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최저임금 보도, 왜곡·편파 심각 "

[기자수첩] "편의점주·소상공인들, '취사선택 언론'에 속지 마시길..."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기사입력 2018/07/20 [10:09]

"TV조선 최저임금 보도, 왜곡·편파 심각 "

[기자수첩] "편의점주·소상공인들, '취사선택 언론'에 속지 마시길..."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입력 : 2018/07/20 [10:09]

한국 경제의 ‘모든 문제’가 최저임금 인상 때문인가

“소상공인들은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 달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다음주부터는 거리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 소상공인들의 요구는 단호합니다. 최저임금은 이를 지불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겁니다. 소상공인들은 업종별로 다르게 적용하는 차등화 방안만이 제대로 된 해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어제(17일) TV조선 ‘뉴스9’이 보도한 <“최저임금 차등적용 요구…다음 주 천막농성”> 리포트 가운데 일부입니다. TV조선의 ‘최저임금’ 보도 문제점을 이미 언급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려 했지만 ‘정도’가 심합니다. 이 정도 되면 ‘편파수준’이 아니라 ‘왜곡보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합니다. 

현재 편의점주들이 겪고 있는 어려운 상황은 최저임금 때문만이 아닙니다. 본사의 공격적인 출점과 편의점들끼리의 경쟁, 본사와의 ‘불합리한 계약’ 등이 종합적으로 얽히면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언론이라면 이런 ‘종합적인 상황’을 전하면서 정부나 정치권에 해법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TV조선은 자신들이 전하고 싶은 내용만 전하고 있는 게 아닌가 –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이상한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마치 한국 경제의 모든 문제가 최저임금 인상에서 비롯된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습니다. 

▲ <사진출처=TV조선 화면캡처>


편의점주들의 ‘고민’과 ‘생생한 목소리’를 정말 제대로 듣고 있나 


TV조선의 <“최저임금 차등적용 요구…다음 주 천막농성”> 리포트에는 소상공인연합회의 입장과 목소리만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입장과 목소리를 제대로 전하고 있을까요? 저는 편파적으로 전하고 있다고 봅니다. 아니 ‘매우 편파적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우선 다른 언론들의 보도를 한번 보지요.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16일 서울 성북구 전편협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맹휴업이나 심야영업 중단 및 가격 할증 등의 단체 행동을 일방적으로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에 보완책을 요구했다. 이들은 예고했던 투쟁의 속도를 다소 늦추는 대신 정부에는 5인 미만 사업장 최저임금 차등 적용과 담배 등 판매로 인한 카드수수료 분담을 요구했고, 가맹본사에는 가맹수수료 인하와 근접 출점 금지 전면 확대를 요구했다.” (서울신문 2018년 7월17일자 4면) 

서울신문 뿐만이 아니라 많은 언론이 관련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TV조선은 소상공인들의 ‘반발’ 소식을 전하면서도 ‘가맹수수료 인하’ ‘근접 출점금지 확대’ ‘카드수수료 인하’를 요구했다는 부분은 쏙 뺍니다. TV조선이 방점을 찍고 뉴스로 보도하는 건 소상공인들이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 달라’는 요구 뿐입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 정도 되면 편파·부실 보도가 아니라 왜곡보도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어제(17일) TV조선은 ‘뉴스9’에서 <카드수수료 인하 논란 … ‘떠 넘기기’ 지적도>라는 리포트를 보도했는데 내용이 매우 ‘이상’합니다. 잠깐 볼까요?

