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희극적인 국방부의 시대착오"

[논평] 정부 반시대·반문명적 '불온서적 선정 코미디' 할말잃어

김환태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08/08/20 [01:13]

"너무나 희극적인 국방부의 시대착오"

[논평] 정부 반시대·반문명적 '불온서적 선정 코미디' 할말잃어

김환태 논설위원 | 입력 : 2008/08/20 [01:13]
▲국방부가 선정한 불온서적 23권 가운데 하나인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장하준 교수가 쓴 <나쁜 사마리아인들>   
희비무쌍한 국방부의 불온서적 선정 코미디
 
국방부가 장병 정신전력을 저해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금지도서로 단죄한 23종의 불온서적 때문에 희비가 무쌍하다.
 
자타가 실력을 인정하는 재야 시사평론가로 핵심을 찌르는 비수같은 문제의식,반사신경적 즉응력과 순발력,물샐틈없는 치밀한 논리력으로 무장,촛불전쟁 국면을 종횡무진,좌충우돌하며 야수와 같은 전투력을 과시한 끝에 홍길동 짝퉁 촛불 진길동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진중권 진보신당 칼라tv동영상 선봉부대장이 화가 단단히 났다.
 
그는 국방부를 향해 "왜 내책은 불온서적으로 선정하지 않았냐"며 불만을 터트린것이다. 충분히 불온서적으로 선정될수 있었음에도 불온서적으로 낙인 찍히는 영광을 입지 못한데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그가 국방부로부터 불온저자로 선정되지 못한것은 촛불정국에서 너무 티나게 반정부 투사로 자가발전했던게 역설적 괘씸죄에 걸렸거나 사주팔자에 푼돈인세 재물맛은 볼 수 있으나 인세벼락 재물복은 타고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면 진중권 진보신당 촛불 영웅은 관련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덤벼들 자격이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만을 터트린것은  은근하게 자존심이 상한터에 모처럼 열린 시사(時事) 대목장날을 맞아 그냥 지나치기까지 하면 터줏대감 논객장꾼으로 좀이 쑤실 일이기에 강한 입질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려 지명도라도 더 올려 보자는 계산이 작용하여 선수를 쳤던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이와달리 정작 재빠르게 문제를 제기해야 할 불온도서를 쓴 저자와 책을 출판한 출판사측은 개인적인 입장발표만 간헐적으로 하는등 의외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불온서적으로 낙인찍혔다는 사실은 저자로써 존재가치를 의심케할 만큼 자존심이 만신창이가 될법한데도 신중하게 관망하는 태도를 견지하였다.
 
이처럼 신중한 모습은 갑자기 너무 황당한 경우를 당해 어이가 없어서인지 대응할 가치를 못느껴 무시를 해 버린것인지,아니면 국방부의 조치를 이해하는 이성적 판단 때문에 그랬는지 모를일이다. 그러나 알고보니 그건 아닌것 같다. 
 
국방부가 각급 부대에 불온도서 관련 공문을 보낸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마자 국방부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쏟아지는등 일거에 국민적 관심사가 되면서 책이 불티나게 팔려 재탕 베스트셀러가 될 조짐에 민감한 상업성이 발동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홍보효과 만점에다 또 저자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비판적이기 보다는 호의적이고 오히려 피해자라는 공감대가 형성된것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국민적 비판과 당사자들이 비판에도 뻣뻣한 국방부
 
