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5·6기 운명주말. 시민참여단 471명 격론

15일 최종결정 조사 20일 정부에 권고안 제출, 환경단체들 "백지화"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7/10/16 [10:05]

신고리5·6기 운명주말. 시민참여단 471명 격론

15일 최종결정 조사 20일 정부에 권고안 제출, 환경단체들 "백지화"

서울의소리 | 입력 : 2017/10/16 [10:05]

신고리 5·6호기 핵발전소의 영구중단 여부를 결정할 ‘운명의 주말’을 앞두고 환경단체들은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3일 오후 충남 천안의 교보생명 연수원인 계성원에서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의 계속 건설과 중단 여부를 판단할 시민참여단 종합토론회를 앞두고 이날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신고리 원전의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1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래 세대의 안전을 담보로 순간의 편익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며 "이번 공론화 과정에서 반드시 탈핵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난 10일부터 부산, 울산, 경주, 대전, 천안 등의 지역을 차와 자전거로 이동하면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탈핵자전거원정대 활동을 벌였다. 또, 수도권의 전력사용을 위해 지역민을 희생시키는 전력정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2박3일 합숙토론에서 중단-재개 쪽 전문가는 신고리 5·6호기 문제를 두고 격론을 펼쳤고, 시민대표참여단은 이들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14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4시간 동안 시민참여단 471명이 참여하는 2박3일 종합토론회 첫 세션이 열렸다. 이 내용은 케이티브이(KTV)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페이스북 등을 통해 생중계 됐다.

 

13일 충남 천안 계성원에서 열린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 2박3일 종합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대표참여단 471명이 토론회 방식과 진행 경과보고를 듣고 있다 / 한겨례

 

첫 세션의 주제는 ‘총론 토의: 중단 및 재개 이유’였다. 신고리 5·6호기 핵발전소 건설 공사를 각각 중단 또는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의 발표와 시민참여단 분임토의, 시민참여단과 전문가의 질의응답으로 구성됐다.

 

1시간 가량 이뤄진 발표에서부터 중단-재개 쪽은 치열하게 맞섰다. 재개 쪽 발표를 맡은 임채영 한국원자력학회 총무이사는 주로 중단 쪽에서 만든 동영상 내용을 반박하는 형식으로 발표를 이어갔다. 임 이사는 원전과 석탄 화력 발전소가 없어져야 미세먼지나 온실가스 등이 줄어든다는 중단 쪽의 주장을 지적하며 “원전이 (대표적인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보다 온실가스가 적게 나온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나라 원전 수출이 ‘속 빈 강정’이라고 하는데 한국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수출해서 20조원 계약도 맺었다”고 했다.

 

중단 쪽 발표를 맡은 이유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은 주로 서울시가 시도한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이나,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2030 에너지 자립 계획’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뤄지는 에너지 관련 정책을 소개하며 핵발전소를 대체할 ‘대안’이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위원은 “대안이 있는데 위험한 원전을 지을 필요가 없다”며 “한국은 좁은 국토에 너무 많은 원전을 지었다. 신고리 5·6호기까지 지으면 한 지역에 원전 10기가 들어선다”고 지적했다.

 

시민참여단은 전문가의 발표가 끝난 직후 별도의 장소로 이동해 1시간 동안 분임별 토의를 이어갔다. 시민참여단 471명은 48개 조로 나뉘어 참여단끼리 토의하고 전문가에게 던질 질문을 만들었다.

 

11시 40분부터 1시간 20분정도 진행된 질의응답에는 중단-재개 쪽 발표자를 비롯해 각 3명씩의 전문가가 더 투입됐다. 중단 쪽에서는 강정민 미국 천연자원보호위원회 선임연구위원,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 외에도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1심 승소 판결을 받아낸 고리원전 인근 주민 이진섭씨가 참여했다. 2014년 부산지법은 이씨의 아내가 고리 원전으로부터 10km 안팎 지역에서 20년 이상 살며 방사선에 노출돼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전을 운영하는 한수원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한편 재개 쪽에서는 정범진 산업부 전력정책심의위원,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 배성만 한국수력원자력 처장이 답변에 나섰다.

