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학아세·보수언론과 노무현의 뒤늦은 후회

[칼럼] "문재인 정부, 집요하게 흔드는 저들 공격에 당당하기를"

손석춘 칼럼 | 기사입력 2018/07/20 [10:02]

곡학아세·보수언론과 노무현의 뒤늦은 후회

[칼럼] "문재인 정부, 집요하게 흔드는 저들 공격에 당당하기를"

손석춘 칼럼 | 입력 : 2018/07/20 [10:02]

누구나 대통령 자리에 앉으면 나라 경제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오천만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라는 엄중한 책임감이 문득 문득 엄습할 터다. 게다가 언론이 끈질기게 ‘경제 위기’를 들먹이고 그 원인이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있다고 몰아치면 흔들리게 마련이다.

 

 

선한 대통령일수록 짐의 무게는 더 큰 법이다. 검증되지 않은 정책으로 국가 경제를 실험하지 말라는 ‘협박’이 정치 모리배들 아닌 대학 교수의 입을 빌려 나올 때는 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찬찬히 짚을 필요가 있다. 경제 위기를 부르대는 언론과 그 언론에 기웃거리는 교수들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헬 조선’ 자조까지 나올 만큼 ‘나라답지 못한 나라’를 만든 일등공신이었다.

 

그 나라를 ‘나라다운 나라’로 바꾸려는 모든 움직임에 지난 수십여 년 내내 ‘색깔’을 칠하거나 ‘포퓰리즘’ 딱지를 살천스레 붙여왔다. 그들 언론인과 교수들이 옹호해온 경제 정책이 바로 오늘날 ‘자살률 1위, 출산율 꼴찌, 노동시간 최장, 청년실업, 부익부빈익빈’을 낳은 주범임은 무슨 보수와 진보의 가치문제가 아니다. 엄연한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지식 권력’을 형성하고 있는 고위 언론인들과 ‘보수’를 자임하는 교수들 대다수는 수많은 젊은 세대가 절망하고 대다수 민중이 고통 받던 그 시기 내내 호의호식해왔다. ‘경제 위기’라고 아우성대지만 그 언론과 그 교수들의 경제생활은 전혀 위기가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다.

 

노무현 정부의 경제 성장률이 저조하다고 비난해대던 지식 권력은 참여정부와 견줄 수 없을 만큼 낮던 박근혜 정부의 성장률 앞에선 모르쇠를 놓는 ‘신공’마저 보였다.  

 

바로 그래서다. 나는 문재인 정부가 경제 공약을 집요하게 흔드는 저들의 공격 앞에 더 당당하고 더 치열하기를 촉구한다. 까닭은 다른데 있지 않다. 당장 고 노무현의 비극을 떠올려보라. 고인은 대통령 퇴임 직후에 이렇게 토로했다.

 

 ▲ 노무현 전 대통령. ⓒ 연합뉴스

 

“내가 잘못했던 거는 오히려 예산 딱 가져오면 색연필 들고 ‘사회정책 지출 끌어올려’ 하고 위로 쫙 그어버리고, ‘경제지출 쫙 끌어내려. 여기에 맞추어서 숫자 맞추어서 갖고 와.’ 대통령이면 그 정도로 나가야 되는데, 뭐 누구는 몇 % 어디는 몇 % 깎고 어느 부처는 몇 % 깎고 어느 부처는 몇 % 올리고 사회복지 지출 뭐 몇 % 올라가고 앞으로 몇 10년 뒤에는 어떻고 20년 뒤에는… 이리 간 거거든.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거 뭐 그럴 거 없이 색연필 들고 쫙 그어 버렸으면 되는 건데…. ‘무슨 소리야 이거, 복지비 그냥 올해까지 30%, 내년까지 40%, 후 내년까지 50% 올려.’ 쫙 그려 버려야 되는데, 앉아 가지고 ‘이거 몇 % 올랐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래. 그래 무식하게 했어야 되는데 바보같이 해 가지고….”  

 

어떤가. 솔직히 성찰하고 고백할 수 있는 힘이야말로 ‘노무현 정신’ 아닐까. 저 토로야말로 민주당이 뼈저리게 익혀야 할 교훈 아닐까. 아니, 더 정직하게 쓰자. 저 ‘대통령 노무현’의 피투성이 후회야말로 지금 현직 대통령 문재인이 심장에 새겨야 할 ‘유언’아닐까. 

 

곧장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짚어보자. 최저임금만으로 소득주도 성장이 가능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이미 많은 사람이 해왔다. 복지의 획기적 확대가 절실하다는 권고도 많다. 그럼에도 그것이 현실로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자명하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지금 좌우하는 사람들이 개혁적이긴 하지만 사회복지를 절실하고 절박하게 주창해온 이들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평생을 바친 사람들은 청와대 비서실이나 민주당에만 있지 않다. 아니, 민주당 밖에 더 많다. 가령 사회복지를 확대하는 섬세한 정책 제안을 내놓은 사회운동가나 학자도 많다. 단적으로 묻고 싶다. 왜 그들과 함께 하지 않는가.

 

고 노무현도 대통령 재직 때 ‘인사 폭’을 넓히지 못했다. 내가 아는 한, 성심을 다해 돕고자 한 이들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도 적잖았다. 하지만 ‘김병준’을 너무 오래 아꼈다. 굳이 과거를 꺼내는 까닭을 오해 없도록 다시 분명히 쓴다. 

 

노무현의 후회, 문재인의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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