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안 갔어34] 안네 프랑크의 은신처

백은선 여행작가 | 기사입력 2018/02/19 [10:08]

[학교를 안 갔어34] 안네 프랑크의 은신처

백은선 여행작가 | 입력 : 2018/02/19 [10:08]

너희는 지금 아빠와 소중한 경험을 함께하고 있지. 매일 다른 환경에서 다른 것을 보고 다른 사람을 만나며 느끼고 즐거워하기도 하고 감동받기도 하고 마음 아파하기도 하지. 이렇게 매일 특별한 경험을 하면서 그 경험을 머리와 가슴속에 기억하는 것도 좋지만, 일기를 쓰면 훨씬 기억에 오래 남고 너희의 그날그날 감정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생각을 하며 매일 성장할 수 있단다.

 

▲ 안네 프랑크 하우스 박물관

 

이미 너희들에게는 학교에서 학기 중에 해야 할 의무나 방학숙제로 일기를 썼던 경험이 있어. 아빠가 봤을 때는 조금 형식적이고 아직 어떻게 쓰는 것이 잘 쓰는지를 모르는 것 같아서 하루에 있었던 특별한 일이나 작고 사소하더라도 다른 느낌이 있었다면 그런 것을 쓴다고 여러 번 알려 주었는데 기억나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일기에 대한 중요성이나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모르는 것처럼 보여 아쉽구나. 그래서 오늘은 우리가 안네 프랑크(Anne Frank)가 숨어 지내면서 일기를 썼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안네 프랑크 박물관에 와 있는 만큼 일기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일기란 매일 매일의 일과 경험을 개인적인 느낌이나 시간상의 흐름에 따라 돌아보고 반성하고 그 내용을 기록하는 것이란다. 사람마다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아빠 생각에 일기를 쓸 때는 날짜와 날씨는 반드시 쓰고, 뜻 깊거나 특별한 일만 자세히, 정직하게, 특별한 형식 없이 편한 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 그리고 가끔은 일기장 속에 상상의 나래를 펼쳐도 좋을 것 같아. 어른이 돼서 하고 싶은 것이나 만화 속의 주인공이 되어 말도 안 되는 상상을 마음껏 적어보고 실제인 것처럼 한번 기록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그럼 아마도 막연히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것들이 현실에서 이루어져 너희들이 진짜로 주인공이 되어 멋진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 승빈이의 일기 

 

매일 꾸준하게 일기 쓰는 습관을 갖게 되면 생활이 규칙적으로 안정화되고, 생각을 깊게 하게 되고, 너희들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고, 매일 반성을 하니 인생을 조금 더 보람 있게 살 수 있단다. 오늘 너희들이 살고 있는 지금 이 소중한 순간을 꼭 기록해서 매일매일 너희들의 사고를 살찌우고 성장했으면 좋겠구나.

 

너희들이 쓴 일기는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갈수록 너희들에게 주옥같은 보물로 빛을 발할 거야. 물론 가끔은 창피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해서 일기장을 태우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단다. 아빠도 가끔 중•고등학교 시절이나 군대 시절에 썼던 일기장을 보면, 그냥 웃음만 나오고 ‘저렇게 철이 없고 어렸었나?’라는 자괴감이 든 것도 사실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10대 초 중반에만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것들을 직접 만나는 기쁨이 훨씬 크기에 더 소중해진단다. 아직 엄마에게도 공개하지 않은 아빠의 일기를 언젠가는 너희들에게도 공개하는 시간이 있을 거야. 그때는 절대 웃지 않기로, 사나이 대 사나이로 약속하자!

 

학교나 책에서만 듣고 보았던 『안네의 일기』의 현장에 이렇게 직접 와 보니 감개무량하면서도 숙연해지는구나. 오늘 직접 듣고 보았듯이 『안네의 일기』는 2차 세계대전에 유대인인 안네 가족이 나치의 유대인 말살 정책으로 몰래 숨어 지내며 안네가 2년여 년 동안 힘든 생활 속에서 써 내려간 것이란다. 그녀가 열다섯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나치의 눈을 피해 조그만 다락방에 숨어 사는 그 불안한 생활 중에도 희망과 사랑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책이기도 하지.

 

▲ 찬형이의 일기 

 

아직 너희가 안네의 삶 속에 있었던 고통과 좌절을 이해하기는 어려울지라도 간접적으로나마 그 힘든 시간을 경험해 보고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다녀오면 안네의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거야.

 

일기는 이처럼 힘들 때에 힘이 되는 좋은 수단이기도 하지만, 매일 똑같이 느껴지는 일상 속에서도 마주하면 하루가 더 의미 있어지고 내일이 기대되고 더 나아가서는 미래의 너희 모습을 직접 그릴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단다. 매일 만나는 일기장은 평생 너희들의 보물 1호가 되어 너희일 삶을 밝혀 줄 등대와 같은 존재인 만큼 단 한 줄이라도 매일 일기 쓰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자!

 

아빠 조언: 일기를 쓰면 매일 성장할 거란다.

아들 생각: 안네의 일기와 은신처를 보니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 것 같아요. 자주 일기를 쓰도록 노력해 볼게요.

 


원본 기사 보기:모르니까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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