어떤 이유에서든 사태추이를 관망하며 지켜보던 저자와 출판사들이 7월31일 한겨례 신문이 최초 보도한지 9일이 지난 8월8일 국방부를 상대로 공동 대응에 나섰다. 현기영,홍세화,한홍구,정태인,하종강씨등 저자 13명과 돌베개,당대,창비,실천문학등 15개 관련 출판사가 참여하여 공동대책위를 구성하고 국방부를 상대로 불온서적 목록작성 중단및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국방부의 불온서적 선정에 대해"군사 독재 정권아래서 정부가 자신의 생각에 반대하는 책들의 출판과 유통을 금지시킨바 있지만,수십년이 흐른 지금 다시 이와 유사한 행위가 이루어 졌다는 사실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히고 학문,사상,출판 자유의 침해,저자와 출판사의 명예훼손,공권력의 양서유통 차단,국민의 선택자유 훼손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그러면서 대책위는 국방부에 대해 불온서적 목록의 작성경위 및 선정기준의 공개와 목록작성 중단,철회,불온서적 목록에 선정된 책의 저자와 출판사및 국민에 대해 공식사과 할것을 강력히 요구하였다. 저자와 출판사가 문제가 불거진지 열흘이 다 되어서야 대응에 나선것은 국민적 비판여론에 국방부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리라고 믿었거나 공동대처에 시간이 걸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언론과 방송의 보도가 뜸해지는 시점을 이용,홍보효과를 지속시키기 위해 앞서 말한바처럼 상업적 측면을 고려,시기를 선택했을수도 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뒤늦게나마 공동 대책위가 꾸려지고 국방부의 시대착오적 조치에 제동을 걸고 나선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그러나 당사자인 국방부는 7월31일 한겨레신문 보도와 관련하여 대변인의 입을 빌려 "장병 정신교육에 유해하다고 판단되는 서적에 대한 회수 지시는 당연히 군에서 하는것으로 불온서적 선정과 차단조치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이래 구체적인 선정경위와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시대착오적,반지성적 분서갱유 철회,사과하는게 국민의 군대
 
국방부도 국가안보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관련 조치를 취했을 것으로 보지만 문제는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 국민들은 국방부의 불온도서 선정,회수,반입금지 조치에 대해 반시대적, 반지성적, 반국민적 매카시적 광풍에 비유하면서 경악을 금치못하고 있다.
 
반공을 국시로 내세우고 좌경용공 발본색원이 국가 정체성을 유지한다는 핑게를 대어 정권안보를 위해 반정부적 냄새가 나거나 민주화를 주장하는 서적과 인사는 무조건 빨갱이를 덧씌워 단죄하던 군사독재 정권시절의 구시대적 주홍글씨 낙인작전을 민주화, 선진화 시대에 자행할 수 있느냐며 분노일색이다.
 
국방부가 이번에 북한찬양,반정부.반미,반자본주의의 세부분으로 나누어 선정한 불온서적 23권 가운데 반정부,반미서적으로 분류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장하준 교수가 쓴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주요언론과 학술원이 올해의 책으로 뽑은 우수도서로 무려 15만여권이 팔린 베스트셀러다. 
 
현기영 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에 대해서는 북한찬양소설이란 딱지를 붙였는데 방송에서 권장도서로 선정하면서 수십만부가 팔려나갔다. 세계적인 석학 노엄촘스키가 쓴 <507 년,정복은 계속된다>역시 대학교양 수업교재로 사용되는 저명도서인데 반정부,반미도서 목록에 올렸다. 
 
국민들은 국방부의 이와같은 무대뽀식 저급한 한건주의,반시대적,반지성적,반문명적 구시대 회귀 꼴통보수 행태에 대해 한국 현대판 분서갱유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국방부 장관이 23종의 우량도서에 불온딱지를 붙여 유통을 금지시키는 것은 관련 서적을 사장시키고 저자들의 명예를 정신적으로 매장하는 것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일부에서는 이상희 국방장관을 가리켜 기원전 221년 중국천하를 통일한후 책을 불태우고 학자 460여명을 땅속에 생매장해 죽인 진시황제의 분서갱유에 빗대 국방장관이 아니라 현대판 분서갱유 장관이라고 부른다. 이상희 국방장관은 이러한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 관련조치를 즉시 철회한후 대국민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본다.
 
불온서적 선정후 오히려 책이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국방장관은 관련서적에 대한 폭발적인 국민적 관심이 민심의 현주소임을 깨달아야 한다. 철통같은 국가안보 태세 완비는 군전투력 강화가 핵심이지만 군 전투력 강화도 국민의 신뢰가 전제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임을 왜 모르는가.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 국민의 군대가 국방수장인 국방장관이 지향해야할 기본책무임을 자각한다면 이번 불온서적 패착을 계기로 이상희 국방장관은 장관 직무수행에 대한 통렬한 성찰과 점검이 있길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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