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 쓰러진 그 자리 농민·민중대회

오는 25일 1주기 앞두고 농민단체 등 집회...농정 대개혁·농민 헌법 개정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7/09/24 [09:22]

백남기 농민 쓰러진 그 자리 농민·민중대회

오는 25일 1주기 앞두고 농민단체 등 집회...농정 대개혁·농민 헌법 개정

서울의소리 | 입력 : 2017/09/24 [09:22]

박근혜 경찰의 물대포에 쓰려져 지난 2016년 사망한 故 백남기 농민의 1주기를 앞둔 토요일, 백남기 씨가 쓰러진 종로구청 입구 르메이에르빌딩 앞에서 그의 뜻을 기리는 농민대회와 민중대회가 잇따라 열렸다.

 

故 백남기 농민은 박정희·전두환 시기 민주화 운동에 투신하였고, 이후 가톨릭농민회 소속으로 우리밀 농업에 종사하면서 농민운동에 참여하였다. 지난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박근혜 경찰의 살인 물대포에 직사 살수를 당해 쓰러진 이후 사경을 헤메다 지난 2016년 9월 25일 사망했다. 쓰러진 직후부터 박근혜 정권과 옹위 집단의 비방에 시달렸고, 사망 이후 서울대병원에서 사인(死因)이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재된 사망진단서가 나오면서 논란이 되었다.

 

대회는 오후 4시 농민대회 이후 오후 5시 민중대회가 바로 이어지는 형식으로 2시간 정도 진행되었으며,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노동단체, 정당, 대학생 등 2000여 명이 참여했다.

 

▲ 백남기 농민 1주기 전국농민대회 및 민중대회 참가자들    © 서울의소리

 

오후 4시 열린 "백남기농민 뜻 관철과 농정개혁 실현을 위한 전국농민대회"는 농민의길과 사단법인 전국쌀생산자협회가 주최했다. 농민의길은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가톨릭농민회,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의 연대단체이다.

 

오후 4시 20분 본대회가 시작하기 전 광주전남 우리밀 생산자위원회, 사드반대 김천대책위·성주투쟁위 등이 사전발언을 통해 각각 밀 자급률 법제화 및 우리밀 공공비축·공공급식, 각계 단체와 인사들의 사드 반대 운동 연대 등을 호소했다.

1000여 명의 농민가 제창으로 시작한 본대회는 전농 의장의 발언으로 시작하였다. 의장은 "박근혜 정권에서 백남기는 탄압받았으나 반전을 이루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는 농민의 힘으로 이룬 것이지만 온전한 승리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끝까지 투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쌀값 폭락은 회복되지 않고 있으며, 농업예산은 0.8%에 불과하고, 국정과제에서 농업부문은 찬밥이다"며 정부의 농업 정책 부재를 비판했다.

 

의장은 노동자와 농민이 사회대개혁 투쟁에 나서야 함을 강조하며 개헌을 언급했다. "노동헌법, 농민헌법, 평화헌법, 통일헌법 아우르는 촛불헌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2016년 촛불혁명이 정권교체를 목적으로 했다면 2017년 촛불혁명은 헌법교체를 목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전국노점상총연합 의장의 연대사와 화순농민회의 뮤지컬 공연이 이어졌다.

전국쌀생산자협회 부의장 겸 전라북도본부장은 "우리 국민의 목숨줄을 책임져왔던 쌀이 천대받고 있다"며, "농민들의 요구는 쌀값 몇 푼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이 땅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 강조했다. 이어 "지금 쌀값는 40년 전 수준"이라며, "쌀 1kg이 3000원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의장은 기재부와 농림부가 자신들의 최소 요구마저 농락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쌀값에 대한 이야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은 "백남기 농민은 생산현장에서 사라진 우리밀을 살리기위해 밀농사를 지었다. 나도 밀을 짓는다"며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는 "동절기 파종을 앞두고, 밀이 남아도니 종자 보급을 자제하라는 상부의 요구가 있었다고 한다. 백남기와 같은 농민들이 있어 밀 자급률 1%라도 되는 것인데, 밀을 짓겠다는 농민에게 파종할 씨앗도 안주는게 국민 먹거리를 책임지는 국가권력이 할 짓이냐"라고 정부를 비판하며, "밀이 남아도는 이유는 국가가 제 역할을 못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회장은 "얼마 전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 실망을 뛰어넘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촛불정신은 사라지고 과거 정권의 단어들을 똑같이 옮긴 국정과제를 보면서, 방심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심경을 밝혔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식량주권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힐 수 있도록 촉구하고 경고한다"고 말했다.

 

▲ 전국농민대회 본대회에 앞서 농민가를 제창하는 참가자들    © 서울의소리

 

농민대회는 오후 5시 20분경 민중총궐기투쟁본부와 백남기투쟁본부가 주최한 "적폐청산 반미반전 민중생존권 쟁취 백남기농민 1주기 민중대회"로 이어졌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의 사회로 열린 민중대회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발언이 이어졌다.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촛불의 함성, 기세가 3월 10일에 딱 멈춰있다"고 말한 후 박근혜 정권 시기 발생했으나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을 열거했다. 이어 "촛불항쟁 1단계는 성공했다. 이제 2단계를 조직해야 한다. 노동자와 농민이 민중생존권, 민주주의, 한반도평화를 쟁취하자"고 호소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 티브로드지부장은 간접고용 노동자의 직접고용 전환을, 서울대병원 노조는 병원장 파면 청원 동참을 호소했다.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 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민언련 사무처장은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에 관해 박근혜 정권에 유리한 편파 보도를 했던 공영방송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국민은 수신료를 내고 있으며, 공영방송 정상화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편파 보도에 대한 구성원들의 사과가 아닌 방송으로 사과받고 싶다"고 말해 좌중의 박수를 받았다.

 

민중대회가 이어지는중 1000명 정도의 친박 집단이 종로에서 행진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방하고 박근혜의 석방을 외치기도 하였다. 일부 민중대회 참가자들은 이들을 향해 소리를 치는 등 반응했고, 충돌을 막기 위해 경찰이 인간띠를 만들기도 했다.

 

가수 공연이 이어진 후 발언이 계속되었다. 빈민해방실천연대 수석부위원장은 "강아지를 발로 차고 뒷골목 고양이를 죽여도 처발받는 세상인데, 노점상이 그보다 못하냐"면서 철거민이 발생한 지역들을 거론했다. "이 모든 것이 박근혜 정권이 아니라 이 정권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 된다. 노점상이든 빈민이든 도시의 모두는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는 "미국은 지금껏 전세계 평화 수호자인양 행세했는데, 지금은 대통령이라는 자가 아무말 대잔치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의 발언을 거론하며 "주권국가 국민으로 참담하기 이를데 없다. 트럼프의 막말잔치에 우리 정부는 뭐하고 있는가"라며 정부의 외교 정책에 불만을 표시했다. 상임대표는 "사드는 우리를 지켜주는 게 아니라 전쟁을 부르는 무기"라며, "미국은 우리 민족의 자존을 짓밟지 마시라"고 말했다.

 

▲ 민중대회가 끝나고 광화문 광장으로 행진하는 참가자들    © 서울의소리

 

오후 6시 20분쯤 대회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이어질 추모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광화문 광장으로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미국 대사관 옆을 지나며 "미국 사드 반대한다", "트럼프 방한 반대한다", "무기 장사꾼 트럼프를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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