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삼성·언론 그리고 재벌의 갑질

강대업 기자 | 기사입력 2018/04/19 [10:40]

대한민국과 삼성·언론 그리고 재벌의 갑질

강대업 기자 | 입력 : 2018/04/19 [10:40]

 

▲ 브레이크뉴스강원 편집인 강대업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낙마로 여의도 정가가 들썩거리고 있다. 언론과 야당은 장단을 맞추며 필살의 기세로 공세를 펼치더니 따가운 눈총과 함께 이 기회에 털어서 바로잡을 건 바로잡자는 여론이 거세지자 역풍에 곤혹스러워 하는 모양새다.

 

수구세력은 개혁을 원치 않고 기존 관행 속에서 누리던 것을 그대로 지켜내려는 성향을 갖고 있다지만 언론은 왜 진보, 보수, 수구 할 것 없이 촛불 민심의 연장선상에 서 있는 문재인 정부를 차갑게 대하는 것일까? 좀 더 자극적인 내용을 써야 판매 부수와 조회수가 올라가서일까? 아니면 그 뿌리 아래로 더 깊은 무엇인가 있는 것일까?

 

얼마 전 삼성 미래전략실 장충기 사장과 언론사 간부들이 주고받은 문자 내역이 공개되며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었지만 며칠을 가지 못했다. 언론은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지 서둘러 덮어 버렸다. 삼성을 대하는 언론들의 논조에  따라 대형 광고 수입이 오르락내리락 하니 재벌 실세 앞에 그렇게 머리를 조아린 것이 아닌가? 주요 언론사의 삼성언론장학생 명단도 떠돌고 있는데 그런 언론사 임원들에게 어떻게 무슨 정론직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내부 고발자들의 이야기와 최근 공개된 문자를 통해서도 이 나라는 가히 삼성공화국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 여론을 만들어 내는 언론 데스크를 장악하고 삼성에 불리한 보도는 통제할 수 있었던 정황을 보면 말이다.

 

어디 언론뿐이었겠는가? 정계, 관계, 종교계 많은 유력 인사들이 서로 얽히고설켜서 거대한 이익으로 뭉쳤으니 정권이 바뀌어도 이러한 수십 년 적폐를 개혁하려고 할 때 그 저항이 적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개혁을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한 심정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삼성증권의 얼마 전 유령증권 매각 사태를 두고 처음에 언론이 보도한 그대로 담당 직원의 실수로 보는 이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결재 라인에 있던 이들의 검증에서도 실수라고 하는 것이 안 걸러졌다면 대기업의 그 임원들은 또 눈먼 사람들인가?

 

금융개혁의 선봉에 섰던 김기식 금감원장이 언론과 야당의 뭇매를 맞고 선관위의 유권해석 끝에 물러나게 된 과정이 석연치 않다. 물론 문 대통령도 언급했듯이 위법한 일이 있으면 누구든 물러나는 것이 맞다. 그러나 2016년 총선이 끝난 후 19대 국회의원 직을 사퇴하면서 선관위에 제출한 회계 자료는 그냥 넘어가고 이제 와서 위법사항이라고 오락가락하면 선관위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책임을 져야할 이들은 분명 책임을 져야만 한다.

 

또한 피감기관 지원으로 해외 출장한 것이 위법이라 했으니 이것도 포함한 유사한 사례를 전수 조사해서 관련자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눈높이인 것이다. 물론 세금 낭비도 줄어들게 될 테니 말이다.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포함한 향후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짓게 될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눈앞에 있고 주변국들과의 연쇄 회담 등 국론을 모아야할 중요한 사안들이 많은데 언론이 온통 소모적인 국내 정치 이야기로 도배를 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또 하나는 언론이 그렇게 흠집을 내고 야당 특히 수구 세력들이 임명을 극렬 반대한 현 정부 각료들을 보면 국익을 위해 안팎에서 제대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상대에게는 저승사자처럼 보이겠지만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강경화 외무장관이 좋은 사례다.

