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 당의 역사만큼 유치한 국민의당

중국시민 | 기사입력 2016/12/05 [10:17]

[정문일침] 당의 역사만큼 유치한 국민의당

중국시민 | 입력 : 2016/12/05 [10:17]
 
 
▲ 국민의 당 로고     © 자주시보
 
 지난 달 베이징에서는 20세기 초반의 혁명가 쑨중산(손문) 탄생 150돌에 즈음하여 대규모기념행사를 진행했다. 시진핑 주석은 연설에서 쑨중산의 뜻을 이어 중국공산당이 강대한 중국을 건설했음을 지적했는데, 워낙 중국공산당은 마오쩌둥(모택동) 시대부터 쑨중산을 “민주혁명의 위대한 선구자”라고 부르면서 높이 평가했고 5월 1일과 10월 1일에는 쑨중산의 대형초상화를 톈안먼(천안문)광장에 세우는 걸 정례화했기에 시진핑 주석의 말이 필자에게는 특별히 새로울 게 없었다. 그런데 불협화음이 해협 건너편에서 터져나왔다. 타이완의 국민당 주석이고 지난 타이완 “총통”선거에서 차이잉원에게 패배한 여정객 훙쓔주가 국민당이 쑨중산의 제일 정통 계승자라고 강조하면서 불쾌감을 드러냈던 것이다.
 
대륙시대에는 이렇다 일을 해놓지 못하다가 중국공산당에게 참패하여 섬으로 쫓겨갔고, 섬에서는 수십 년 철권통치를 일삼다가 결국 민진당에 두 번 참패하여 정권을 잃은 국민당이 입만 살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몰락한 양반후대가 혈통자랑하는 것과 비슷하다. 쑨중산의 정통 계승자가 누구냐는 쟁론은 1924년 쑨중산의 서거와 더불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쑨중산의 생각과 주장이 시기에 따라 변화가 많았으므로 어느 시기의 주장을 기준으로 삼느냐부터 문제로 되었고 1927년 쟝제스(장개석)와 왕징워이(왕정위)가 중국공산당 및 중국국민당 좌파들을 대량 살해한 다음부터는 쟝제스가 혁명을 배반했다면서 반쟝제스활동을 벌인 국민당 좌파들이 상당히 많았고, 1948년에는 쑨중산의 미망인 쑹칭링(송경령)을 비롯한 원 국민당 좌파 거두들이 나서서 중국국민당 혁명위원회를 창립하였으며 줄여서 “민거(民革, 민혁)”라고 부르는 중국국민당 혁명위원회는 지금도 중국 민주당파의 하나로 활동한다. 민거는 쑨중산의 후기 주장을 계승했다고 자부하는 터이다.      
 
훙쓔주의 주장은 열을 올려 반박하는 정당과 사람들이 없어서 흐지부지해졌고 역사와 현실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간주되었을 따름이다.
 
▲ 국민의 당이 새누리당 2중대라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 자주시보
 
그런데 12월 1일 한국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문제를 놓고 국민의 당이 말그대로 뻘짓을 하여 2일 국회 발의가 무산되는 바람에 정당의 역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국민의 당이 생겨나던 무렵 필자가 중국의 국민당 및 정주영이 만들었던 단명의 국민당이 연상되면서 괜히 불쾌감이 들어 정문일침을 한 편 썼는데, 4월 총선에서 신설 정당으로서는 괜찮은 성적을 거둔 뒤 몇 달 동안 별 볼일 없다가 1일 부정적인 이미지가 튀어나오면서 “새누리당의 2중대” 등등 그야말로 역대급 욕을 먹었다 한다. 급기야 결정을 바꾸기는 했지만, 흐려진 이미지를 바로잡기는 어려울 테고 지어 탈당하는 당원까지 나왔다 한다. 창당 1년 미만인 국민의 당 앞날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물론 국민의 당보다 더 심각한 위기에 빠진 건 새누리당이다. 해체다 분당이다 하는 말들이 심심찮게 나오니까. 정말 분해된다면? 현재 한국에서 그나마 제일 역사가 오랜 당이 사라지는 판이다. 
 
한국정치를 보도하거나 관심하거나 연구하는 사람들이 무척 골치아파하는 게 너무나도 자주 변하는 한국 정당 이름들이다. 주변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중국의 경우 중국공산당과 중국국민당은 약 100년 역사를 가진 오랜 정당이고 타이완에서 집권하는 민주진보당(줄여서 민진당)도 1986년에 창립되어 30년 역사를 가졌는데 내부분화가 많이 일어났으나 본체는 그대로 지켜오고 녹색으로 표시되는 “타이완독립”주장도 거의 일관적이다. 또 지금 타이완에 정당들이 굉장히 많지만 진짜로 영향력이 있는 정당들은 제한되었고 엔간히 실력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친민당의 경우 국민당 고관 쑹추위가 추종자들을 이끌고 탈당하여 창립한 후 16년째 당명을 이어오고 있다.

