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강제징용 배상말라" 기업에 지침

中피해자에 사죄·배상한 것과 달라, 이명박근혜 수수방관 힘입어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8/11/04 [10:05]

日정부 "강제징용 배상말라" 기업에 지침

中피해자에 사죄·배상한 것과 달라, 이명박근혜 수수방관 힘입어

서울의소리 | 입력 : 2018/11/04 [10:05]

이명박 박근혜 정부 "한일협정으로 민간인 청구권 다 해결" 방관

근로정신대 할머니들 99엔 사건 때도 소극 대응

 

일제 강점기 시기 무수한 조선인들을 강제 노역에 동원했던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들은 최근 우리나라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내리자 즉각 강력한 반발에 나섰다. 일본 정부 내에선 이번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배상금을 대신 부담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제에 끌려간 강제징용 피해자들 - 일제강점기 강제로 일본으로 끌려가 노역을 한 조선인들이 공장에 모여 있는 모습.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연합뉴스

 일제에 끌려간 강제징용 피해자들 - 일제강점기 강제로 일본으로 끌려가 노역을 한 조선인들이 공장에 모여 있는 모습.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연합뉴스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식민통치 배상 문제가 끝났고, 그러니 한국정부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일방적인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이문제를 국제적인 중재 절차로 가져가려는 전략으로도 풀이했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강제동원 사실을 아예 부인하는 발언을 했다. 1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아베는 “일본 정부는 ‘징용공’이란 표현이 아닌 옛 조선반도(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징용이란 용어에 담긴 강제성 자체를 부정한 것이다. 

 

이어서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했다. 여당인 자민당 의원들은 한국의 대법원 판결에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가 필요하다는 결의문을 정부에 제출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 배상과 화해에 응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처럼 배상 문제로 소송 중인 일본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어 이 같은 지침을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일본 지지통신은 신일철주금의 미야모토 쓰네오 부사장이 이번 판결이 유감이고 실적에 배상액을 반영하지 않고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한·일청구권협정과 피해자 소송은 별개이므로 무리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일본정부가 문제를 국가차원으로 변질시켜 청구권협정상 중재절차로 가려는 전략도 숨어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가 반발할 경우 중재위원회에서 판단해보자고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일본 내에서는 또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자는 주장도 계속되지만 우리 정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또 일본 기업이 중국 강제징용피해자들에게는 사죄를 하고 배상도 한 사례가 있어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는 중국 정부와 언론의 움직임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중국 외교부는 일본 측에서 타당하게 이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고, 관영 CCTV(중국중앙방송국) 등 언론매체에서도 이 사건을 일본 법원에서 심리할 때부터 추적 보도하며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다.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 바로 전날인 2007년 4월 26일 중국 외교부 류젠차오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중국 노동자에 대한 강제연행은 일본 군국주의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저지른 중대한 범죄행위로, 일본 정부는 성실한 태도로 책임을 다하고 강제연행 문제에 진지하게 대처함으로써 적절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회적인 외교적 수사 따위는 전혀 고려치 않고 직설적으로 일본 측을 압박한 것이다. 역대 한국 외교부에게는 거의 기대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중국 외교부는 일본 측이 ‘중일공동성명’을 이유로 피해자 개개인의 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류 대변인은 “중일공동성명은 중일 양국 정부가 조인한 엄숙한 정치적 문서로 2차 세계대전 이후 단절된 중일 관계의 회복과 발전을 위한 정치적 기반이 되고 있다. 따라서 어느 한쪽이 이 문서의 중요한 원칙과 사항에 대해서 사법적 해석을 포함한 일방적 해석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피해자들, 日 법원서 패소해도 배상 받아

니시마츠건설은 중국 징용피해자들과 일본에서 소송을 벌여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2007년 최종 승소했다. 하지만 니시마츠건설은 2009년과 2010년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자에 사죄하고 배상금도 줬다.

 

물론 중국 피해자들의 승리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앞서 1998년 중국인 피해자 대표 5명이 니시마츠건설을 상대로 일본 법원에 제기해 시작된 민사소송은 패소로 끝났다.

 

1심에선 청구시효인 10년이 지났다는 게 이유였다. 반면 2심에서는 "현저한 인권침해에 시효를 적용하는 것은 권리 남용"이라는 판결을 받아내 승소했다. 니시마츠건설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3심까지 끌고 갔고, 2007년 4월27일 도쿄 최고재판소(한국의 대법원에 해당)는 중일공동성명에 따라 중국인 개인은 피해보상 청구권이 없다며 최종적으로 니시마츠 손을 들어주면서 승소했다.

 

그런데 당시 재판장은 판결을 내리면서 "심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받은 원고들의 피해 구제를 위한 관계자의 노력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힘입은 피해자 측은 포기하지 않고 기업 측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했다. 니시마츠건설은 판결 직후 "더 이상 문제 될 게 없다"던 자세에서 점차 벗어나 피해자들과의 협상에 응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같은 해 10월 23일 양 측은 도쿄 간이재판소에 화해신청서를 제출했다. 기업이 역사적 책임을 인식해 깊은 사죄의 뜻을 표명하고 피해 배상과 실종자 조사, 기념비 건립 등을 위해 2억 5000만 엔의 구제기금을 신탁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니시마츠 측은 공개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서 진심으로 사죄했고 이를 일본과 중국의 언론 매체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법원 승소 여부와 상관없이 역대 중국 정부의 일본에 대한 압박과 노력으로 중국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한 사례는 니시마츠건설 건 외에도 여러 건 존재 하면서 니시마츠건설·가지마건설 등은 중국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수억~수십억씩 지급했다.

 

3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고등법원 앞에서 일제 강점기 시절 강제징용 피해자 김재림 할머니가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사건 첫 변론기일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제공

 

반면 역대 한국 정부는 한일협정으로 민간인 청구권은 다 해결됐다는 자세를 취해왔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중국 정부와 비교하면 천양지차라고 할 수 있다. 2009년 근로정신대 피해자 할머니들의 후생연금(국민연금) 탈퇴수당 지급 요청에 일본 정부가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99엔(한화 약 995원)을 지급하겠다며 치욕을 안겼던 사건에서도 이명박 정부는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한 바 있다.

 

일본 정부가 199엔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2015년 2차 요청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은 박근혜 정부는 일본 눈치를 보면서 "사인(私人)간 소송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개했다.

 

이렇게 중국 정부와 언론은 과거 일본의 강제징용 회피에 대해 시종일관 강경대응으로 나왔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日 해석은 불법적이고 무효다"라고 나왔으며 중국 부총리는 "중일공동성명, 국민 청구권 포기 아냐"라고 정부 차원으로 힘을 보탰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실제 배상 책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강제집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해당 기업의 국내 재산에 대한 압류조치 등이 취해질 경우, 대일 외교의 측면에서는 극단의 대치와 냉각을 피할 수 없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일본 정부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가능성도 높다. 한국 측의 동의가 있어야 ICJ 재판이 열릴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한일 양국의 외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다

 

김진영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간사는 "강제동원 뿐만이 아니라 유골 송환 등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많지만 적극적으로 대응하진 않아 왔다"면서 "이번 정부 들어서는 대통령이 변호사 출신이기도 하니 대법원 판결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라 정부가 움직일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국내 일각에서 일본과의 외교 관계 등을 거론하며 탐탁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는 데 대해서도 개탄을 표시했다. 그는 "일부 언론이긴 하지만 한심하다"면서 "한미일 공조에 위협이 가해진다든지 일본과 외교관계가 훼손된다든지 그런 이유만 든다면 우리나라는 뭘 할 수 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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