TV조선이 ‘가맹수수료 인하’ 요구를 전하는 방식

“편의점들은, 결제금액의 평균 2.3%를 카드사에 냅니다. 그런데 백화점은 2.0%, 대형마트는 1.9% 정도로, 편의점 카드 수수료율이 높습니다. 편의점주들은 이 때문에,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내일(18일) 발표할 예정인 소상공인 지원대책에도, 이 방안이 포함될 걸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고개를 젓습니다. 이미 지난해 7월, 카드 수수료율을 낮췄는데, 다시, 최저임금의 유탄을 맞게 됐다는 겁니다. 연간 매출 3억 원까지는 0.8%, 5억 원까지는 1.3%로 낮아져, 매출규모가 적은 편의점은 이미 혜택을 보고 있다는 겁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
‘소상공인 어려울 때마다 민간 기업 카드 수수료 인하하는 처방을 되풀이 하는 건 카드사도 더이상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고요,’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본사에 내는 가맹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를 두고도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본사에 떠넘긴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사진출처=TV조선 화면캡처>


재밌(?)습니다. TV조선은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를 비롯한 소상인공인들의 반발을 전하는 리포트에서 ‘가맹 수수료 인하’ 부분을 쏙 뺐습니다. 그런데 <카드수수료 인하 논란 … ‘떠 넘기기’ 지적도> 리포트에서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본사에 내는 가맹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라고 두루뭉술 언급한 다음 “이를 두고도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본사에 떠넘긴다는 지적이 나온다”라고 결론냅니다. 

‘가맹 수수료 인하’는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가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적으로 요구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TV조선의 결론대로라면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본사에 떠넘기는 요구를 하고 있다는 건데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일까요? 그렇다면 TV조선은 소상공인들의 이런 요구를 비판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TV조선은 그렇게는 하지 않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불만을 문재인 정부 공격에 이용하려고 그랬던 거라면 저의 지나친 억측일까요? 

TV조선 리포트가 얼마나 이상한 지는 같은 날(17일) SBS가 ‘8뉴스’에서 보도한 <“가맹비·임대료가 이익의 절반 육박”> 리포트와 비교해보면 대략 알 수 있습니다. 

전국편의점가맹협회가 조사한 평균 지출내역 … TV조선은 왜 보도하지 않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알바생보다 수입이 적어질 거라며 불만을 쏟아내는 편의점주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뿐 아니라 가맹비와 임대료도 큰 부담이라고 합니다 … 부담은 최저임금 인상 때문만은 아닙니다. 편의점 출점이 계속 늘어나 경쟁은 치열해지는데 대형마트보다 높은 카드수수료와 가맹수수료에 대한 불만도 많습니다 … 전국편의점가맹협회에서 편의점 만개를 조사해 번 돈이 어떻게 지출되는지 평균을 내보니 각종 수수료와 임대료가 판매이익의 절반에 육박합니다. 편의점 본사에 대해 가맹수수료 인하 등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 <사진출처=SBS 화면캡처>


물론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한 언론보도는 전반적으로 문제가 많습니다. TV조선만 ‘편파·왜곡보도’를 하는 건 아닙니다. 제가 TV조선을 ‘콕 집어’ 문제삼는 이유는 아무리 조선일보와 특수한 관계이지만 TV조선은 기본적으로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는 언론이기 때문입니다. 

보수신문과 경제지들이 프랜차이즈 본사 입장에서 그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것 – 원래 그랬기 때문에 이해(?)합니다. 물론 언론이라면 그렇게 해선 안 되지요. 하지만 이들이 그동안의 보도에 대해 문제점을 인정하고 개선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저는 ‘제로’에 가깝다고 봅니다. 신문사들은 공적 역할을 하는 언론기관이지만 사기업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규제나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이 별로 없습니다. 언론시민단체들이 지속적으로 모니터를 통해 비판하지만 이들의 ‘편파·왜곡보도 전선’에는 전혀 이상이 없습니다. 

하지만 전파를 사용하는 TV는 다릅니다. ‘편파·왜곡보도’에 대해 시정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최저임금과 관련한 TV조선 보도는 상당히 문제가 많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가장 반대하는 곳이 소상공인들과 편의점주들일까요? 저는 언론이라고 봅니다. 물론 자신들의 관점에 따라 정부 정책을 비판할 순 있습니다만 적어도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사라면 ‘최소한의 균형’은 가져야 합니다. TV조선은 ‘최소한의 균형’이 아니라 ‘최대한의 편파’를 하고 있습니다. 

편의점주와 소상공인들께 당부드립니다. TV조선을 믿지 마시기 바랍니다. 

출처 :  고발뉴스닷컴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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