 

이번 김기식 금감원장 낙마 건으로 정부는 위축될 필요가 없다. 이권에 얽힌 어떤 세력이 뭐라고 해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청렴하고 더 엄격한 원칙주의자를 찾아 이 개혁은 기필코 이루어야 한다. 무엇이 진실인가? ‘개 한 마리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뭇 개들이 따라 짖는다’는 후한시대 왕부의 ‘잠부론’에 나오는 이야기를 빗대어 어떤 논객이 우리 언론들의 허상을 질타하고 있는 걸 보면서 이 사회의 모든 권력과 그들을 길들이는 이들의 유착된 적폐 실태를 짚어볼 수 있겠다.

 

계열사 합병으로 국민연금을 수 천 억 날리고 또한 유가증권 조작으로 보이는 삼성증권의 위험한 경영에도 그 누구도 삼성을 건들면 안 된다? 정말 민주화를 위해 그렇게 많은 희생을 치러온 대한민국이 아직도 그런 후진국가였던가 하는 자괴감이 든다.

 

1심 재판에서 실형을 받고 구금되었던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소속 대형 로펌의 총력전과 담당 재판부의 현명한(?) 판결 덕분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최근에는 삼성이 노조를 와해시키고 탄압했다는 정황들이 드러나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는데도 크게 이슈가 되지 않는 것 같다. 그저 지나가는 사건으로 다루고 조사하는 흉내를 내는 것은 아닌가 묻고 싶다.

 

삼성의 언론 길들이기와 해묵은 정경유착으로 인한 특혜, 이젠 근절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기업의 건강한 목적인 사회와 공익을 위한 경영이 아니라 재벌 총수와 일가를 위한 승계 경영이 문제다. 이것이 오히려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분명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것은 스스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대한항공 ‘땅콩회항’의 파문이 채 사라지지 않은 때에 또 그 동생이 일으킨 갑질 논란에 대해  뉴욕타임즈가 오죽하면 Chaebol(재벌)과 Gapjil(갑질)이란 우리말로 기사를 썼을까? 기업 오너의 리스크다. 검찰과 법원의 문턱을 넘나들며 아슬아슬하게 구속을 면하는 재벌 총수 일가의 이미지는 결코 국익에도 국민 감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삼성이 우리 사회를 돈으로 어지럽히고 망가뜨리는 것을 두고 봐서는 안 됩니다 …… 지금 안 하면 영원히 못합니다.” 삼성을 십 수 년 이상 취재하며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시사저널 주진우 기자가 2007년 삼성비자금 사건이 터질 무렵 함세웅 신부를 찾아가 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지금 현 정부가 이러한 적폐들을 개혁하려는데 거센 저항과 반발이 지속되는 것을 보면서 그 배후에 무언가를 빼앗기지 않고 계속 누리고자하는 보이지 않는 손길이 있다는 것을 국민들은 충분히 감지하고 있다. 

 

언론과 여러 인맥을 관리하느라 많은 돈을 쓰면서도 계열사 반도체 공장에서 얻은 직업병으로 인해 고통 받다 사망한 노동자들에게는 인색한 ‘갑질 재벌’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으려면 이젠 재벌기업들도 달라져야 하지 않겠나? 이를 위해 부릅뜬 눈으로 국민들이 감시하고 작은 소리라도 끊임없이 경고의 나팔을 불어야만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다짐했고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는 촛불혁명 승리를 언급하며 “역사는 명령합니다. 국민도 명령합니다.”라고 시대적 사명을 밝혔다.

 

깨어 있기에 여전히 아픈 4월이다. 봄날 피었던 꽃들이 비바람에 떨어지기도 하지만 그 아픔 속에 시간이 가면 잎이 나고 또 열매가 열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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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한수 2018/04/26 [19:59] 수정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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