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먹는 국회 특활비 '펑펑', 폐지가 답

[이기명 칼럼] 참여연대 3년 소송에 대법 공개결정, 거대정당 미적...

이기명 칼럼 | 기사입력 2018/07/10 [11:22]

놀고먹는 국회 특활비 '펑펑', 폐지가 답

[이기명 칼럼] 참여연대 3년 소송에 대법 공개결정, 거대정당 미적...

이기명 칼럼 | 입력 : 2018/07/10 [11:22]
 
채귀(債鬼)라는 귀신이 있다고 한다. 빚 받아내는 귀신이다. 어찌나 독한지 죽은 다음에도 저승까지 쫓아온다. 채귀를 피할 무슨 방법이 있는가. 빚을 지지 않는 것이다. 빚은 종류는 다양하다. 치사한 노름빚도 있다. 마누라 잡혀먹는 노름꾼 빚쟁이도 있었다. 구한말, 일본에 빚을 졌다.
 
“일본에 국채 1,300만 원을 빚졌다. 갚지 못하면 대한제국의 존망과 직결된다. 국고가 텅 비어서 갚을 도리가 없다. 2천만 인민들이 3개월 동안 흡연을 하고 그 대금으로 빚을 갚아 나라의 위기를 구하자”.
 
이게 국채보상운동이다. 나랏빚을 갚자는 국민운동이다. IMF 위기 때 전 국민이 금모으기 운동을 폈다. 손주 놈 돌 반지까지 내놨다. 국민은 정부보다 훨씬 애국이다. 정치가들은 느낌이 어떤가.
 
특활비란 귀신의 국민세금
 
박근혜 정부의 국가정보원은 특활비란 이름의 돈을 박근혜에게 상납했다. 특활비란 도대체 무엇인가. 말 그대로 특수 활동비다. 특수 활동은 무엇인가. 특수한 활동이니 알 수가 있는가. 분명한 것은 말썽이 났으니 당당한 돈은 아닌 모양이다.
 
국회의원들의 특활비가 문제로 터졌다. 그토록 죽어라 공개를 요구했는데 죽어라 입 다물고 있더니 참여연대의 3년여간 소송 끝에 대법원 결정으로 공개됐다. 국민의 대표가 특수 활동비 좀 썼기로서니 그걸 공개하라는 야박한 인심이 어디 있느냐고 야속해 할지도 모른다. 야속한가. 그래 야속해라.
 
긴소리 하면 피곤하다. 자세한 내용은 언론을 통해 자세하게 공개됐다.
 
특활비(특수활동비)의 벌거벗은 모습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고 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

국민들은 눈이 뒤집히게 됐다. 없는 살림에 세금 냈더니 마음대로 펑펑 쓰느냐. 기막힌 사실 몇 가지만 말해 보자. 우선 국회는 매년 80억을 썼다.
 
공개된 3년간 240억이다. 이는 국회가 참여연대에 제출한 2011년에서 3013년까지의 3년간 내역이다. 이번에 공개된 특수활동비는 영수증이 필요 없기 때문에 의원들이 국회에서 받아간 돈이 정작 어디에 쓰였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국민들은 가슴에서 불길이 타오를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을 하면서 수십 년을 지켜봤다.
참여연대 운영위원도 했다. 한때 공정한 매체로 평가받던 ‘서프라이즈’의 회장도 했다.
 
노사모는 거짓말을 금기로 했다. 이번 특활비의 진상을 세상에 알린 것도 참여연대다. 나는 믿는다. 그러기에 참여연대의 발표를 믿음으로 인용한다.
 
참여연대 분석 2011~2013 특활비 지출 내역
 
국회 교섭단체 대표, 상임위원장 등 특정 직책에 있는 국회의원은 매월 월급처럼 정기적으로 특활비를 지급받았다.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에 쓰라는 특활비는 국회의원 ‘제2의 월급’이었다.
 