 

연단 위에 중단 쪽 전문가 4명, 재개 쪽 4명, 모두 8명이 자리하고, 시민참여단이 돌아가며 조별로 미리 준비한 질문을 양쪽에 각각 10개씩 던졌다. 시민참여단은 핵폐기물 관리 비용 등 구체적인 수치를 묻는 질문부터 신고리 5·6호기 중단 이후 정부의 구체적인 대책이 있는지 등 정책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핵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의 건강에 대한 대책이 있는지, 탈원전 과정에 다리 역할을 할 액화천연가스(LNG)가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하는 질문도 나왔다.

 

한 시민이 중단 쪽 전문가에게 “후쿠시마 피해복구비용이 215조원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원전 폭발로 인한 피해인지 쓰나미 피해가 포함된 비용인지 궁금하다”고 묻자 강정민 미국 천연자원보호위원회 선임연구위원은 “(215조원은) 후쿠시마 원전 재염 해체 복구에 든 순수한 비용”이라며 “하지만 215조원에는 빠진 부분이 있다. 물 속에 있는 삼중수소를 회수하는 비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실질적으로는 700조원 가까운 돈이 더 들어간다고 한다. 원전 사고는 안 일어나는 게 좋지만 일어나면 무지막지한 피해를 입힌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민이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하면 전력 수급에 차질이 빚어져 대정전 사태가 재발하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 섞인 질문을 던지자 중단 쪽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은 “2050년까지 현재 탈원전 탈석탄 정책을 펼쳐도 문제가 없다”며 “전력수급 안정을 희생시키면서 에너지 정책을 하는 국가는 없다”고 답했다.

 

한편 재개 쪽에 “원전이 안전하다는데 수도권에 건설하는 건 불가능하냐”고 물은 시민도 있었다. 이에 대해 정범진 위원은 “수도권에 지을 수 있지만 짓지 않는 것”이라며 “(서울 같은) 비싼 땅에 원전을 지으면 아마도 건설 단가가 3∼4배 비싸진다”고 설명했다. 한 시민은 세션 초반에 진행된 발표 내용을 언급하며 “원전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피폭량이 상대적으로 정규직에 비해 높다고 들었다. 노동자의 안전 문제에 대해 어떤 대안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묻기도 했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배성만 한국수력원자력 처장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정부가 공기업 경영 효율화를 하면서 반복적인 업무는 아웃소싱을 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그러면서 외주를 주기 시작했다. 이번 정부에서 한수원 내부 정규직화를 검토,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참여단의 질문 20개에 대한 답변이 끝난 뒤에는 중단-재개 쪽에서 상대편에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 2분 동안 반론을 펼치면, 상대 쪽에서 1분 동안 재반론을 했다. 이때 고리원전 인근 주민 이진섭씨는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며 시민참여단에게 신고리 5·6호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나도 암에 걸리고 아내도 암에 걸렸다”며 “우리 지역에 암 환자가 많다는 걸 알게 되면서 원자력이 무서운 존재라는 걸 알게 됐다. 우리가 왜 고통을 받아야 하나. 지역 주민 입장도 생각해달라”고 했다.

 

재개 쪽 정범진 위원은 이씨의 반론을 재반박하며 “암이 원자력, 방사선에 의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기적으로 서울대에 위탁해서 주민 건강검진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재개 쪽 배성만 처장이 “중단 쪽에서 2020년에 미국, 영국에서 원전 발전 단가보다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단가가 좋아지고, 우리나라도 그렇게 될 거라고 했는데, 태양광 패널이 공짜가 되도 가격은 24%만 줄어든다”고 반론을 폈다.

 

중단 쪽 이유진 위원은 “우리나라 원전이 싼 것은 안전 규제가 약하고 안전 설비 보강이 덜 됐기 때문”이라며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안전과 관련한) 비용을 실제로 반영하다보니 (원전의 발전단가가) 비싸진 것”이라고 재반론했다. 중단-재개 전문가 간의 반론-재반론은 5차례 진행됐다.

 

앞으로 시민참여단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주제별 세션에 3차례 더 참여한다. 15일까지 핵발전소의 안전성·환경성·경제성 등에 대한 발표 청취, 토의, 질의응답 과정을 거치고 난 뒤 15일 오후에는 모든 숙의를 마치고 최종조사에 임한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최종조사 결과를 분석해 20일 정부에 권고안을 제출한다. 이날 진행된 총론 토의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singori56) 등을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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