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인·신다희, 둘이 아주 짝짝궁이 잘 맞는군"

[연재소설] 홍매지숙명 피다, 17장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17-2)

이슬비 | 기사입력 2018/03/22 [10:52]

"김서인·신다희, 둘이 아주 짝짝궁이 잘 맞는군"

[연재소설] 홍매지숙명 피다, 17장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17-2)

이슬비 | 입력 : 2018/03/22 [10:52]

<지난 글에 이어서>

제17장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2)-2
   
늦겠다, 화야. 어서 가자.”
 
유흔은 서란의 손을 잡아끌었다. 서란은 유흔의 손에 이끌려가면서도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검이 무겁지는 않아?”
 
유흔이 서란에게 다정스레 물어왔다. 서란은 고개를 저었다.
 
아냐, 안 무거워.”


정말? 우리 화야가 들기에는 무거워 보이는데. 화야, 저기 뒤에 따라오는 교위한테 들어달라고 할까?”


싫어. 나 혼자 들 수 있어.”
 
서란의 말에 유흔은 미소를 지었다. 전사에게 있어서 검은 자신의 목숨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서란이 지금처럼 검을 쉽게 누군가에게 넘겨주려 하지 않는다면, 서란은 언제 어디에서든 쉽게 목숨을 잃지 않을 것이었다.
 

 
도련님, 아가씨.”
 
서란이 유흔과 함께 연무장으로 들어서자, 두 사람을 알아본 훈련 담당 교위 하나가 다가와 허리를 숙였다. 교위는 훈련 중인 군사들을 향해 멈추라고 말하려 했으나, 유흔이 손을 들어 그를 저지했다.
 
놔두게.”


하지만…….”


어허, 이 사람아. 강한 군대란 무릇, 천자의 앞에서도 그 진용이 흐트러지지 말아야 하는 법이네. 한데, 높은 신분에 있는 사람이 온다고,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온다고 계속해서 훈련을 멈추고 예를 갖추게 한다면, 전장에서 진용이 흐트러지지 않을 거라 어찌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유흔의 질책에 교위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며 깊이 고개를 숙였다. 유흔이 어린진(魚 鱗 陳)과 차륜진(車 輪 陳), 팔괘진(八 卦 陳) 등의 진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군사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동안, 서란은 과녁과 중장기병들을 상대로 한 훈련에 몰두하고 있는 궁병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전열의 가장 앞에 나가 있는 궁보병은 주로, 달려오는 적들의 중장기병을 상대로 화살을 쏘아 맞히게 되어 있었는데, 이들은 주로, 촉이 넓은 도()처럼 생긴 화살을 군마의 다리를 향해 쏘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또한 진열의 뒤에 있는 궁기병은 주로, 적들의 갑옷 틈이나 얼굴을 향해 편전(片 箭)을 쏘아 맞히고, 60여발의 화살을 다 쓰면 활을 전동에 꽂고, 허리에 있는 소검(小 劍)이나 중검(中 劍)을 빼내어 적진으로 돌진해가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흐음…….”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서란은 근처에서 훈련 중인 도부수(刀 斧 手)들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그들은 주로, 커다란 도끼와 망치를 휘둘러 적들의 갑옷을 부수는 것이 그 역할이라 했다.
 
서란은 턱을 손에 괴고 생각에 잠겼다. 철판과 가죽으로 무거운 갑옷을 만들고, 그 갑옷을 도끼와 망치로 부수고 이런 일련의 전투 방법이 서란에게는 어쩐지 비효율적으로 느껴졌다.
 
갑옷도 필요 없고, 도끼와 망치도 필요 없는 전투 방법은 없을까? 만약, 그런 방법이 개발된다면 훨씬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전투 방법은 개발된 적이 없었다. 무엇보다 전투의 방법을 바꾸기 위해서는 새로운 무기가 개발되어야 했는데, 아직까지 기존의 갑옷과 무기를 대체할만한 무기가 개발되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날 밤, 유흔과 5천 명의 군사들은 출병 준비를 마쳤다. 유흔의 갑옷끈을 묶어주다 말고, 서란은 유흔의 등에 얼굴을 파묻었다. 유흔은 그런 서란의 손을 잡아 자신의 허리에 두르게 했다.
 
