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선언, 북비핵화·평화체제 동시성사 의미"

[기고] 북미공동성명 이후의 세계질서, 이채언 전남대 명예교수 글

이채언(전남대 명예교수, 경제학) | 기사입력 2018/07/17 [10:45]

"북미선언, 북비핵화·평화체제 동시성사 의미"

[기고] 북미공동성명 이후의 세계질서, 이채언 전남대 명예교수 글

이채언(전남대 명예교수, 경제학) | 입력 : 2018/07/17 [10:45]

 

1. 비핵화약속의 의미

 

북미공동성명에서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제3항에 다 들어있다. 3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2018427일에 채택된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하면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하여 노력할 것을 확약하였다.”로 되어 있다. 여기서 키워드는 판문점선언이 아니라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하는 것이고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완전한 비핵화를 향하여노력한다.“라는 것이다. 한미양국 언론은 CVID가 누락되었다고 지적하지만 미국정부는 CVID는 누락된 게 아니라 완전한 비핵화속에 다 포함되어 있다고 변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북한이 북미공동성명에서 약속한 것과 미국이 1970NPT(핵확산금지조약)에서 약속한 것이 똑 같다는 것이다. 이런 약속은 북한이든 미국이든 국제적으로 핵보유국이라는 인정을 받으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이다. 같은 약속으로 보이는 NPT의 제4조 제2항은 아래와 같다.

 

4: (2) 핵무장의 해체와 경쟁적인 핵개발의 조기 중단을 위한 효과적 조치에 관한 국제협상과, 전반적이고도 완전한 (general and complete) 무장해제를 엄밀하고도 효과적인 국제적 관리통제 하에서 이루기 위한 조약에 관한 국제협상을, 본 조약당사국은 각자 선의를 갖고 모색하기로약속한다.”

 

미국도 1970NPT를 맺으면서 국제사회 앞에서 핵무장해제를 위한 협상을 모색하기로 약속했는데 어떻게 북한이라고 안 할 수 있겠는가? 미국은 NPT에서 한 약속을 잊고 있겠지만 북한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은 스스로 찾아서 해나가고 있다. 1970년의 핵무장해제약속은 조약당사국이 각자 알아서 협상을 준비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싫으면 안 해도 괜찮은 약속이었다. 따라서 미국이 잊어먹었다고 해서 조약을 위반한 것도 아니다. 미국은 핵개발의 중단과 핵무장의 해제를 위한 협상을 조속히 모색하기로약속했지만 북한은 이미 판문점회담과 싱가포르회담, 조중회담 등으로 핵무장해제를 위한 협상을 이미 시작했다.핵보유국으로서 갖추어야 할 사명과 책임을 솔선수범하고 있다.

원래 법률적 문서에서 ‘A재확인한다.’고 했으면 나중에 가서 A와 상관없다. 모르는 일이다.’라고 발뺌할 수 없다. 공동성명에 서명한 북한과 미국이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했으면, 두 나라는 나중에라도 판문점선언의 내용에 대해 모른 척하면 안 된다. 판문점선언의 당사국도 아닌 미국이지만 판문점선언의 내용 가운데 꼭 알아둘 것이 3가지 있다. (1) 남과 북은 앞으로 상대방에 대해 그 어떤 형태의 무력도 사용하지 않기로 하였다(그러니까 미국은 앞으로 허튼 생각을 말아야 한다). (2) 남과 북은 금년 중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남··3자 또는 남···4자회담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3)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해나가기로 하였다.

이 중 특히 간과하는 부분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이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남북 양쪽의 비핵화이다. 그런데 남쪽은 주한미군의 존재로 남한 내의 핵무기와 핵시설의 제거만으로는 남한의 비핵화가 될 수 없다. 한반도에 미지상군이 존재하는 한 미국의 핵전략자산이 언제라도 한반도 근처에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특히 미국)의 지지와 협력은 주한미지상군의 철수를 미국이 지지하고 협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남북이 공동으로(남한만이 아니다) 노력할 것이란 사실을 미국이 최소한 알고는 있어야 한다.

  

2. 비핵화는 핵 없던 나라로 환원하는 것이 아니다.

