입력: 2018/11/18 [11:17]  최종편집: ⓒ 인터넷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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