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에 북한측은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밝혔다. 청와대는 북미정상간 직접 대화를 재차 강조했다. 북한은 24일 예정대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2일로 계획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다는 입장을 24일(미국 현지) 밝혔다. 그는 김 위원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최근 당신들의 발언에 나타난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에 지금 시점에서 회담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느낀다”면서 “싱가포르 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김 위원장의 태도 여하에 따라 회담을 여지를 남겨뒀다. “언젠가 만나기를 고대한다”면서 “만약 너무나도 중요한 이 정상회담에 대한 당신의 마음이 바뀐다면 주저 말고 내게 전화하거나 편지를 보내 달라”고 했다. “회담이 불발된 것은 역사에 정말로 슬픈 순간”이라고 덧붙였다.

▲     © 인터넷저널

미국발 악재가 터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밤 12시부터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서훈 국정원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을 청와대 관저로 긴급 소집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 긴급회의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미정상회담이 12일에 열리지 않게 된데 당혹스럽고 유감”이라고 밝힌 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는 포기할수도 미룰수도 없는 역사적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당사자들의 진심은 변하지 않았다”며 “지금의 소통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정상간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해결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트럼프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발언보다 앞서 남북정상의 판문점선언에서 명시한 ‘완전한 비핵화’의 첫걸음으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북부핵시험장)을 폭파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핵실험장 폐기를 언급한 지 34일 만이다.

북한은 이날 핵무기연구소 성명을 통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 결정에 따라 핵무기연구소에서는 5월 24일 핵시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하여 공화국 북부핵시험장을 완전히 폐기하는 의식을 진행하였다”고 밝혔다.

풍계리 현지 한국 취재단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핵실험장 4개 갱도 중 2번 갱도 및 관측소가 처음으로 폭파됐다. 오후 2시 17분에는 4번 갱도와 단야장(금속을 불에 달궈 작업하는 장소), 2시 45분에는 생활건물 본부 등 5개 건물을, 4시 2분에는 3번 갱도 및 관측소를 각각 폭파했다. 이어 4시 17분에 군 건물인 막사 2개동을 폭파, 폐기 행사를 마쳤다.

풍계리 핵시험장 폐쇄를 미치자 마나 터져나온 트럼프의 북미정상회담 취소소식에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25일 밝혔다. 그는 담화에서 "한반도와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하려는 우리의 목표와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김 부상의 담화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공개한 서한에서 "현 시점에선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며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밝힌 뒤 7시간여 만에 나왔다. 그는 "북미 수뇌상봉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한반도는 물론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인류의 염원에 부합되지 않는 결정이라고 단정하고 싶다"며 "돌연 일방적으로 회담 취소를 발표한 것은 뜻밖의 일이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수뇌상봉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는지 아니면 자신감이 없었던 탓인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가늠하기 어렵다"며 "두 나라 사이의 관계 개선에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성의있는 노력을 다하여 왔다"고 설명했다. 또 "'트럼프 방식'이 쌍방의 우려를 해소하고 우리의 요구 조건에도 부합되며 문제 해결의 실질적 작용을 하는 현명한 방안이 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했다"며 "국무위원장께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면 좋은 시작을 뗄 수 있을 것이라며 준비에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밝혔다.

김 부상은 특히 "미국측의 일방적인 회담취소는 여태껏 기울인 노력과 우리가 새롭게 선택하여 가는 이 길이 과연 옳은가 하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며 "한반도와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하려는 우리의 목표와 의지에는 변함없다"고 밝히고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발 악재에 청와대 한 관계자는 25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날 자정부터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 긴급회의에서 나온 '정상간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해결해 가기를 기대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