교섭단체 대표는 실제 특수활동 수행과 상관없이 매월 4,000여만 원(짝수달에는 6,000~7,000여만 원)의 특활비를 받았고 상임위원장과 함께 예산결산특위원장, 윤리특위원장,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회의가 열리지도 않은 달에도 위원장이라는 이유로 똑같이 매월 600만 원씩을 받았다. 
 
특히 법제사법위원회는 ‘법제사법위원회 활동비’라는 명목으로 매월 1,000만 원을 받아 법사위 여·야 간사와 위원들에게 특활비를 배분해 추가 지급했다. 법사위 간사에게 매월 100만 원을, 위원들에겐 매월 50만 원씩 지급했다. 법사위는 위원들뿐만 아니라 수석전문위원에게도 매달 150만 원씩 줬다. 제 식구 감싸기 특위라고 비판받는 윤리특위는 2011년에 단 네 차례, 2012년 다섯 차례, 2013년 네 차례만 회의를 열었지만, 위원장은 매월 600만 원씩 활동비를 꼬박꼬박 받았다. 이와 별도로 정기국회 시기인 9월에 ‘윤리특위 정기국회대책비’로 300만 원, ‘윤리특위 위원회활동지원비’로 700만 원을 수석 전문위원에게 지급했다.
 
정체불명 수령인에게 전달된 특활비도 있다. 국회 특활비를 한 번이라도 받은 이는 298명에 달하는데 이중 가장 많은 금액을 받은 수령인은 ‘농협은행(급여성경비)’이었다. 2011~2013년까지 약 59억 원의 특활비가 농협통장에 입금됐는데 이는 전체 특활비의 4분의 1 정도지만...실제 사용한 실수령자가 누구인지 누가 통장에서 인출해 누구에게 어떤 명목으로 지출했는지도 전혀 알 수가 없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노회찬(정의당 원내대표)
“나는 원내 교섭단체(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대표이기 때문에 전체 3,000만 원의 절반은 은행으로 계좌이체가 돼 왔고, 나머지 절반은 5만 원권 현찰로 밀실에서 1대 1로 만나서 직접 받았다.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줬는지 흔적이 남지 않는 방식으로 수령했다. 설사 제대로 주지 않더라도 배달 사고가 나도 알 수 없고, 받은 돈을 어떻게 쓰든 간에 흔적이 남지 않는 그런 ‘깜깜이’ 돈이었다”
 
벌거벗은 특활비의 모습이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의 말이다.
“의회·외교 명목의 상당한 돈이 특정인을 통해 어디로 갔는지, 또 농협 통장을 통해 어디로 누구한테 갔는지 모른다. 구체적으로 수령인 누가 어떤 내역으로 얼마만큼 특활비를 받았는지 조만간 다시 추가 자료를 정리해 내겠다.” 
 
“참여연대는 농협(급여성경비) 통장 등으로 입금된 특활비가 이후 누구에게 어떤 용도로 전달됐는지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소송을 제기하거나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실제로 지난 2007년 감사원이 국정홍보처·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국가청소년위원회·국민고충처리위원회 등 4개 기관의 특활비 감사를 실시해 부정 사용 내역을 적발했다.” 
 
“감사원이 국회 특활비 사용내역을 전수조사해서 우리가 공개한 것 외에 집행내역 확인서나 신용카드 매출전표 등 증거서류가 더 나올 수 있고, 검찰이 압수수색해 확인하면 더 명백히 밝혀질 것이다.”
 
“우리가 3년의 시간이 걸려 받아낸 국회 특활비 지출내역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게 돼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는 기분이 들었는데, 열어본 상자 속엔 너무나 엉망진창인 국회 모습이 들어 있어 안타깝다” “앞으로 우리는 국회뿐 아니라 특활비가 편성된 20개 중앙행정기관의 특활비 지출내역도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정보공개 청구하겠다.”
 
