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 웜비어의 죽음과 조선일보, 그리고 신은미

방북 미국인 석방·사망 계기 냉전판 만들려던 보수언론 꿈 신씨가 깨

임두만 | 기사입력 2017/06/26 [10:35]

오토 웜비어의 죽음과 조선일보, 그리고 신은미

방북 미국인 석방·사망 계기 냉전판 만들려던 보수언론 꿈 신씨가 깨

임두만 | 입력 : 2017/06/26 [10:35]

[신문고 뉴스] 임두만 편집위원장 = 지난 20일 미국 언론들은 북한 여행 중 북한 체제 선전 포스터를 훼손한 혐의로 노동교화형을 살다가 식물인간으로 귀국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국내 언론들도 보수 진보를 망라하고 웜비어의 사망 사실을 대거 보도했으며, 한미정상회담을 앞 둔 문재인 대통령은 웜비어의 사망에 대해 조의를 표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오토 웜비어 씨의 유족에게 보낸 조전에서 “웜비어 씨의 사망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고 가족과 친지들에게 심심한 조의와 위로를 드린다"며 “북한이 인류의 보편적 규범과 가치인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개탄스럽다"라고 말했음을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이 전했다.

    

또 우리 외교부의 조준혁 대변인도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북한 당국에 한국 국민들과 미국인을 포함한 모든 억류자를 조속히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라고 촉구했다.

    

때문에 우리 언론들은 이 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웜비어 사망사건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북한을 질타하고 웜비어의 사망에 조의를 표한 것은 동맹국인 미국의 정상과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논조의 보도들로 지면을 메웠다.

 

그리고 이러한 논조의 보도들에 대해 수면 아래에서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공개적으로는 정치인 비정치인 할 것 없이 입을 다물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뜬금없이 조선일보의 신은미씨의 전쟁이 눈길을 끈다. 신씨는 지난 2015년 당시 민주노동당 황선 대변인과 전국 주요도시에서 북한관련 토크콘서트를 진행하다 종북으로  몰려 미국으로 강제출국 조치를 당했다. 즉 당시  이들의 행위는 북한을 이롭게 한다면서 한국인인 황선씨는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구속시키고, 재미교포로 미국 국적인 신씨는 미국으로 추방했던 것이다.

 

▲ 조선일보가 인용한 신은미씨 페이스북 캡쳐본    

 

 

이런 신씨를 두고 조선일보는 "신씨가 지난 5월 15일부터 24일까지 열흘간 북한으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고 쓰고는 신은미씨 페이스북 담벼락 글들을 기사화 했다.

 

그리고 이 기사에서 신씨는 사망한 웜비어에 대한 언급은 일체 없었으면서도 “짜장면(맞는 표기법으론 자장면이나 조선은 짜장면으로 씀) 만드는 장면을 찍어서 올렸다.”며 신씨의 페이스북을 캡쳐한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그리고 이 보도에서 조선은 "2년 전 고국에서 종북몰이를 당하고 강제출국당한 뒤 짜장면을 먹으려면 왕복 220~400㎞를 운전해야 한다. 늦게 귀가한 날은 남편과 함께 짜장면을 만들어 먹는다고 했다“는 내용을 포함, 신씨의 페이스북 포스팅 전반을 종북이라는 관점에서 비판했다.

 

이에 신씨는 자신과 관련된 조선일보 보도를 공유한 뒤 <화장지만도 못한 조선일보>라는 제목으로 쓴 글에서 “언젠가 페북에서 ‘조선일보가 신문이면 우리집 화장지는 팔만대장경이다’라는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며 글쓴이의 재치에 감탄을 한 적이 있다.”고 비꼰 뒤, “<조선일보>는 일제 때 천황폐하 만세부터 6.25 전쟁 때 김일성 장군 만세에 이어 전두환 장군 찬양까지 한국 현대사를 통해 온갖 간신 패륜질을 마다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그런 소리를 들어 마땅하다.”고 일갈했다.

    

이어 “그런 <조선일보>가 창간 이래 하던 패악질을 지금도 여전히 멈추지 않는다.”면서 “최대 부수의 일간지라는 <조선일보>가 기껏 한다는 짓이 나의 페북을 24시간 들여다보며 내가 집에서 짜장면 만들어 먹는 포스트를 복사해 왜곡 기사를 쓰는 일”이라고 비판하고는 “참으로 화장지만도 못하니 대체 이 신문을 어디에 비유하나! (화장지한테 너무너무 미안함.)”이라고 글을 맺었다.

    

그러면서 신씨는 아예 본격적으로 오토 웜비어의 사망사건에 대해 국내외 언론들의 보도내용이 상당부분 왜곡되었을 개연성을 느끼게하는 글을 연달아 올리고 있다.