 

공동성명 제3항에 명시된 비핵화노력의 주체는 미국이 아니라 북한이다. 미국은 한반도비핵화과정을 지지해주기로만 했다. 비핵화노력에 대한 노벨평화상이 주어진다면 김정은-트럼프의 공동수상이 아니라 김정은 단독수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비핵화를 지지하는 나라는 미국이 아니어도 많이 있다. 유일하게 이스라엘만 공개적으로 이번에 북미공동성명에 새겨놓은 한반도비핵화약속에 대한 지지를 거부했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도 판문점선언을 지금까지와는 달리 김정은과 함께 손잡고 주체적으로 실천한다면 김정은-문재인 공동수상도 가능하다. 그만큼 전략국가와 전략국가가 아닌 나라의 차이는 엄청나다. 세계비핵화를 전략적으로 주도하는 북한이라는 나라가 세계질서에 대해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자.

아래 표는 비핵화된 나라와 원래부터 핵이 없던 나라의 차이를 보여주기 위해서 만든 것이다. 핵보유국은 핵으로 타국을 위협할 수도 있고 타국의 핵위협에 핵으로 맞설 수도 있지만, 비핵화국은 핵으로 타국을 위협할 수도 없고 타국의 핵위협에 핵으로 맞설 수도 없다. 그러나 몰래 감추어둔 핵이 있을 수도 있고 다시 핵무장을 할 능력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핵으로 보복할 능력도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비핵화국은 핵으로 다른 나라를 선제적인 공격은 못하지만 다른 나라의 핵공격을 핵으로 대응할 가능성까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핵을 보유하지 못한 나라는 타국의 핵위협에 대해서는 다른 핵보유국의 핵우산 아래에 들어가야 한다. 그 대가로 핵우산을 제공해준 나라에 종속되고 그들의 패권적 지배를 받아주어야 한다. 이에 비해 비핵화국은 핵우산을 필요로 하지도 않고 타국에 대해 핵우산을 제공하지도 않는다.

 

 

핵 보유국

핵 미보유국

비핵화국

세계비핵화

타국에 대한 핵공격위협

가능

(NPT, 핵금지)

불가

불가

불가

타국의 핵공격위협

핵 방어 가능

핵우산 이용

(숨긴 핵으로)

핵방어 가능

필요 없음.

타국의

재래식공격

핵사용 가능

(NPT, 핵금지)

핵우산 이용불가

재래식 방어

재래식 방어

핵 우산

동맹국에 제공

동맹국에 구걸

필요 없음

필요 없음

패권주의

패권으로 지배

패권에 피지배

불가

불가

 

이 차이는 세계질서의 새 변화를 의미한다. 비핵화국은 핵을 몰래 보유할 수는 있어도 핵이 있다고 남을 위협하거나 남에게 핵우산을 제공하지도 않기 때문에 패권주의 자체가 불가능하다. 비핵화국은 핵은 없어도 핵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타국의 핵공격 시에는 언제 (숨긴)핵으로 보복할지 모른다는 암묵적 핵방어 능력이 있다. 따라서 비핵화국에 대해서는 핵보유국이 함부로 공격하지 못한다. 그러나 세계비핵화가 이루어지면 더 이상 다른 나라에 대해 핵으로 위협할 나라가 없어지기 때문에 (숨긴)핵으로 핵방어를 하느냐 않느냐는 무의미한 질문이 된다. 앞으로 이 세계는 핵우산 같은 패권놀음도 없어지고 패권국가의 갑질도 사라질 것이다. 북한이 한 비핵화약속은 북한은 이웃나라나 지역에 대해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약속이지, 핵이 없던 옛날의 북한으로 되돌아가겠다는 약속이 아니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핵보유국들,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도 사실은 공표를 안 했다뿐이지 사실은 이미 비핵화과정에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다른 나라에 대해 핵으로 위협하지도 않고 다른 나라에 대해 핵우산을 제공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미국을 제외하곤 다른 어느 나라도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

 

3. 북미정상회담의 성격

 

