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버린 명동성당, 이젠 관광지일뿐?

[칼럼] 인권을 옹호하는 진보적 사제들이 모두 떠난 그 곳은...

서문원 기자 | 기사입력 2009/03/06 [00:22]

신이버린 명동성당, 이젠 관광지일뿐?

[칼럼] 인권을 옹호하는 진보적 사제들이 모두 떠난 그 곳은...

서문원 기자 | 입력 : 2009/03/06 [00:22]
▲ 명동성당.     © 인터넷저널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후, 명동성당은 더 이상 성지로써 가치를 잃은 듯 싶다. 이제 그 곳은 유명 관광지가 다 됐다. 덧붙여 한국천주교 사제들은 더 이상 초기교회 당시 '직분을 다하는 사제'가 아니다. 그냥 제사장이라는 직업을 갖고 사는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다. 그런 그들이 김 추기경을 성인으로 추대하려고 한다는데, 죽은 자 덕에 자신들의 명예를 올려보려는 한심한 행위에 다름 아니다.
 
지학순 주교나 김수환 추기경은 따지고 보면 한국천주교에 몇 안 되는 '인권운동가'였다. '인권운동의 대부'로 알려진 이돈명 변호사가 최근 한 언론매체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1974년 창설된 정의구현사제단을 도울 무렵 만난 대주교들은 정치적 '보수'라는 단어가 어울릴 만큼 진정한 의미의 교회개혁을 변질·왜곡시킨 사람들이다."

추기경 선종, 남은 가톨릭의 미래는?
 
정확히 말하자면 박홍 서강대 전 총장과 한국천주교 사제들은 비슷한 정치적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다. 이들 중 몇 안 되는 사람들만이 과거 30년전부터 민주화운동에 동참해왔던 것이다. 정말 소수의 사제들과 카톨릭 청년들이 말이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이후 인터넷매체 뉴스앤조이는 "김 추기경 선종 이후 천주교 미래는?"(2월 24일자)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천주교가 처한 현재와 미래에 관해 비관적 전망을 내비췄다. 처음부터 개혁의지가 없던 한국천주교는 이제 과거처럼 진보적 활동을 하는 가톨릭청년회도 없으며, 정의구현사제단에 소속된 신부들 역시 지난 촛불집회 이후 교구청으로부터 은퇴나 다름없는 안식년을 언도받고 활동자체가 중지된 상태라는 것.
 
김수환 추기경은 구속 수감된 민주화운동가들을 위해 군부 독재자와 면담을 하는 등 숱한 활동을 병행하면서 당시 정권에 호응하던 모두로부터 견제를 받아왔다는 점에서 그가 선종을 한 이 후 가톨릭은 그 이전과 달라질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기다란 에필로그와 몇가지 걱정
 
현재 명동성당은 지난 몇 주전과 달리 미사 중 일반인들이 서있을 공간이 거의 없어지다시피 했다. 중앙로 통제선을 이중으로 해놨기 때문이다. 흥미로운건 봉헌미사 때는 그 통제선이 없어진다는 사실이다. 사람보다 '돈'이 필요한 여느 교회와 다를 바 없는 곳으로 변화된 것일까.
 
덧붙여 신도를 가르치려 드는 말투로 무장된 사제들의 뜬구름잡는 강론 역시 성당 허공을 메아리친다. 몇 년 전처럼 신자나 비신자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쉬운 강론은 이제 듣기 어렵게 됐다.
 
참으로 안된 이야기지만 이것이 명동성당 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 교구 성당의 현주소라는 점에서 "성당은 교회와 다르다"고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다. 이미 김수환 추기경은 하늘나라로 가셨고, 현재 살아있는 사제들은 고인과는 다른 사람들이니까.  
 
신자 수가 줄어 교구 유지조차 어려운 유럽성당의 현실이 한국 가톨릭의 머지않은 미래가 될 것이다. 누군가 "오는 사람들을 쫓아냈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그 답은 현재 명동성당에 가면 알 수 있다. '종교적 중립'을 지키려고 줄서기를 거부한 사제들이 모두 떠나고 그들이 남긴 훈장만 여기저기 걸려있는 성당. 남은 사제들이 바로 신자를 쫓아내고 관광객을 부르고 있으니까.
 
"신의 침묵, 이젠 수도원으로 가라"
 
유럽 성당을 보면, 교구 신자수는 줄었어도 수도원을 찾는 방문객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어깨에 힘주고 다니는 사제가 없는 수도원은 늘 그렇듯 공동체정신이 남아 있어 먹을 것도 옷도 나눠써왔기 때문이리라. 그러니 찾아오는 이를 누구나 환영하는 풍토가 여전하다. 
 
하지만 신이 버린 명동성당은 이제 때만되면 관광객들만 잠시 들렸다 가는 곳으로 전락했다. 민주화의 성지라고 자랑하고 싶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제 그건 그곳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가 아닐터이다.
 
남미를 배경으로한 영화에 출연하는 주교들을 보라. 그게 한국의 미래다. 감독의 눈에 비춰진 주교들과 사제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화려하다. 민주화운동에 앞장서다 암살당한 로메로 주교가 아니라 먹을 것 많은 잔치상에나 나오는 그저그런 얼굴들 아닌가?
 
끝으로 이돈명 변호사의 인터뷰 기사에서 인상깊게 읽은 대목이다. 참고할만 해 적어둔다. "천주교 내에도 진보파와 보수파의 갈등 같은 것이 있었을 것 같다."(기자 질문) "당시 교회 안에서도 추기경을 반대하는 신부들이 꽤 있었다. 정부를 적극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반대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을 지방으로 보내기도 하고 그러면 그들이 은근히 쫓겨났다고 반감을 드러냈다. 추기경은 진보 색깔이 좀 많았다. 보수파들은 싫어했다."(이돈명 변호사) 


인터넷저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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