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홍매지숙명(紅 梅 之 宿 命) : 피다

 

[주제]생(生)은 가장 잔혹한 투쟁, 생은 가장 위태로운 외줄타기,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

 

[장르]오컬트무협판타지(오컬트판협지)

 

[기획의도]언젠가는 나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 가해진 폭력과 폭력으로 인해 켜켜이 쌓인 상처,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상처 받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마음의 벽을 쌓고 살아오느라 나를 억눌렀던 삶,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에게 기대게 되어 그 사람으로 인해 받은 상처…….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서사극으로 꾸미고 싶었다. 그리고 사람을 사랑했다 또다시 상처받고 힘든 지금, 나는 이제 나의 이야기를 한 편의 이야기로, 하나의 서사극으로 꾸리고자 한다. 그러나 아직은 수필처럼 나의 이야기를 구구절절 드러낼 자신은 없다. 그러려면 내가 너무 고통스러울 테니까. 그래서 지금은 나처럼 상처 받고, 또 상처 받으며 성장해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라는 형식을 빌려서 나의 이야기를 꾸리고자 한다.

 

[배경]중세, 가상의 섬나라 부상국, 전국시대와도 같이 여러 무가(武 家)들이 난립하는 혼란의 시대, 황제와 공가(公 家 : 귀족가, 특히, 황실의 방계 가문 및 지파를 말한다)는 힘을 잃고, 막부의 상국이 되는 자가 천하를 지배하는 시대, 지배층들에게는 난세이지만 피지배층들에게는 지옥인 시대, 그리고 기독교라는 새로운 사상이 지배층 및 피지배층들에게 퍼져나가는 시대.

 

[등장인물]

한서란 : 한씨가의 38대 가주. 일 년에 한 번씩 가주가 바뀌기도 하는 등 가문 전체가 권력투쟁과 피비린내, 그리고 혼란으로 물든 한씨가에서 장기 집권을 하게 되는 몇 안 되는 가주 중의 하나이다. 부상국 북동쪽에 위치한 가유 지방의 영주. 겨울이 길고 혹독해서 쌀농사를 지을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는 지방의 영주답게 호전적이고 정복적인 기질이 강하며, 전쟁을 계획하고 설계하는데 능하다. 한씨가의 37대 가주 한정옥의 조카. 한정옥의 언니이며, 36대 가주 한하윤의 둘째딸인 한유란의 유일한 딸. 방계 인물들 중 가장 위협적인 인물의 딸을 가주의 양녀로 입적시켜, 직계들의 후계 혈전에 불러들여 제거하는 한씨가에서, 직계 후계들을 모두 죽이고, 한씨가 최초의 방계 출신 가주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한 사내의 도움을 받았다. 그녀가 처음으로 연정을 품었던 그는, ‘후계 혈전에 끌려가 개죽음을 당하느니 차라리 지금 죽으라’며 그녀를 학대하는 어머니 유란으로부터 그녀를 보호해주었고, 자신의 세력을 동원하여 그녀를 가주의 자리에 올려주었다. 그렇게 명실상부한 한씨가의 실권자가 되었지만, 그 자리에 만족하지 못한 그는 그녀를 가주의 자리에서 끌어내렸고, 그녀는 가문에서 쫓겨나 목숨을 위협받으며 부상국 전역을 떠도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대로 죽음을 기다리지 않는다. 무가는 물론, 공가에까지 세력을 뻗치고 있는 그에 맞서 자신만의 세력을 확보하며, 다시 자신의 권좌로 돌아갈 날을 기다린다. 그리고 그렇게 그녀는 점점 사람의 마음을 버리고, 철저하게 피로 물든 길, 패도(霸 道)를 걷게 된다.

 

한유흔 : 한씨가의 39대 가주. 가유 지방의 영주. 그는 서란과 마찬가지로, 가주가 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오직 모계로만 가주의 자리를 승계하는, 남성억압적인 한씨가에서 남성인 그에게는 그 어떠한 승계 권한도, 상속 권한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한씨가에서 한유흔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는 본래, 한씨가 아니었으니까. 본래 이름은 서유흔. 서씨가의 24대 가주인 서비랑의 첫째아들이었다. 그러나 아버지 비랑이 삼촌인 서서유에게 살해당하고, 그의 어머니마저 자살함으로써 그는 어린 나이에 목숨을 위협받는 신세가 되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아버지 유흔의 오랜 벗이었던 한씨가의 36대 가주 하윤의 양자로 입적하게 되었으나, 그는 한씨가의 자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가문 전체에서 멸시를 받았다. 그래서 그는 결심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서유흔이 아닌 한유흔으로 죽겠다고. 하여, 그는 꾸준히 자신의 세력을 모으고, 자신을 한유흔으로 죽게 해줄 사람을 찾았다. 그렇게 해서 선택하게 된 사람이 서란. 그리고 그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녀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한서란으로 살기 위해 가주가 되려 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는 결심했다. 그녀를 한서란으로 살게 하고, 자신은 한유흔으로 죽자고. 그리고 그는 이제 한유흔으로 죽으려 한다. 그것이 그의 유일한 소원이기에.