북미공동성명에 명시된 쌍방의 의무사항은 비대칭적이다.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의무조항인 비핵화를 향한 노력이라고 애매하게 표현된 노력만 하기로 했다. 그에 비해 미국은 새로운 북미관계의 수립, 한반도의 공고한 항구적 평화체제의 구축을 위한 북한과의 공동노력, 판문점선언의 이행을 지지 등,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의 전면적인 대변환을 약속하고 있다. 트럼프대통령이 구두로 확인해준 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어느 정도 비가역적 지점에 이를 때까지는 유엔의 대북경제제재를 해제할 수 없다는 언급만 겨우 북미 사이의 비대칭관계를 가려주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의 이런 언급은 매우 모순적 발언이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하려면 미국도 동시에 북미관계를 단계적으로 개선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수립도 단계적으로 이루어 나가야한다. 미국이 그때까지도 경제제재를 계속한다면 북미관계가 그때까지 개선될 리 없고 북미관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노력을 다그치기도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유엔제재의 해제를 비가역적 비핵화의 완료와 연계시키기를 고수한다면 단계적 접근보다는 일괄해결을 택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평소 요구해온 경제제재의 해제, 주한미군의 철수,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중단 같은 사안에 관해 일체 언급을 않는 것에 대해 트럼프는 속으로 깊이 감사하고 있고 김정은 위원장을 협상의 천재로 치켜세우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그런 사안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 정상회담의 열띤 분위기에 미리부터 찬물을 끼얹게 될 것임을 알고 자제하고 있음을 눈치 챈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북미정상회담은 무슨 협상을 하는 회담이 아니었다. 협상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bottom-up)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이번은 정상회담의 날짜부터 먼저 정해놓고 시작되었으니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top-down) 형식이다. 양쪽 정상이 무엇 때문에 만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미 다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시작된 회담이다. 그 결과가 한반도비핵화라는 공동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쪽이 결의한 공동의 약속과 공동의 원칙을 선언한 공동성명이었다. 그럼에도 이란이 경고했듯이, 미국이 공동성명에서 입 발린 약속만 늘어놓고 뒤돌아서서는 전혀 실천을 않는 일도 생길 수 있을까?

그런 우려는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성격을 몰라서 생긴 것이다. 북한은 신년 초에 핵 무력의 완성을 선포한 바 있다. 이는 북한이 앞으로는 핵·미사일시험을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어졌고 그 대신 핵·미사일을 동원한 군사훈련을 태평양을 무대로 하겠다는 뜻이었다. 한미합동군사훈련 때마다 미국이 전개하는 핵전략자산(핵전투기)의 동원에 대항하여 북한도 핵전략자산인 핵·미사일을 동원해 같이 태평양 위에서 군사훈련을 하겠다는 것이다. 괌을 비롯한 태평양을 무대로 군사훈련을 전개하면 미국은 그때마다 북한이 군사훈련이란 핑계로 불시에 미국을 핵·미사일로 공격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초비상경계태세에 들어가야 한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이 1년 내내 쉬지 않고 이어지는 바람에 그동안 북한은 초비상경계태세를 1년 내내 유지해야만 했다. 특히 농촌인력이 집중되어야 하는 시기에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집중되니까 농촌일손부족이 늘 심각했다. 북한도 이제 태평양 위에서 핵·미사일을 동원한 군사훈련을 1년 내내 쉬지 않고 이어간다면, 태평양을 오가는 해상무역이 1년 내내 전면 통제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미국도 이제는 고통을 당하게 된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의 비용이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불어나게 된다는 것을 트럼프는 이미 감을 잡고 있었던 것이다. 금년 초부터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통한 군사적 대립관계의 해소가 트럼프대통령의 최우선 국정과제로 되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북한과의 직접대화의 통로가 다 막혀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북한은 미국의 대화요청을 거부했고 미국이 대북적대행위부터 먼저 중단해야 북미대화에 응할 수 있다고 답해왔다.

신년 초 남북대화가 재개될 기미가 보이자 누구보다 반가와 한 사람은 바로 트럼프였다. 우리를 축복한다는 말까지 했다. 금년 2월에 있게 될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중단을 우리에게 미리 양해를 구할 정도였다. 문재인대통령이 남북대화 시에 북미대화를 중재할 기회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북미관계를 이대로 둔 채로는 남북관계를 한 걸음도 진척시킬 수 없다.’는 남측특사의 간곡한 권유에 김정은 위원장이 민족의 통일에 도움이 된다면 무언들 못 하겠는가라는 취지에서 북미정상회담을 흔쾌히 받아들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중재가 없었다면 아마도 금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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