반도 북반부에서는 조선노동당이 71년 역사를 이어오고 일부 한국인들이 노동당의 들러리라고 비꼬는 여러 개의 우당들도 수십 년 역사를 가졌다. 일본에서 영향을 끼치는 정당들도 거개 수십 년 역사를 자랑한다. 러시아에서는 소련 해체 뒤 나타난 정당들 중 러시아공산당이 20여 년째 명맥을 유지해오고 현재 최대 정당인 통일러시아당도 15년 역사를 가졌다. 미국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느슨한 단체이기는 하지만 역사가 100년을 훨씬 넘기면서 2당 경쟁체제를 유지해온다.
 
유독 반도의 남반부에서 당이 갈라지거나 해체되거나 생겨나거나 이름을 바꾸는 현상이 거듭된다. 몇 해 전 태국에서 탁신 지지자들의 당이 군부정권에 의해 해체되면 새 이름을 단 정당을 만들어 선거에서 이기고, 정치종사권력이 또 중지되면 또다시 새 이름을 단 정당을 만들어 선거에서 이기던 건 그래도 강권에 의한 해체라는 외부요소가 작용했다. 헌데 한국에서는 특별한 계기가 있든지 없든지 당들이 변하니 외부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건 물론이고, 정당의 내력과 주장을 요해하기도 어려우며, 중국인들의 경우 당명 번역 또한 골 때리는 노릇이다.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개명한 뒤 고유어 “누리”가 여러 가지 뜻을 가지다나니 중국어로도 “씬궈쟈당(新国家党, 신국가당)”등 여러 가지 역명이 생겨났으나, 그 이름으로 바꿀 때 누리를 국가보다 더 큰 뜻으로 해석했으니까 “新国家党”이 썩 어울리는 역명은 아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다음 새누리가 한자로는 신천지고 특정종교와 직결된다는 주장이 퍼지면서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데, 그러면 새누리당을 “씬톈띠당(新天地党)”이라고 옮겨야 되느냐는 혼란까지 생긴다. 그렇게 옮기지 않으면 의혹자체를 설명할 수 없고 그렇게 옮기면 기성 역명과 모순되니까.
 
국민의 당은 번역난제는 만들지 않았으나, 이번 뻘짓은 참으로 역대급이다. 그렇다고 당장 이름을 바꿀 리는 없겠지만 뻘짓의 역사와 단절하고 싶어하는 당원과 간부들이 없지 않을 것이다.
 
정상적인 경우 정당은 역사가 오랠수록 성숙된다. 잘 한 건 자랑거리로 삼고 잘못 한건 교훈으로 간주하면서 역사를 떠메고 나가면서 보다 나은 미래를 추구하는 것이다. 중국공산당의 경우가 가장 전형적인 사례로서 미숙했던 정책과 처사들에 대한 반성이 끊이지 않는다. 중국국민당처럼 나이는 많은데 철이 들지 못해 웃기는 사례들도 있다만, 중국국민당이 적어도 이름은 바꾸지 않았고 나름대로의 역사와 전통 및 정통성을 내세우면서 뭔가 지키려는 노력은 평가해주어야 마땅하다.
 
7개의 이름을 가졌다는 최태민으로부터 시작된 최씨 일가사람들이 개명을 선호하여 보도에서마저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이런 식으로 표기하는데, 한국 정당계보들은 인명보다 훨씬 복잡해서 어떻게 표시하기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설명하기도 힘들다. 이름을 고치면 운이 트인다는 믿음 때문인지 아니면 새 이름으로 예전의 역사와 작별하겠다는 건지?
 
정당을 만들 때 전에 쓰였던 정당이름을 쓰지 못한다는 규정이 있다던데, 정당을 세워서 국회의원을 배출하면 몇 해 동안에는 당명을 바꾸지 못한다는 규정이 나오면 당명의 나이를 좀 늘여줄 수 있을까? 정당들이 보다 성숙된 정치를 펼 수 있을까?
 
민심과 거리가 멀고 민심을 활용하기는커녕 편승할 줄도 모르는 한국 정당들의 행태가 하도 답답하고, 같은 민족으로서 부끄러워 두서없이 적어본다. 평화적인 대규모 촛불시위를 몇 차례 진행한 광장세대에서 참신한 정치세력이 나오리라는 기대를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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