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짓밟지 말라" 백남기 농민사망 시국선언

법조·종교 등 시민사회 지도자 3542명, "사인 은폐·왜곡 부검 중단을"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6/09/30 [10:40]

"국민 짓밟지 말라" 백남기 농민사망 시국선언

법조·종교 등 시민사회 지도자 3542명, "사인 은폐·왜곡 부검 중단을"

서울의소리 | 입력 : 2016/09/30 [10:40]
시민사회·종교계·법조계·노동·정치 등 각계각층 인사들은 29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3천542명이 대거 참여한 시국선언에서 “백남기 농민의 죽음은 공권력에 의한 명백한 타살이다. 사인이 명백하고 유족이 부검을 원치 않고 있음에도 검찰과 경찰, 법원은 기어이 부검을 강행하겠다고 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     © 노동과 세계
 

시국선언 참가자들은 ‘국민이 준 힘으로, 더 이상 국민을 짓밟지 말라!’는 시국선언문을 통해 “백남기 농민의 죽음은 공권력에 의한 명백한 타살”이라면서 “백남기 농민과 가족들은 3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정부로부터 단 한마디 사과도 듣지 못했다. 책임자 처벌이나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도 찾아 볼 수 없었다”고 규탄했다.

 

이어 “심지어 사인이 명백하고, 유족이 부검을 원치 않고 있음에도 검찰과 경찰, 법원은 기어이 부검을 강행하겠다고 한다”면서 “이는 법률적으로도, 의학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행위이며 사인의 은폐 왜곡하려는 시도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시민여러분께 당부한다. 백남기 농민의 명복을 다 함께 빌어주시고, 잘못한 이들이 사죄하고 책임질 이들이 책임질 수 있도록,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심과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고 백남기 농민의 차녀인 민주화 씨는 “도대체 살인자가 피해자를 어떻게 진상규명하겠다는 것인지 납득하지 못하겠다”면서 “이 나라는 왜 아무런 힘없는 우리 가족과 아버지의 사망에 대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순수한 국민들을 1년 가까이 괴롭히고 저희에게 슬픈 시간조차 주지 못하는 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     © 노동과 세계

 

이어 “빈소는 슬픔보다 긴장감의 연속이다. 저희 유가족은 사인이 명확한 아버지 시신이 아버지를 죽인 경찰의 손에 부검되는 일을 절대 반대함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정현찬 가톨릭농민회 회장은 “백남기 농민을 아끼고 사랑하던 가족들과 주위 모든 국민들이 슬퍼할 여지도 없이, 상주들이 눈물 한 방울 흘릴 시간도 없이 이 정권은 또다시 만행을 저질렀다”면서 “317일 동안 검찰은 수사조차 없었고 이 정권은 사죄 한마디 안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이 정부가 잘못을 뉘우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죄하면 용서할 수 있었지만, 그 책임을 백남기 농민에게 떠넘기려는 불순한 생각을 지금 검경이 시작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우리는 판사의 조그만 양심을 믿고 기대했지만 어제 들려오는 얘기는 그 기대마저도 실망으로 변해버렸다”고 말했다.

고인의 장례식장이 차려진 서울대병원에서는 시민들이 전날 밤 발부된 법원의 부검 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운집해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오는 1일 오후 4시 대학로에서 대규모 추모대회를 열 예정이다.

다음은 시국선언문 전문.

<백남기 농민 사망 국가폭력규탄 시국선언문>
국민이 준 힘으로 더 이상 국민을 짓밟지 말라!


작년 11월 14일 시위에 참여했다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던 일흔 살 백남기 농민께서 317일간의 투병 끝에 안타깝게도 지난 9월 25일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백남기 농민의 죽음은 공권력에 의한 명백한 타살입니다. 백남기 농민께서 경찰의 물대포에 의해 돌아가셨다는 것은 온 국민이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책임이 정부와 경찰에게 있다는 것 또한 분명합니다. 그러나 백남기 농민과 가족들은 3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정부로부터 단 한마디 사과도 듣지 못했습니다. 책임자 처벌이나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사인이 명백하고, 유족이 부검을 원치 않고 있음에도 검찰과 경찰, 법원은 기어이 부검을 강행하겠다고 합니다. 이는 법률적으로도, 의학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행위이며 사인의 은폐 왜곡하려는 시도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은 직업과 나이, 성별, 처지가 다른 우리 모두의 마음을 더욱 슬프고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이 참담한 죽음 앞에, 우리는 고인의 명복만을 빌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한 마음 한 뜻으로 정부에 다음 세 가지를 요구합니다.

첫 번째로, 정부는 지금이라도 백남기 농민의 유가족들에게 진심을 다해 사죄하고 예의를 다해 조의를 표해야 합니다. 300일 넘게 정부의 책임자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이렇게도 모질게 국민을 대하는 것입니까?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책임자들에게는 권력과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의지 말고는 단 한 푼의 양심도 없는 것입니까? 그래도 한 번 더 ‘사람의 모습’,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임을 가진 이로서의 자세를 요구합니다. 

두 번째로, 정부는 백남기 농민을 죽음에 이르게 한 이들을 철저하게 조사하여 처벌함으로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합니다. 검찰은 오늘까지도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수사에 대해 전혀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과잉진압에 대한 수사는 방기한 채, 백남기 농민께서 숨을 거두시자마자 부검부터 하겠다고 나서는 검찰에게 공정한 수사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특별검사를 통해서라도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이 이어져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국민이 준 힘으로 국민을 짓밟는 ‘국가폭력’을 중단하고, 특히 백남기 농민의 목숨을 앗아가는데 쓰인 물대포의 사용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합니다. 1987년 고 이한열 열사께서 최루탄에 맞아 쓰러진 것을 계기로 87년 6월 18일을 ‘최루탄 추방의 날’로 지정하였고 여러 해 후에 결국 최루탄은 이 땅에서 추방되었습니다. 최루탄처럼 매우 위험한 경찰장비라는 것이 증명된 물대포 사용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합니다. 

유엔 평화로운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과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 등은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애도하며 유족의 뜻에 반하는 부검을 실시하지 말 것과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유럽노총, 국제노총, 국제인권연맹 등도 국가 폭력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 당국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국제사회도 우리들과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께도 당부 드립니다. 백남기 농민의 명복을 다 함께 빌어주시고, 잘못한 이들이 사죄하고 책임질 이들이 책임질 수 있도록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심과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우리의 요구 
하나. 백남기 농민 죽음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사죄를 해야합니다. 
하나. 특검 등을 통한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해야합니다. 
하나. 유가족이 반대하는 부검 시도를 즉시 중단해야 합니다. 
하나. 국가폭력을 종식시키고 물대포 완전히 추방해야 합니다. 

2016년 9월 29일
고 백남기 농민 사망 국가폭력 규탄 시국선언 참여자 일동
(총 354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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