눈 먼 돈은 아무 데고 찾아간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 대회 개막식 참석경비(2011)’ ‘런던올림픽대회 참관단 경비(2012)’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국회 연설 관련 경비(2012)’ 등이 대표적이다. 박병석 국회부의장 중유럽 공식방문(2012), 이병석 부의장 서유럽 공식방문(2013) 등 ‘공식’일정에도 특수활동비가 지급되긴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현충일 추념식 참석경비, 제헌절 경축식 행사경비, 광복절 경축행사 관련 경비, 삼일절 기념식 행사경비 등도 매년 국회 특수활동비에서 빠져나갔다. 의회 외교에 지급된 돈은 2011년 6억 3,800여만 원, 2012년 5억 3,500여만 원, 2013년 6억 3,100여만원 등이었다. 그러니까 핑계만 있으면 특수활동비다.
 
의원들에게 빚 진 거 없다
 
밥값도 못한다는 말이 있다. 치욕적인 말이다. 밥을 먹어야 목숨을 부지하는데 밥값도 못한다면 죽어야 한다는 말과 다름없다. 요즘 국회 꼴을 보며 국민들의 생각은 어떤 것일까. 밥이야 각자가 집에서 먹을 테니까 천상 할 수 있는 말은 ‘세비 값도 못 한다’는 말이다. 얼마나 치욕적인 말인가.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는 의원들이 많다. 국민에게 겸손하고 수시로 정부의 잘못을 지적해 시정하는 의원들을 보면 존경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들은 특활비로 의원들이 국민으로부터 지탄 받을 때 무척 괴로울 것이다. 원래 까마귀 소굴에 백로가 들어가면 곤욕을 치르게 마련이다. 그 안에서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제도개선을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속 들여다보이는 소리 하지 말라. 폐지하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도대체 특활비를 사용할 무슨 명분이 있는가. 개인이 아닌 국가를 위한 특활비라면 당당하게 사용하면 된다. 오히려 이렇게 나라를 위해서 돈을 쓴다고 해야 한다. 영수증도 없이 도둑놈 물건처럼 쓰기가 염치없지 않은가. 폐지하는 이외에 어떤 제도 개선도 있을 수 없다.
 
의원들이 출마했을 때 국민에게 온갖 약속을 다 한다. 국민에게 한 약속은 바로 빚을 지는 것과 같다. 약속을 이행했는가. 국민은 자신의 대변자인 국회의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요즘 의원들의 행동을 보면서 욕을 할 생각도 포기했을 것이다. 그야말로 버린 자식으로 여길 것이다. 미운 짓을 골라가며 한다는 말이 있다. 이번에 들통이 난 특활비가 바로 그것이다.
 
훌훌 털어버리면 어떤가
 
특활비 문제는 이제 그냥 사라질 문제가 아니다. 하루가 가면 그만큼 국민의 분노는 커질 것이다. 국회의원의 배짱이 제아무리 고래 심줄 같아도 견디지 못할 것이다. 더 이상 이름을 더럽히지 말아야 한다. 스스로 특활비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특활비를 털어버려야 한다. 그 다음 특활비가 아닌 정상적으로 돈을 써야 한다. 모든 범죄는 숨기는 데서 발생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당은 모두 특활비 폐지에 의견을 모았다. 왜 거대 정당만 뜸을 들이는가. 연구해서 잘 운영하면 된다고 한다. 뭘 잘 운영하는가. 차라리 뭉텅이로 들어오는 현금의 맛을 잊지 못하겠다고 고백해라.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겠지. 편하게 생각지 말라. 세상이 달라졌다. 느껴지지 않는가. 느끼고 안 느끼고는 마음대로지만 남은 의원 생활을 정상적으로 하고 다시 배지를 달려면 특활비는 포기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한다. 갚지 않으면 어디까지든 쫓아갈 것이다. 국민에게 존경받는 국민의 대변자,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특활비는 깨끗이 정리해야 한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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