 

김지수 : 김씨가의 39대 가주. 김씨가의 차기 가주로, 사실상, 김씨가의 유일한 정후계로 인정받고 있다. 김씨가의 영지인, 부상국 북서쪽에 위치한 추연 지방의 상속자. 한씨가의 영지인 가유와 마찬가지로, 겨울이 길고 혹독한 추연 지방의 차기 영주답게 호전적이며 정복적인 기질이 강하다. 그러나 서란과는 달리, 전쟁을 계획하고 설계하는 일에는 그리 능하지 않으며, 오직 앞서서 나가 싸우는데 능한 돌격형 장수이다. 김씨가의 38대 가주 김서인의 셋째아들. 위로는 두 형이 있으나, 두 형 모두 아버지의 첩실부인들이 낳은 아들이기 때문에 일찌감치 권좌에서 밀려났고, 그만이 아버지의 정실부인이 낳은 아들이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차기 가주로 정해지고, 주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어머니가 공가인 원씨가 방계 출신의 원난야이기 때문인지, 공가 풍습과 예법의 영향을 받아 절반은 무가인이고, 절반은 공가인인 듯한 모습을 자주 보인다. 김씨가 최초의 기독교도. 영세명은 미시아. 기독교에 적대적인 김씨가의 영지 내에서 몰래 숨어 다니며 미사를 열고, 선교활동을 하던 피에르 신부를 우연히 만나고, 그의 가르침에 감화되어 ‘미시아’라는 영세명을 받고 기독교인이 되었다. 아버지인 서인은 그에게 배교할 것을 권유하였으나, 그는 이에 반발해 탈번, 유랑생활을 하며 신앙을 이어간다. 오직 그리스도의 가르침인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이중규 : 이씨가의 29대 가주. 현 황제인 천화제 조역진의 사촌. 공가인 이씨가의 가주로, 본래 이름은 주화진이었다. 어머니인 주씨가의 30대 가주 주효린의 딸, 주현유를 대신해 주씨가의 차기 가주로 확정된 인물이었기에. 그러나 외조모 효린이 방계 출신의 하영에게 살해당하면서 이씨가의 29대 후계가 되었다. 아버지의 전처의 아들인 형 영현을 제치고 29대 가주가 되었지만 그는 가내 인물들에게 끊임없이 가주로서의 자격을 의심받았다. 그 이유는 그가 부상국에서 금하는 ‘기독교’를 믿는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영세명은 레한. 수도인 동경에서 몰래 숨어 다니며 미사를 열고, 선교 활동을 하는 구마사제 리델을 만나 가르침을 받고 기독교인이 되었다. 마법사. 마법을 죄악시하는 기독교에서 유일하게 허용하는 마법인 백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이다. 그리고 그렇게 신앙심이 강한 만큼, 모든 일은 신의 뜻이기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자신은 그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형에게 패해 권좌에서 밀려나고, 나라와 황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죄목으로 처형당할 뻔한 자신을 구해준 서란에 의해 그는 어느새 자신의 신앙과 마법에 대해 회의를 품게 된다. 그래서 그는 이제 신과 결별하려 한다. 서란이 보여준 인간의 의지를 중규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무가 인물들]

 

소야천 : 가유 내의 제1상업도시인 정연현의 태수. 상업도시의 태수답게 국내외의 정세를 보는 눈이 뛰어나며, 셈이 빠르고 계산적이다. 또한 중개무역으로 막대한 부를 쌓고 있어 누구도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소아찬 : 가유 내의 제2상업도시인 화형현의 태수. 소야천의 동생. 형과 마찬가지로, 국내외의 정세를 보는 눈이 뛰어나고 셈이 빠르다. 그러나 형과는 달리, 권력욕이 강하여 무역을 통해 벌어들이는 막대한 부를 권력을 얻는 데에 사용한다.

 

소경환 : 소씨가의 가주. 소씨가의 본성인 후토성의 성주. 자신이 제화족이라는 사실을 무엇보다 싫어해서, 삼백인 출신의 계실과 첩실을 맞아들이고, 제화인 아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두 아들, 야천과 아찬을 냉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