    

23일 “<과연 미 대학생은 북한에서 단지 호텔 벽에 걸린 구호를 훔쳤다는 이유로 무려 15년 징역을 받았을까요?> 1.”에서 “그렇다면 북한은 정말 악의 제국이고 그 어떤 국제적인 제재를 받아 마땅합니다.”라고 전제한 뒤, 북한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여행하기에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였다.“는 점을 강조, 웜비어의 구금과 징역형, 그리고 사망사건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졌다.

 

 

▲ 신은미씨 페이스북 캡쳐    

 

 

이 글에서 그는 “북한에서 외국 관광객이 호텔 벽이나 식당 방안에 걸린 구호나 그림을 훔치는 일은 종종 일어난다.”며 “그렇다면 북한에 여행 갔다가 억류되는 사건이 비일비재하게 보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실제 그런 일로 억류되거나 징역형을 받지는 않았을 것을 유추했다.

    

이어 “어쨌든 그 학생은 벽에 걸린 구호물을 훔치지 않았다”며 “그 학생이 간첩활동을 했다구요? 관광객으로 북한에 들어온 사람이 간첩 활동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절대 불가능입니다. 외국인 관광객 신분으로 지난 5년간 9차례나 북한을 여행한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현재 보도되는 미국과 한국의 보도들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 다음 “그렇다면 대체 무슨 사정이 있길래 왜 북한은 그가 간첩활동 또는 적대행위를 했다고 발표했을까요? 그리고 그 학생은 과연 북에서 무얼 했을까요?”라고 물은 뒤 “이번 사건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사실을 천천히 시간을 두고 올리겠습니다. (재미동포에게는 마치 이웃집 아들같은 오토 웜비어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로 글을 맺었다. 때문에 이 글은 댓글 120개 공유 46개의 폭발적 관심을 끌었고, 댓글에서는 보수와 진보진영의 가열찬 진영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후 25일 신씨는 또 “북한에서 석방된 오토 웜비어의 중형과 관련해 올리는 두번째 글”을 통해 자신이 지구상 여행하기 가장 좋은 나라가 북한이라고 했던 이유를 크게 3가지로 요약했다.

 

 

▲ 신은미씨 페이스북 캡쳐    

 

 

그는 “첫째, 북한에서는 외국 관광객이 여행 중 절도나 강도 같은 일을 당할 확률이 거의 제로다. 둘째, 북한은 외국 관광객의 건강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 셋째, 북한 관광회사는 국가 기관에 속해 있으며, 북한에 들어 온 관광객에게 불미스러운 일이나 해가 되는 일이 생기면 그것은 관광회사의 문제이기 전에 국가의 책임이라 철저히 관리한다. 넷째, 관광객이 북한의 법률을 위반했다고 해서 법적인 처벌을 받는 일은 거의 없다.”등으로 요약했다.

    

이런 요약과 함께 “2015년 6월 여행 당시 동행한 재미동포 교수가 손지갑을 분실했습니다. 특히 손지갑 안에는 미화 15만 달러 (한화 약 1억 8천만원)에 달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혹시 식당에 두고 오지 않았나 싶어 다음날 가보니 식당 종업원이 "그러지 않아도 기다렸다"고 하면서 돌려 주었습니다. 가서 보니 놓고 온 물건은 손지갑 뿐이 아니었습니다. 고가의 선글래스, 카메라도 놓고 왔습니다.”등의 사례도 덧붙였다.

    

또 “북한에서는 신문지를 깔고 앉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신문에 북한 지도자의 사진이 실려 있기 때문입니다.”라며 평양 모란봉 공원에서 외국관광객이 고려항공 기내에서 받은 <로동신문>을 깔고 앉아 있다가 이를 본 몇몇 시민들로 부터 항의를 받았으나 안내원은 항의 시민들을 진정시키고는 그 관광객에게 “신문에는 우리의 경애하는 지도자의 사진이 들어 있으니 앞으로 신문을 찢거나 깔고 앉지 마십시요” 라고 주의를 주었다는 사례도 적었다.

    

그러면서 “한 설에 의하면 오토 웜비어가 ‘김정은 위원장의 사진이 들어 있는 <로동신문>으로 구두를 쌌다’고 하는데 실제 그가 그랬다고 해도 그 일 때문에 15년 징역형을 받지 않았다”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그리고 다시 15년 중형이 간첩혐의 때문이었는지는 다음에 밝히겠다고 글을 맺었다.

    

지금 신씨의 이 두 번째 글은 100개의 공유와 108개의 댓글이 달리면서 다음 글을 독촉하고 있다. 또 댓글은 한미동맹, 북한핵, 사드, 남북관계, 통일, 남북교류 정책과 개성공단 문제까지 다양한 외교안보 논쟁들이 불꽃을 튀기고 있다. SNS를 통한 통일담론 판이 벌어진 것이다.

    

따라서 결국 웜비어의 죽음에 대해 뜬금없이 신은미씨를 끌어들여 ‘지금 이 판국에도 종복놀이냐“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책을 견제하려던 조선일보의 ’작전‘은 신은미씨 페이스북 담벼락에서 백가쟁명의 통일 외교안보 토론회가 열리도록 한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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