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00일, 사람이기만 해라

홍가혜 | 기사입력 2017/01/15 [13:49]

세월호 1000일, 사람이기만 해라

홍가혜 | 입력 : 2017/01/15 [13:49]

[신문고 뉴스] 홍가혜 = 세월호 천 일이라고 무수히 쏟아지는 언론보도와 게시글들을 보며 나는 오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화도 나고 다행스럽기도 한 그런 감정. 사실 나는 그날 좀 어려운 기억들을 꺼내 글을 썼다. 썼다가 지우고 그러다 다시 쓰고, 또 지우고... 결국은 공개하지 못한 세월호 천 일을 앞두고 비공개로 쓴 글. 천 일이라는 시간을 긴 글로 녹여내고 나니 딱 한 문구만 남았다. "그러니까, 사람이기만 해라."

 

 

1,000일이라고 눈물이 난다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웠다. 언제부턴지 어지간한 일에 눈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 눈물이 말라버렸을까.. 다들 울 때 분노하고, 분노하고 있을 때 울고 있는 나는 정말 청개구리다.

 

세월호 천 일이라고 슬프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따뜻했다. 하지만 내 이성은 지금은 울 때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을 뿐이었다. 세월호 천 일이 무슨 기념일인가. 내겐 그 시간동안 제대로 추모하지도 못한 유가족들의 고통만이 보였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총칼을 든 것도 아니고 서명지를 전달하겠다고 삼보일배를 해도, 목숨 건 단식을 해도,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도보순례를 해도...생존자 학생들이 자살을 시도하고 생존자들이 자해를 하고 유가족들이 자살을 해도.. 김관홍 잠수사의 비보소식에도 여전히 뒤집어 지지 않는 세상에 화가 났다.

 

오히려 음해하고 편 가르며 불온한 갈등을 부추기며 이제 소수자가 된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돈 때문에 저런다는 돌을 던지는 그들 때문에 눈물은 사치였다.

 

세상은 내게 이상하다고 말하는데 나는 그런 세상이 너무 이상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내게 "세월호 그 투쟁하시는 분들 보면 정상 같지가 않다"며 "이상한 사람들 많지?" 라고 물어왔고 나는 화가 나야 하는 그 타이밍에 웃음이 터졌다.

 

이내 진지해지며 말했다. "정상적인 일을 겪은 게 아니잖아? 이상한 건, 이상하다고 하는 세상이야." 친구는 자신의 말이 먹히질 않으니 내게 화살을 쏘았다. "너도 마찬가지야. 변했어." 나는 변했을까... 그 일들을 겪으며 변하지 않는 건 정상일까.

 

1년도 더 넘은 일을 기억한다. 정권교체, 진상규명에 도움 될 거 없으니 유가족들의 자살을 쉬쉬 하자는 말을 들으며 너무 이상했다. 죽음 앞에서도 계산을 하는 사람들은 여기나 거기가 다르지 않았다. 대의 앞에서 사라져야 하는 죽음이란 말인가.

 

진실이 뭐건 사람이 죽었다. 자신의 생업과 모든 일정을 포기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뭐라도 돕기 위해 팽목항에 달려간 사람들은 진실이 뭐건 정치적으로 꼬인 실타래가 뭐건 사람만 보고 달려갔다. 세월호로 뭘 배운 것일까. 뭐가 바뀐 걸까. 오늘의 삶도 이럴지면서....

 

금요일에 돌아오겠다던 아이들, 사람들은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고 그마저도 9분은 아직 바다 속에... 계신다. 아무도 무릎 꿇지 않는 천 일의 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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