나도 같이 가면 안 돼?”


…….”


? 유흔, 나도 갈래. 나도 갈래, 유흔. 나도 갈래.”
 
험난한 전장으로 함께 가겠다는 서란의 말에, 유흔은 그렇지 않아도 우리 화야와 함께 갈 생각이었다며 서란을 향해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유흔은 갑옷 위에 덧입는 덧옷의 끝자락으로 서란을 감싸 안았다. 자신이 서란의 목숨을 지켜줄 수 있을 때까지는 이렇게 서란을 곁에 둘 생각이었다.
 
도련님께서는 이번 전쟁에 어린 서란 아가씨까지 데려갈 생각이십니까?”
 
유흔의 군 대리인이기도 한 시종장 무단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유흔과 서란을 돌아보았다. 유흔은 고개를 끄덕여 서란과 함께 가겠다는 뜻을 전했고, 서란은 무단을 향해 유흔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함께 가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나는 유흔과 함께 갈 거야.”


아가씨.”


유흔이 언제 어디를 가든, 나는 유흔을 따라 갈 거야. 그곳이 어디든 나는 상관없어. 내 곁에 유흔이 있다는 것……, 그거 하나면 돼.”
 
유흔은 서란을 후방의 척후병부대에 편입시켰다. 유흔은 서란에게 활과 화살, 그리고 검을 쥐어주며 웬만하면 앞으로 나서지 말고, 안전하게 뒤에 있으라며 주의를 주었다.
 
유흔이 이제 막 가라고루성을 나서는 찰나였다. 달빛을 모두 흡수할 정도로 검은 깃털을 가진 전서구 한 마리가 성문을 향해 날아오기 시작한 것은.


유흔은 척후병부대의 십호장 한 명을 시켜 전서구를 잡아오게 했다. 전서구는 신씨가와의 접경지역인 나고현에서 보낸 것이었다.
 
도유향이……?”
 
유흔은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도유향은 신씨가와의 접경지역 중 하나인 나고현의 태수로, 그 성품이 서글서글하고 온화하며 전쟁을 좋아하지 않아, 그 어떠한 분쟁이 있어도 결코 피를 보려 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전시임을 뜻하는 흑색 전서를 보내왔다……? 유흔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오랜만이구나, 신씨가와 싸워보는 것은.”
 
사린현과 나고현, 신씨가와 분전 중
 
전서에 적힌 내용은 이 한 줄이 다였다. 그러나 이 한 줄만으로도 사린현과 나고현, 신씨가 접경지역의 두 현의 상황을 알기에는 충분했다. 도유향과 도서연, 두 무장(武 將)이 지금쯤 얼마나 힘든 싸움을 하고 있을지. 유흔은 자신도 모르게 전서를 든 손을 꽉 말아 쥐었다.
 
왜 하필 지금이란 말인가……! 가유와 추연의 접경지역인 아무르강 유역, 가유의 제1방어선이 위험한 지금, 신씨가가 나고현과 사린현을 침략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여기에 생각이 이르자, 유흔은 조금 전 흥분했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침착함을 되찾았다. 유흔은 지금의 상황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보았다. 김씨가가 갑자기 전면전을 일으키고, 때를 맞춰 신씨가가 침략해왔다…….
 
물론, 지금의 전국에서는 남의 집 불 난 김에 솥단지 들고 나오는 일이 매우 흔했다. 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이라는 말을 앞 다투어 증명하기라도 하듯, 수많은 가문들이 어려움에 처한 다른 가문을 침략해 땅과 백성을 취하고, 때로는 배상금을 챙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김씨가와 신씨가가 때를 맞춰 침략을 감행했다는 것은 단 한가지로밖에 해석할 수 없었다.
 
김서인, 신다희, 둘이 아주 짝짝궁이 잘 맞으시는군.’
 
김씨가와 신씨가의 동맹이라. 유흔은 지금 상황에서는 두 가문 중 어느 가문을 가장 먼저 건드려야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윽고, 유흔이 입을 열어 군사들에게 명을 내렸다.
 
소속 한씨가 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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